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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투자(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에선 현업 투자자가 왜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는지를 공유합니다. 이번 레터는 스파크랩의 김유진 대표의 투자 스토리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본격적으로 심화되기 시작한 2019년부터 노동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언급량이 늘어난 표현이 있다. 바로 ‘긱 이코노미’다. 긱 이코노미는 ‘임시로 하는 일’이라는 의미의 ‘긱(Gig)’과 이코노미를 합친 용어로서, 기업의 필요에 따라 임시로 고용되어 근무하는 업무 형태를 뜻한다. 여기에 한 개 이상의 직업을 통해 수익을 얻는 ‘N잡러’ 등의 키워드들이 급부상하며 특수고용근로자, 프리랜서, 1인 자영업자 등 기업 정규직이 아닌 노동 형태에 대한 관심도가 급격히 높아져 그 추세는 2023년 말 현재에도 지속 중이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1월 ~ 10월 기준 1인 자영업자의 수는 428만 2천여명으로 글로벌 금융 위기의 여파가 본격화하기 전인 2008년 이래 가장 많은 숫자로 나타났다. 이처럼 1인 사업자, 자영업자의 수는 해마다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이 겪어온 고질적인 문제, 즉 노동에 대한 대가를 제때, 제값만큼 받는 문제는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답답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2019년 10월 특수고용근로자 출신의 창업자와 팀원들이 직접 만들어 출시한 서비스가 바로 1인 사업자 및 소규모 자영업자 대상 모바일 ERP 서비스, ‘페이워크’다.

페이워크 손지인 대표와는 2020년 스파크랩이 운영한 한 정부지원사업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됐다. 이후 스파크랩의 정규 배치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적극 독려하게 된 이유는 바로 손 대표가 가진 업에 대한 진정성 때문이었다. 스파크랩은 투자 검토 시 창업팀이 갖춘 수많은 요소 중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대해 얼마나 진심인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

손지인 대표는 스스로 1인기업으로 일하면서 담당 프로젝트를 기간 내 성공적으로 완료하고도 대금을 제때 지급받지 못한 경험이 있었다. 청구 금액보다 더 적게 받기도 하고, 미리 협의됐던 지급 기한을 훌쩍 넘겨받는 경우도 있었다. 손 대표는 이런 경험을 통해 우리나라가 ‘돈을 달라’고 말하기 어려운 문화임을 절절히 깨달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시스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던 손 대표는 ‘누군가 그런 서비스를 만들겠지’하며 기다리기보다는 직접 팀을 꾸려 만들기에 나섰다. 저마다 몇 백만원씩의 미수금을 갖고 있는 팀원들이 모였으니 누구보다도 예비 고객들의 페인포인트를 잘 이해했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페이워크 손지인 대표. /스파크랩 제공

◇유료회원 전환율은 30%... 페이워크 통한 누적 거래액은 5000억원 돌파

본격적으로 스파크랩의 배치 프로그램을 시작한 페이워크는 진짜 고객을 찾는 일에 우선 집중했다. 서비스 극 초반에는 상당히 광범위하게 정의되어 있던 고객을 ‘고객 응대부터 견적 및 사후 결제 영수증 처리 등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혼자 짊어지고 있는 1인 기업’으로 재 설정했다.

무료로만 제공되던 서비스를 9900원으로 유료화하여, 실제 돈을 지불하는 고객의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했다.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며 이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고충이 무엇인지를 상세히 조사했다.

실제 고객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페이워크의 문제 정의, 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고객들은 프로젝트 완료 이후 발생하는 미수금 문제도 물론 겪고 있었지만, 특수고용근로자 간에 매일같이 일어나는 치열한 가격 경쟁과 미흡한 컴퓨터 활용 능력으로 지연되는 각종 서류 작업들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견적서를 늦게 보내면 일을 놓치기도 하고, 이동이 잦은 만큼 견적서, 영수증, 거래명세서, 세금계산서 등 고객이 요청하는 각종 중요 문서를 노트북이나 PC를 통해 일일이 작성해 빠르게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만났던 한 고객은 오랜 기간 동안 엑셀도 아닌 메모장 프로그램을 통해 복잡한 견적서를 작성하고 있었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가설 설정과 테스트를 통한 검증 작업을 반복하며 PMF(Product-Market Fit) 찾기에 주력한 페이워크 팀은 서비스 고도화에 매달려 2022년 1월 1인 자영업자와 5인 미만 사업장에 초점을 둔 서비스를 리뉴얼 론칭했다. 버튼 클릭 하나로 문서 호환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견적서를 거래명세서로, 청구서를 영수증으로, 세금계산서, 현금 영수증도 빠르고 쉽게 변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동 중에도 모바일로 쉽고 빠르게 문서를 작성은 물론, 카카오톡, 이메일, URL, 팩스 등으로 고객에게 발송할 수 있도록 편의성 또한 높였다. 그리고 고객 개개인의 데이터를 축적해 미수금 현황, 월별 현금 흐름 등을 맞춤형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비 단말기 신용카드 결제, 입금내역 조회 등 전반적인 결제 정산 관리 등 서비스 영역을 확대했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단 4개월 만에 2500명 고객 가입 및 누적 거래 금액 17억 원을 달성했으며, 페이워크 모바일 앱 설치 대비 회원가입률은 71% 이상, 회원가입자 수 대비 앱을 이용해 실제 한 번 이상 서류를 만들어본 이용자 수의 비율은 40%, 유료전환율은 30%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2023년 12월을 기준으로 2만4000명 고객 가입 및 누적 거래 금액 5000억을 돌파하며 놀라운 성과를 기록했다.

◇열정페이의 종언... 페이워크만 켜는 순간, N잡러도, 1인기업도 돈받을 걱정없도록

페이워크는 2022년 2월 스파크랩, VNTG로 부터 시드(Seed) 투자를 유치했으며, 같은 해인 2022년 12월 더인벤션랩, IPS벤처스,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PMF인베스트먼트, 하우인베스트먼트로부터 프리에이(Pre-A) 단계 투자를 연이어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올해 SBA 서울경제진흥원으로부터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서울형 TIPS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7월에는 LG U+가 사업자 통신가입자들을 대상으로 기업 운영 및 성장에 필요한 다양한 솔루션 상품들을 판매하는 U+ 비즈마켓에도 입점한 바 있으며, 12월 초에는 일본의 물류, IT 솔루션 서비스 기업 KCEE 주식회사와 일본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며 현지 시장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또한 하나은행 애자일랩 15기 기업으로 선정, 내년 상반기에 하나은행과 협력해 1인 자영업자와 5인 미만 사업장 대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페이워크의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손 대표는 ‘친구에게 송금할 때는 토스나 카카오페이를, 장을 볼 때는 쿠팡이나 컬리를 켜는 것처럼, 견적서나 영수증을 보내거나 돈을 받으려고 할 때는 자연스럽게 페이워크 앱을 켜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핀테크 기업으로서 페이워크는 그보다도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SaaS 요금제로 수익을 발생시키는 것에서 더 나아가, 수집된 거래 데이터를 활용해 소규모 자영업자 및 특수고용근로자를 위한 종합금융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장기적 목표다. 미처 자각하지 못한 불편함까지 해결하기 위해 고객의 목소리에 끊임 없이 귀 기울이고 있는 페이워크 팀이 SMB의 성장을 이끄는 핀테크가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페이워크의 손지인 대표. /스파크랩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