“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안이 처리되지 않는다면 국회가 민생을 포기하고, 중소기업을 버리는 것입니다.”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만난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정치권은 말로는 민생을 챙긴다는데, 법안을 처리하지 않으니 안타깝고 참담하다”며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고, 이후 심각한 경기 침체에도 포기하지 않고 기업을 일궈보려는 중소·영세 기업인들을 국회가 절망으로 밀어 넣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날 오전 8시부터 국회를 방문해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잇달아 만나 “부디 어려운 경제 상황과 민생을 생각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여야가 다시 협의해달라”고 했다. 그는 “수많은 기업인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법안 통과를 기대하며 중기중앙회를 쳐다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부담감에) 너무 힘들다”라며 “중소기업의 절박한 현실을 알리려고 새벽이든 밤이든 가리지 않고 약속을 잡는다”고 했다.
이날 오후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유예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김 회장은 “여야가 의지만 있다면 극적으로 내일 본회의에 상정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유예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만약 27일부터 법이 확대 적용되면 83만이 넘는 50인 미만 영세기업 대표들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심정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 사법 리스크로 경영 위기를 맞는 중소기업이 늘고, 고용 불안 등 산업 현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지난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50인 미만(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영세 사업장에 대해선 2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국민의힘은 이 유예기간을 2년 더 연장하는 개정안을 작년 9월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유예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당장 이번 주 토요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다.
-여야 협의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을 요구했는데.
“수사나 감독이 아니라 산재예방 지원에 중점을 둔다면 중소기업계도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과 정부도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해 주길 바란다.”
-법 통과를 위해 정치권에 공개 요구를 한다면.
“최근 고물가와 불황 등 실물 경제가 침체한 상황에서 정쟁에만 몰두하는 것 같아 아쉽다. 사법 리스크든, 명품백 리스크든 선거 득실만 따지며 싸우는 모습에 기업인을 포함한 대다수 국민이 답답해한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기업인은 더 넓어진 경제 영토에서 대한민국이 재도약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하고, 수출 늘리려고 애쓰고 있다. 이제는 정치가 경제를 좀 밀어주고, 도와주면 좋겠다.”
최근 중기중앙회를 포함한 각종 경제단체는 물론 정부 부처까지 나서서 영세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촉구하고 있다. 법 확대 적용이 우리 경제의 모세혈관이라 할 수 있는 50인 미만 영세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국회 법안 처리를 기대하는 중소기업계의 목소리는 어떤가.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중대재해법 유예되나요’ ‘국회 쪽에 새로운 소식 없나요’ 물어와 미칠 지경이다. 어제 전북 전주에서 열린 호남권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400여 명이 왔는데 하나같이 ‘중대재해법 시행되면 다 죽는다’고 하소연하더라. 근로자 안전이 중요하지만, 우선 기업이 살아야 고용도 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강행된다면 아직 준비가 덜 된 중소기업은 속수무책으로 폐업 위기에 내몰릴 수밖에 없고, 그 결과 근로자들도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중대재해법 리스크가 그렇게 큰가
“정치인들에게 제발 현장 좀 가보시라고 간곡히 말씀드리고 싶다. 50인 미만 사업장을 가보면 말이 사장이지 같이 기계 돌리고, 영업 다니는 동료 근로자다. 만약 이런 회사에서 안전사고 발생해서 사장이 재판받거나 구속되면 그냥 회사 망한다. 절대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 경총이 작년 11월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1053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94%가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했고, 대한전문건설협회가 같은 달 781개 전문건설업체를 조사했을 때는 97%가 “관련 조치를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25일 국회 상황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는데
“중소기업을 법 적용 대상에서 빼달라는 게 아니다. 아직 준비가 미흡하니 법으로 2년만 더 시간을 달라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오직 국회뿐인데 정치권은 경제와 민생을 생각해 이런 절박함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다시 한번 읍소한다.”
☞김기문은 누구
1955년 충북 증평에서 태어나 1988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시계 전문 업체 로만손(현 제이에스티나)을 창업했다. 2007년부터 8년간 중기중앙회 회장을 지냈고, 2019년 다시 회장직을 맡아 전국 771만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