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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은 그리 친절하지 않다. 적게 낸다면 세무서에서 적극적으로 추징하지만, 더 많이 낸다고 해서 먼저 알려주거나 돌려주지 않는다. 납세자가 기존에 과다하게 신고된 세금을 세무서에 돌려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경정청구’라고 하는데, 많은 사람에게 낯설고 어려운 용어일 것이다. 매년 적게는 2조 원에서, 많게는 4조 원 이상의 세금이 경정청구를 통해서 환급되고 있지만 말이다.

이렇게 큰 금액이 환급되는 제도지만 경정청구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이때까지 대기업들이 대형 회계, 세무법인을 통해 경정청구를 신청하고 환급 받는 사례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만약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도 간단히 경정청구를 받을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그 자체로도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이 되고, 동시에 사회적으로 긍정적 영향력을 가진 서비스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재희 세무법인 혜움 대표세무사(사진 왼쪽)과 옥형석 혜움랩스 대표. /혜움랩스 제공

◇공학도 3명이 세무업에서 기회를 발견하다

2021년에도 프리랜서를 대상으로 간단히 세금을 조회하고 환급 받는 서비스가 존재했지만,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복잡한 경정청구 과정을 단순화해 주는 서비스는 존재하지 않았다. 작지 않은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혁신이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는 세금과 관련된 영역은 높은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당연한 전제로, 스타트업의 진입 자체가 적었을 것이라 유추할 수 있었다.

결국 택스테크(Tax-tech) 회사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세무에 대한 전문성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기존에 없었던 기술의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팀이 존재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기 때문에 혜움랩스의 옥형석 대표를 처음 소개받고 C-Level의 배경을 들었을 때 너무나 반가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먼저 혜움랩스 옥형석 대표는 LG전자 기술원 재직 중 파견으로 박사과정을 진학했고, 박사학위 중 고민 끝에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전부터 관련 기술을 연구했고, 스타트업 운영 경험까지 보유한 개발자 출신의 연쇄 창업가였다. 신승환 부대표는 기계공학 석사 과정 후 LG전자, 현대오토에버에서 100여 명의 조직을 리드하고 비즈니스를 이끈 경력이 있었다. 유태원 CTO의 경우 컴퓨터공학 석사 과정을 마친 후 SK텔레콤 및 딜리버리히어로 등에서 개발리더로 근무했었다.

이렇게 개발자 위주로 꾸려진 팀이 ‘혜움랩스’라고 한다면, 그 뒤에는 세무 전문성을 든든히 뒷받침해 주는 ‘세무법인 혜움’이 존재했다. ‘세무법인 혜움’은 2021년 이미 본점을 포함해 총 6개 지점을 운영하며 약 1,800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었다. 본점 및 지점화 사업을 통한 연 매출이 40억 정도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본점 뿐 아니라 양재, 역삼 등 전 지점에서 고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었고 우수한 세무사들이 꾸준히 세무법인 혜움에 합류하고 있었다. 재밌는 점은 ‘세무법인 혜움’의 대표 세무사인 이재희 세무사가 혜움랩스 옥형석 대표의 배우자라는 점이다. 개발자 남편과 세무사 아내가 힘을 합쳐 테크와 택스(세무)가 제대로 결합된 택스테크(Tax-tech) 회사가 만들어진 셈이다.

/혜움랩스 제공

◇벤처캐피탈, 삼겹살집, 약국도 쉽게 환급 받는 서비스

기존 스타트업을 위한 세무 서비스가 ERP와 같은 도구형 서비스인 데 반해 혜움의 세무 서비스가 채팅 기반의 비서형 서비스인 것도 주목할 만했다. 기존의 IT 세무 서비스들이 게시판 위주여서 즉각적인 답을 얻기 힘들고 메뉴 기반으로 대표가 직접 기능을 익혀야 하는 반면, 혜움의 서비스는 카카오톡으로 세무 전문가들에게 바로 물어보고 절세 팁을 추천받거나 서류발급까지 쉽게 할 수 있었고, 세무 대시보드를 통해 세무 현황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혜움의 세무 서비스의 고객 충성 지수(NPS)가 세무 서비스 평균인 -33점보다 높은 69점으로 뛰어난 충성고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었다. 앱 기반으로 대표가 직접 사용하고 챙겨야 하는 도구형 Saas가 아닌 챗 기반의 비서형 Saas에 새로운 기회가 있다고 봤다. 사업자의 금융 비서를 만들기에 혜움은 적합한 노하우와 뛰어난 팀을 보유하고 있었다.

세금 환급이라는 큰 시장이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고 이어서 좋은 팀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으니, 이제는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누구를 타겟으로 할까’의 단계로 넘어가야 했다. 혜움랩스의 전략은 AI를 활용해 사람이 일일이 관여해야 하는 기존의 경정청구 방식을 효율화하는 것이었다. 이를 스타트업을 포함해 중소기업, 소상공인 모두가 편히 세금을 조회하고 환급 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출시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개인이 아닌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정청구의 경우, 고려해야 할 제도나 법안들이 많고 수시로 바뀌는 상황이었다. 과연 사람이 직접 하던 일을 기술이 얼마나 효율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그러던 찰나에 투자 검토에 참여한 한 회사가 혜움랩스의 세금 환급 기술 베타테스트에 직접 참여했다. 납부세액을 분석하니 약 5백만 원의 환급 세액이 나왔다. 혜움랩스는 추가로 47명의 사업자를 확보해 베타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참여 사업자 중 약 44%가 세금 환급을 받을 수 있었고, 평균적으로 약 1,000만 원을 환급 받았다. 3,000만 원 이상을 환급 받을 수 있는 대상자도 10%나 되었다. 고객 입장에서는 당연히 돌려받을 수 있는 돈임에도 마치 공돈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들 것이고, 이는 향후 강한 바이럴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혜움은 2021년 말 법인사업자용 경정청구 서비스 ‘더낸세금’을 출시한 후 2022년 9월 개인사업자용 경정청구 서비스로 확대하면서 빠르게 성장해 오고 있다. 23년 5월 기준으로 혜움을 통해 약 30만 사업자가 사용하는 서비스로 성장했으며, 법인사업자들의 경우 평균 1,050만 원, 개인사업자들은 평균 594만 원을 환급 받았다.

최근 혜움랩스는 선릉역에서 식당을 운영하시는 한 사장님의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더낸세금’을 통해 직원 한 명 분 월급액만큼을 돌려받았다고 했다. 특히 물가가 오르며 여러모로 힘든 상황에 환급액을 확인한 순간 감동이 커서 휴대폰을 여러 번 다시 확인했다며, 다른 소상공인들도 ‘더낸세금’으로 환급 받고 힘내길 바란다는 후기를 남기셨다. 이처럼 혜움랩스의 AI 기술 덕에 경정청구가 더 이상 대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 소상공인들도 충분히 혜택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됐다. 비단 환급 뿐 아니라 세무 서비스를 통하여 앞으로도 더 많은 사업자들이 세무에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더불어 혜움랩스의 서비스가 사업자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B2B 서비스로 자리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