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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는 사회공헌은 성립하지 않는다’. 4년전쯤 어느 저녁 자리에서 2시간 넘는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멤버는 프라이버시라 생략합니다. 결론은 이랬습니다. 돈이 있는 사람이 사회공헌을 하고 싶으면 기부하라, 버핏처럼 다른 좋은 재단에. 이름은 공개해도 좋고 안해도 무방하다. 공개하는게 더 좋긴 하다. 나쁜 뉴스 투성이인 사회에 그래도 가끔 선행도 화제가 돼야한다. 무슨 사업체를 꾸려서, 사회공헌하는건 가급적 하지 말자. 결국은 부작용이 크더라. 그래도 도전해볼 가치는 기부보다 훨씬 크다. 장애인과 같은 그늘에 있는 분들이거나, 정말 최악의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좋은 기업이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수익모델을 갖추고 굴러가면 그 이상의 사회공헌은 없다.
고위드의 김항기 창업자는 이달초 쫌아는기자들과 인터뷰에서 ‘G허들링’라는걸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우연찮게 4년 전의 원칙에 맞는 도전입니다. 이름 붙인 허들링은 남극의 황제펭귄이 영하의 날씨를 견디는 방식입니다. 수백마리가 몸을 바싹 붙이고 모여서 체온으로 서로에게 온기를 줍니다.
가장 바깥쪽 황제펭귄은 체온이 떨어지면 안쪽과 바꿉니다. 아기 펭귄들은 안쪽에서 보호받습니다. ‘G허들링’은 붕괴 직전의 스타트업을 돕는 모델입니다. 기부이긴 하지만, 직접 기부는 아닙니다. 돕는 모델에서 누군가 돈을 손해보는 것도 아닙니다. 고위드 김항기의 [HowTo]는 G허들링입니다.
◇“남극에서 황제펭귄들이 사는법.. 허들링을 배워서 스타트업도 서로 허들링”
-G허들링? 고위드가 사회공헌에 몰두할 시점은 아니지 않나요? 고위드도 스타트업인데?
”아닙니다. 이 팀은 회사 업무시간에 일하지 않습니다. 업무 외 시간에 스스로 좋아서 본인의 시간으로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참, 저는 팀원이지 리더도 아닙니다. 지금은 고위드가 하지만, 자리가 잡히면 떼어낼 생각입니다.”
-다음달 1일부터 시작한다고요? 방식은?
“스타트업들은 상당수가 G스윗을 유료로 씁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스타트업들이 G스윗을 쓰겠죠. 고위드는 구글과 협상해 ‘도매가’로 싸게 가지고 옵니다. 규모의 경제를 고위드가 가지고 있으니까 가능한 협상인 것 같습니다. 고위드, 그러니까 ‘G허들링’을 통해 G스윗을 쓰면 15% 할인해줍니다.”
“물론 이미 할인을 받고 G스윗을 쓰는 곳들이 많겠지만, 비교해보면 꽤 많은 경우에 ‘G허들링’ 가격이 저렴할 겁니다. 통상 구글과 직접 G스윗 계약하면 많아도 5% 정도 할인 받거든요. 스타트업들은 좋은 일 하면서 손해보지 않습니다. 고위드도 손해를 보진 않습니다. 최소한의 운영비용, 그러니까 실경비는 제외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수익은 정말 ‘지금 여기서 쓰러질 스타트업이 아닌데, 아주 작은 운영자금이 없어서 위기인 스타트업’에게 줍니다.”
-고위드는 최소한의 운영비용?
”이게 해외이기 때문에 카드 수수료를 3% 이상 내야하고, 여기에 기타 비용 등등입니다. 구글과의 계약이기 때문에 도매가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스타트업에 15% 할인해 주고, 카드 수수료 등을 빼도, 남는 몇%가 존재합니다. 이걸로 기금을 쌓으려고 합니다. 목표는 연간 한 30억원 정도 모으는 겁니다. 이번에 재단도 설립했습니다. 왜냐면 공정하게 가야 되니까. 말로만 ‘공정하게’가 아니라, 재단을 설립해야 보다 공정해지니까요. 여러가지 면에서. 벌써 8개 기업 정도가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기금 보고서까지 다 낼 예정입니다. 투명하게.”
-잠깐요. 기존에 G스윗을 쓰는 기업도 G허들링으로 갈아탈 수 있나요? 더 싸니까?
”당연히 가능합니다. 구글 입장에서도 손해는 아닙니다. 고위드가 앞으로 G스윗을 더 많이 팔아줄 거니까요.”
◇“공헌이익이 나는데도 스타트업이 쓰러지면 안타깝다”
-조건없이 돈을 준다? 망할 것 같지만, 조금만 도와주면 살아날 것같은, 안타까운 스타트업에게?
”G허들링으로 G스윗을 쓰는 이용자의 이름으로 기금을 쌓습니다. 그 자금은 어려운 스타트업에게 줍니다. 망하면 안 갚아도 되는 조건입니다. 금리는 무이자입니다. 대신 안 망하고 다시 살아나면 기부 약정 같은 것도 받습니다. 예컨대 한번 꼬꾸라진 스타트업이 기금 지원받고 재기에 성공해 다시 100억 이상 밸류를 찍으면 나는 5천만 원 내놓겠다는 식으로요. 고위드도 재단에 기금도 좀 낼 생각입니다. 1차 수혜 기업은 정해놨습니다.”
-기금 줘봐야, 1~2억원일텐데 그게 재기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상은 공헌이익이 나는 스타트업입니다. 요즘 주변에는 비즈니스모델이 나름 탄탄하고 매출도 발생하는데, 이전에 과도하게 늘려놓은 조직 탓에 엄청난 적자에 빠진 곳들이 없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벤처캐피탈 투자를 받곤 했지만, 이제 그 길이 막히니 곧 쓰러집니다. 예컨대 100명 넘던 인력에서 10%만 남기는 구조조정을 진행한 스타트업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곧 도산하니까. 그런데 공헌이익이 나기 때문에 이렇게 고정비를 확 줄이고 나면 흑자가 나요. 월 1000만원, 2000만원 정도. 흑자나는 스타트업이 되는 거예요. 아주 규모는 작아졌지만요. 다시 뛸 수 있는 거죠.”
-공헌이익이 나는 곳, 그리고 고정비를 확 줄이는 혹독한 자기 고통을 감내한 곳을 돕는다는 건가요?
(@각주. 공헌이익은 매출액에서 변동비를 뺀 금액이다. 이론적으로 공헌이익이 나면, 규모를 키우면 매출과 이익이 상향 곡선을 그린다. 왜냐면 고정비는 별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주로 스타트업들이 공헌이익 모델을 정립하고 막대한 돈을 투자해 스케일업에 도전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고정비’가 무시되기 일쑤다. 순이익은 공헌이익에서 고정비를 뺀 개념이다. 결국 급작스럽게 사무실을 늘리고 창고를 짓고 직원수를 늘리면, 공헌이익이 나는데도 적자 규모는 엄청날 수밖에 없다.)
”요즘 꽤 있는 사례입니다. VC들이 100억, 200억원을 스타트업에 태웁니다. 공헌이익이 나는 곳이면 더더욱 높은 기업가치로 투자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가 어려워지면 주주(투자자)들은 돈 10원도 더 안 냅니다. 어차피 이 회사의 기업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망하면 결국 기존 지분은 다 털어버려야하는게 되니까.”
-구조조정하고 월간 흑자를 내면 안 도와줘도 알아서 생존하지 않나요?
”우리나라 스타트업은 대부분 사업 과정에서 채권을 지게 돼요. 여전히 이러저런 상황에서 채권이란게 생깁니다. 한국 경영자의 특징은 어려워지면 주위 사람들한테 엄청나게 돈을 빌려다가 집어넣잖아요. 하다보면 채권이 금방 10억원, 어떤 때는 30~40억 이상 쌓여있어요. 이제 이 회사가 구조조정하고, 월 2000만 원, 3000만 원의 이익이 나도 결국 죽어요. 채권 때문에. G허들링은 철저한 구조조정 이후에 월 한 번이라도 영업 흑자 전환한 기업한테, 다시 한번 도전하라고, 말하자면 ‘시드머니’를 2~3억원 주는 겁니다. 이런 기업에겐 정말 큰 돈입니다.”
-솔직히 고위드도 스타트업인데, 이 모델이면 그냥 고위드의 비즈니스모델로 삼고 수익을 가져가도 되지 않겠어요?
”고위드는 스타트업 수천 곳에 법카를 발행하고, 그 스타트업의 재무를 인식하고 있거든요. 이렇게 아픈 스타트업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게, 그래서 고위드예요. 그런 분들하고 교류도 가장 많고요. 이렇게 얘기하고 싶은 거예요. 옛날에 어려울 때, 그래도 저를 도와주는 형님들이 있었거든요. 도움을 갚으려니, 그 형들이 저한테 그랬어요. 난 됐으니까 다른 사람한테 갚아라.”
◇“스타트업 대표님, 그러지마요. 옛날 좋을때야 100억, 200억 그랬지만...”
-무한정 돈을 줄 수는 없잖아요. 상한선?
”예. 1억이나 2억원 정도입니다. 최고 3억밖에 못 드립니다. 연간 30억원씩 모아서, 20개 이상 스타트업을 돕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열심히 하다 망하면, ‘그래도 괜찮아’라고 해줄 채권자도 한명은 있어야죠. 어차피 다 기부된 돈이고, 고위드 입장에선 회사 계정에서 다 밖으로 나가 있는 돈이니까 괜찮아라고. 물론 혹시 나중에 성공하면 돈 갚고, 너도 기금 내서 다른 스타트업 도와야해라는 건 있습니다.”
-위기의 스타트업이라고 모두 고통을 감내하는 선택을 하진 않습니다.
“스타트업 중에는 말 그대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한 이후에, 이전에 분기에 40억 적자 나다가, 월 1000~2000만원 흑자나기도 해요. 실제 그런 사례가 있어요. 제3자가 재무제표를 보면 보여요. 공헌이익이. 근데, 다들 그때 망하더라고요. 저는 조언해요. “옛날 좋을 때야, 100억, 300억원도 안 커보였겠지만, 대표님, 그러지 마요. 처음 창업했을 때를 생각해요. 창업할때 1000만 원도 큰 돈이었잖아”라고요. 포기하지 말라고요.”
-’퀵 커큘레이션’입니다만, 2억원을 줘도, 부채가 40억원 있으면 일년치 이자 갚고 끝이잖아요?
”G허들링이 이런 자금 제공하면서 채권자들도 만납니다. 기다려달라. 어차피 죽으면 다 끝 아니냐고. 제3자이자 새롭게 돈을 넣는 우리가 가서 얘기해줍니다. 채권자 입장에선 어찌 됐든 같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이니까, 경청하기도 합니다. G허들링에 대한 개인적인 마음을 직원들한테 얘기했더니, 직원들도 동의했습니다. G허들링의 수익을 이렇게 외부로 주면, 더는 회삿일도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철저히 자원봉사로 시작했고 근무 시간에 이 일 안 하기로 마음 먹고, 직원들이 자의적으로 동영상도 찍어서 지금 보내고, 저도 거기 팀원입니다.”
-그래서 이름이 ‘G허들링’?
“남극의 황제 펭귄이 폭풍을 이기는 방법입니다. 가운데에는 새끼들이 있고 회전을 하는 거예요. 돌면서 겨울의 추위를 이겨내더라고요. 스타트업들이 겨울을 맞았으니, 지금이 허들링을 해줘야할 때다.”
◇김항기의 VC 비판 “코슬라를 인용하겠다. VC는 예술가의 영역이어야했는데 산업화했다”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고위드는 ‘벤처캐피탈의 돈’을 안받고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방식을 내놨습니다. 지난주 일요일 발행한 뉴스레터에서 그 방식을 소개했습니다. 민감한 대목은 ‘VC에 대한 비판’입니다. 혹시 기억이 가물하실까봐, 먼저 고위드가 6월에 벤처캐피탈의 대안으로 내놓을 ‘스타트업 대출 상품’에 대한 라운드업입니다. 지난 레터의 내용입니다.
뉴스레터 [스타트업]은 주 3회 발행하는 유료레터입니다. 오늘의 무료 콘텐츠는 여기까지 입니다. 전문의 절반을 공유합니다. 아래는 전문에 나온 부제와 질문입니다. 전문은 유료 구독자께 공개합니다. 2021년 3월 이후 발행한 모든 콘텐츠도 공유합니다. 감사합니다.
-6월에 내놓을 ‘스타트업 대출 상품’을 설명해주세요.
-제가 제대로 이해한게 맞나요? 확인요. 1년에 필요한 돈이 앞으로 120억원이다. 은행가서 120억원을 대출받는데 성공했고, 6월1일날 꽂혔다. 이율은 이때부터 나간다. 하지만 실제 돈은 매월 나가기 때문에 첫달엔 110억원은 그냥 다시 은행에 저리로 예치하고 10억원만 쓰게 된다. 110억원만큼의 이자는 손해에 가깝다? 빌려올 때는 7%로 빌리고, 예치한 건 1%라서 6% 날아가는 거다. 고위드는 120억을 떠안고 있을 필요없다는 것이고, 6월에 10억원만 빌려라?
◇“VC가 800% 수익냈다는건, 스타트업에 연 100% 이자 받았다는것 아닌가?”
-듣고보니 고위드 대출 상품의 경쟁자는 벤처캐피탈(VC) 아닌가요? 캐시플로를 고위드가 마련해주면, 스케일업하려고 시리즈B를 서둘러갈 필요가 없다는 뜻이 되잖아요?
-당연한 자본주의 논리 아닌가요?
-마켓컬리의 김슬아 대표님이 지분율이 낮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