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3회 발행하는 유료 뉴스레터 [스타트업]입니다.

@그때 투자(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에선 현업 투자자가 왜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는지를 공유합니다.

모든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가 찰나의 고민에 빠질 때가 있다. 바로 핸드폰을 아이의 귀엽고 작은 손에 쥐어주고 작동권을 허락할 때다. 보통 조용히 앉아있어야 하는 순간에 이루어지는 이 ‘핸드폰 수여식’은 영유아 부모에게 상당한 죄책감을 준다. 각종 언론에서 보도하는 영유아기의 동영상 콘텐츠 노출에 따른 여러 부작용은 이 죄책감을 배가시킨다. 한 번 쥐어준 휴대폰의 사용 시간은 아이도 부모도 모르게 점점 길어진다. 모든 것이 작고 네모난 모바일 기기에서 소비되는 시대다. 아직 말도 못하는 아이들에게 핸드폰을 쥐어 주고, 유튜브와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는 것은 육아에 지치고 바쁜 사회생활을 하는 젊은 부모들에게 외면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아이가 커 초등학생이 되면 아이의 위치를 파악하거나 직접 연락을 하기 위해 핸드폰을 사주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된다. 부모가 갖은 꾀를 내고 보상을 주고 딜을 하면서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 시기를 늦춰보려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만 2세 이전 영유아에게 스크린 형태의 미디어를 지속적으로 노출하는 것은 언어능력 발달과 기억력, 인지능력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WHO에서는 만 1세 미만의 아이는 전자 기기 화면에 노출되지 않아야 하며 만 2~5세 아이들은 하루에 1시간 미만으로 스크린 타임을 제한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에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에서는 영유아들에게 중독성 강한 영상 콘텐츠를 제한하자는 움직임이 확산되며 키즈 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독일의 ‘Tonies’, 영국의 ‘Yoto’와 같은 하드웨어 기업들이, 미국은 ‘Pinna’와 ‘Audible’ 등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들이 새롭게 등장하여 이미 큰 시장이 형성됐다.

영유아 스마트폰 노출. /하이닥 제

◇‘Mom Guilt’를 해결하려는 ‘코코지’ 창업자 박지희 대표

“아이들을 상상하게 만들고 싶어요. 오디오 콘텐츠는 무해합니다. 그리고 무한합니다.”

2021년 처음 만난 코코지 창업자 박지희 대표는 과도한 스크린타임을 해결할 수 있는 키즈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키즈 오디오 플랫폼이라니, 당시만 해도 국내에 전무한 분야였다. 박지희 대표의 이력은 화려했고, 자신감이 충만해 보였다. 요기요 공동창업자로, 회사 설립부터 참여해 요기요를 국내 유수의 배달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고 난 후, 렌딧을 거쳐, 스타일쉐어의 CMO를 막 그만둔 시점이었다. 휴지기 동안 박지희 대표는 글로벌 키즈 오디오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요기요의 초기 투자사인 팀글로벌(Team Global)에 아이템을 제안하여 이미 시드 투자를 받은 후 TBT를 찾아왔다. 첫 IR 미팅에서 왜 이 아이템으로 창업을 했는지 질문했을 때, 박지희 대표가 대답했던 창업 동기는 한 마디로 ‘맘 길트(Mom Guilt)’였다. 엄마의 죄책감, ‘맘 길트(Mom Guilt)’는 ‘대드 길트(Dad Guilt)’와 함께 관용어로 사용된다. 박지희 대표는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글로벌 호텔 체인 IHG(InterContinental Hotels Group)의 아시아 지역 총괄 디지털마케팅 매니저가 되고 요기요 부사장(CMO)이 됐다. 찬란한 사회적 성취였지만 맘 속에는 죄책감이 있었다. 치열하고 바빴기 때문에 아이 손에 조금 더 쉽게 휴대폰을 쥐어 줬고 아이패드를 줬고 잠자리에서는 따뜻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지 못했다. 회사 서류 작성과 발표 준비로 집에서도 새벽까지 컴퓨터와 씨름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박지희 대표는 워킹맘이기에 아이에 대한 죄책감이 컸고 아이에게 빚진 마음이 코코지 창업의 근원적인 원동력이 됐다고 고백했다.

사실, 워킹맘이건 전업맘이건, 워킹 대디건 전업 대디건, 모든 부모가 정신없이 바쁜 시대다. 아이들과 충분하게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은 부모 모두가 갖고 있다. 항상 미안함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엄마가 돌봄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많은 한국 사회에서는 워킹맘의 죄책감은 더욱 극대화된다. 육아에 대한 고민과 어려움은 아빠들도 마찬가지이다. 필자도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입장에서, 박지희 대표의 창업동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새로운 제품이 성공하려면 사람들의 숨겨진 욕망(Unmet Needs)을 뾰족하게 찾아내야 하는데, 박지희 대표가 준비하고 있던 키즈 오디오 제품은 이러한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고 싶은 부모들의 마음을 충분히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코코지하우스와 아띠. /코코지

◇아이들이 스스로 작동시키는 코코지, 육아가 쉬워진다

코코지는 2022년 2월에 오디오 디바이스인 코코지하우스와 아띠를 출시했다. 아이들을 위한 하드웨어로서 철저히 아이들 입장에서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기획된 제품이다. 마치 예전의 CD 플레이어와 작동방식이 유사하다. 콘텐츠를 재생하는 플레이어인 ‘코코지하우스’와 코코지하우스에 넣으면 콘텐츠가 재생되는 귀여운 개별 CD 개념의 ‘아띠’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아띠를 코코지하우스에 넣으면 특별한 동작없이 해당 콘텐츠가 재생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아이가 스스로 아띠와 코코지하우스를 주도적으로 만지고 사랑하고 작동시킨다는 점이었다. 기존에도 오디오를 재생하는 방식의 교육기기는 많이 있었지만, 아이들이 직접 애착을 가지고 하드웨어를 조작하는 기기는 없었다. 제품 후기에서도 아이들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띠를 찾을 정도로 좋아하고, 코코지하우스에서 나오는 이야기와 노래를 들으며 잠든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부모들이 억지로 가지고 놀라고 할 필요가 전혀 없고,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부모들의 만족도는 상당하다. 고객의 Lock-in 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아띠의 판매개수가 출시 1년만에 14만개를 돌파해, 한번 경험하면 계속 사용하게 되는 코코지의 가치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제품의 디자인과 컬러감도 강점이다. 눈 덮인 집을 형상화한 코코지하우스, 요정 모양의 아띠는 그 디자인과 마감이 집안의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해도 충분할 정도로 매우 훌륭하다. 아이들의 안전을 고려해 부드러운 곡선으로 설계하고, 코코지만의 감성적이고 유니크한 디자인을 완성했다. 그래서인지, 2022년 2월 출시 이후 한달 만에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2022에서 프로덕트 디자인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올해, 코코지의 글로벌 진출 시작

앞줄 가운데 박지희 대표와 코코지 팀원들. /코코지

코코지는 올해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첫번째로 2년간 준비했던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을 론칭한다. 박지희 대표는 회사 설립시점부터 콘텐츠 플랫폼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시작했다. 국내에도 이제 여러 오디오 플랫폼이 있지만, 코코지처럼 아이들의 애착 디바이스를 통해 부모와 함께 교감하며 오디오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돋보인다. 아이들 눈 높이에 맞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키즈 오디오 서비스라는 점에서 코코지에 대한 투자 결정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하드웨어 사업도 매력적이지만, 하드웨어와 콘텐츠 플랫폼이 결합되어야 사용자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는 박대표의 신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코코지는 올해를 기점으로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키즈 오디오 테크 기업으로의 입지를 굳히게 될 것이다. 이 플랫폼을 통해 아이들 연령별로 제작한 코코지의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계속 제공되고, 외부의 콘텐츠 생산자들도 자유롭게 입점하는 마켓플레이스도 함께 만들어져 국내 키즈 오디오 콘텐츠 생태계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베타테스트 기간 동안 고객들의 상당수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자발적으로 추가 구매를 시작하는 양상으로, 서비스가 본격화되는 시점에는 하드웨어와 디지털 플랫폼을 함께 구매하는 패턴이 자연스럽게 정착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코지 팀은 계속해서 새로운 아띠를 시장에 출시하고, 동시에 디지털 콘텐츠 추가 판매를 통해 수익성을 지속 확보할 계획이다.

두번째는 글로벌 시장 진출이다. 언어의 장벽이 낮아지고 콘텐츠의 경계가 사라진 시장에서 해외진출은 코코지가 가야만 하는 길이다. 키즈 오디오 시장이 이미 활성화된 미국과 유럽 뿐 아니라, 교육열이 높은 아시아 시장에서의 코코지의 성공 가능성은 매우 높다. 미국 주간지 타임이 발표한 ‘2022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 100′에 ‘핑크퐁 아기상어’를 만든 더핑크퐁컴퍼니가 하이브와 나란히 선정된 것은 한국 키즈 콘텐츠의 잠재력을 반증한다.

코코지의 올해가 특히 기대되는 것은 끈기 있는 창업자가 만든 로드맵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TBT는 Pre A 또는 Series A 단계와 같이 초기에 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이다 보니, 창업자에 대해서는 여러모로 철저하게 검증한다. 투자 과정에서 대화하고, 그 이후 만나왔던 박지희 대표는 유니콘이 될 스타트업의 창업자가 갖추어야 할 총명함, 학습능력, 소통능력, 실행력 및 영업역량 등 모든 면에서 존경스러운 창업자였다. 고등학교 시절 이민간 낯선 뉴질랜드에서의 학창시절, 글로벌 기업의 퍼포먼스 마케터로 성장하는 과정과 스타트업으로의 과감하고 진취적인 도전을 통해 큰 성공을 만들어낸 경험은 다른 창업자들은 갖추기 어려운 큰 자산이다. 박지희 대표를 중심으로 코코지 팀이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의 ‘맘 길트(Mom Guilt)’, ‘대드 길트(Dad Guilt)를 해결하는 시발점이 바로 올해가 될 것으로 자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