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3회 발행하는 유료 뉴스레터 [스타트업]입니다.

출시 1년 6개월 만에 KT, LG디스플레이 같은 대기업, 야놀자, 쏘카 같은 스타트업 등 국내 3000여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한 곳이 HR SaaS(구독형 소프트웨어) ‘그리팅’입니다. 다들 들어본 적이 없을 겁니다. 왜냐면 그리팅은 구직자를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 오로지 기업의 인사담당자를 위한 서비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팅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은 두들린입니다. 두들린의 이태규(28) 창업가는 기업에 취직한 경험이 없습니다. 대학생 창업입니다. 이공계도 아닌 문과(한국외대 중국어통번역학과) 출신입니다. 인사팀에게 어떤 페인포인트가 있는지, 뭘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없었을텐데 말입니다. 궁금합니다.

1년6개월의 빠른 성장에 투자 유치도 순항입니다. 이달 15일에 뮤렉스파트너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알토스벤처스, 퓨처플레이, 슈미트, 프라이머로부터 106억원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투자 유치 빙하기에 부러운 스토리입니다. 요즘 B2B 스타트업, SaaS 스타트업이 대세라는데, 그 대세의 한 귀퉁이를 잡은 걸까요. 이태규 대표에게는 그만의 다른 고민이 있을까요. 투자 유지 직후의 그를 쫌아는기자들이 만나봤습니다.

두들린 직원들이 타운홀 미팅을 하고 있는 모습. 두들린은 주요 안건을 전 직원들과 한 달에 한번 공유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두들린 제공

◇인공지능하다가 피봇... 106억원 투자 유치

-그리팅은 HR SaaS(구독형 소프트웨어) 서비스입니다. 좀더 설명부탁합니다.

“채용 과정을 편리하게 해주는 서비스인데요. 채용 공고를 만들고, 이를 다양한 채용 사이트에 뿌리고, 지원자 원서를 받고, 면접 일정을 잡고, 합불 여부를 알려주는 일련의 과정을 아우르는 서비스입니다. 쉽게 말해 인사담당자들이 사람을 뽑을 때 일주일 내내 하는 일을 5분이면 끝내주는 거라고 보면 돼요.”

-106억 투자를 받았는데, 본인이 보기에 빠른 투자 유치의 비결은?

“투자 유치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완료했습니다. 그냥 러프하게 한번 얘기를 해보면은 이런 겁니다. 사실 요즘 채용 시장이 엄청 안 좋아요. 왜냐하면 경기가 안 좋아지니까. 기업에서 가장 먼저 줄이는 것 중 하나가 채용입니다. 채용공고 수가 많이 줄어들었어요. 하지만 스타트업이나 작은 기업은 그렇다 쳐도, 아직 규모가 큰 기업은 또 그렇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채용을 돕는 좋은 소프트웨어가 있으면, 가격이 합리적이면 커다란 기업들에서는 많이 도입하려는거 같습니다. 이 때문에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고, 역성장이 나오지 않거든요. 투자사들이 이런 점을 높게 산게 아닐까요. 투자를 빨리 결정해 준 것 같습니다. 물론 두들린이 2021년, 2022년에 보인 성장세와 성과가 큰 역할을 한 거 같기도 하고요.”

-HR 사스, 경쟁자 없는 시장을 잘 파고든게 더 중요했던거 아닌가요.

“네 맞아요. 정말 단기간에 시장을 빨리 장악했어요. 별다른 경쟁자가 없던 상황이었거든요. 투자 과정에서 들어보니, 지난 2년간 낸 성과들이 다른 글로벌 SaaS기업 상위 25% 매출 성장세보다 한 세 배 빨랐다고 하시더라고요. 두들린은 2021년 7월 그리팅을 정식 출시했는데, 1년 6개월만에 누적 고객사 3000여 곳을 확보했습니다. 지금 그리팅을 쓰는 고객사는 KT, LG디스플레이, SSG, 넥슨 같은 대기업부터 야놀자, 쏘카, 직방 같은 스타트업까지 다양해요.”

◇중견기업들도 채용 절차를 엑셀로 진행하는게 현실...두들린이 그 문제를 해결했다.

-지난 2년간 성장세는 드라마틱했습니다. 인정. 하지만 시장상황을 보면 앞으론 그런 성장 커브가 나오긴 힘들진 않을까요.

“채용시장 둔화를 작년 7월에 처음 확인했어요. 당시 저희 주요 타깃은 주로 스타트업이었거든요. 그때부터 어렵다는 기사가 엄청 나왔죠? 딱 그 시점부터 공고도 엄청 줄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중견기업 이상 급으로 서비스를 팔아보자 기획을 했고 기능을 만들었습니다. 최근에는 이제 중견기업, 대기업 고객이 실제로 늘어나기 시작했고요. 고객 수 증가세가 2년 전보다 둔화한건 맞지만, 결제액은 훨씬 커진 상황입니다. 매출 성장세가 줄지 않은거죠.”

-중견기업 이상이면 자체 ERP가 있지 않나요? 왜 스타트업의 SaaS를 쓸까요?

“생각보다 그렇지 않습니다. 인사 채용 관련 자체 시스템을 갖춘 곳들은 10대 대기업 정도?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아직도 엑셀로 관리하거나 옛날 소프트웨어를 쓰곤 합니다. 그러다보니 인사팀, 담당자들이 업무하기가 너무 불편했는데 그동안 대안이 없었던 거죠. 중견·대기업 고객을 잡기 위해 보안에도 신경을 더 썼습니다. 최근에 한국인터넷진흥원으로부터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도 받았거든요. 그러다보니 입소문이 잘 나서 고객이 고객을 물고오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기업은 보안이 까다롭습니다. 그런 대기업들이 선뜻?

“채용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고싶다는 큰 골자는 거의 비슷하지만 보안에 대한 허들이 다릅니다. 대기업은 자체 보안 부서가 있어서, 항상 최종적으로 보안팀과 만나 협의후 결정해야 하는 과정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작년 초에 저희가 CISO도 외부에서 모셔오고, 최근에 ISMS 취득도 한 거죠. 또 지원자 규모가 다릅니다. 유니콘급 스타트업이나 대기업은 지원자가 정말 많아요. 쏟아지는 지원자와 이력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UI적으로 대응해드리고 있습니다.”

◇SaaS는 업뎃 느리다는 편견... 우리요? 2022년에 업데이트 700번했어요.

-’별도의 영업하지 않는다’라는 주의라고 들었습니다.

“맞아요. 저희는 따로 영업을 뛰지 않습니다. 각 고객사에 집중하고 그들의 불편을 빨리 해결해주고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해주다보면 이걸 쓴 인사 담당자들이 주변에 소문을 잘 내주세요. 예를 들면 처음 한 회사가 두 곳을, 두 회사가 네 곳을 이런식으로 계속 불어나가더라고요.”

-첫 SaaS 제품은 어느 정도의 완결성이었나요? 완벽한 SaaS를 준비하고 창업한 스토리?

“첫 고객사가 패스트파이브예요. 저희가 그리팅 서비스를 한달만에 만들어서 냈습니다. 그냥 일단 낸거죠. 고객사 니즈를 모르니 일단 빈 서비스를 내고 고객사가 필요한걸 붙여드리자 이런 콘셉트요. 첫 고객이 패스트파이브였는데, 거기 인사팀장님이 저희에게 ‘이게 필요하다 저게 필요하다’ 요구사항을 계속 드렸고요. 이걸 저희가 재빠르게 계속 붙여 드리니까 아예 기존 쓰던 유료 서비스를 우리 그리팅으로 바꿔주시더라고요. 무려 계약 기간도 남아있었는데요. 저희가 기능은 좀 적을 수도 있지만 빨리빨리 개선되는게 장점이셨거든요. 그 팀장님이 이곳저곳 소개도 많이시켜주셨습니다. 그러다 이제 아예 저희 회사로 합류하셨죠. 이걸 보고 ‘아 고객 만족의 최종 단계는 결국 우리 회사로 오도록 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편견이 있죠. SaaS는 외부 서비스다보니, 각각의 고객사마다 급한 요구상황에는 대응이 빠르지 않다고요. 결국 직접 하는게 빠르다고요.

“두들린 팀의 장점이 빨리빨리입니다. 업데이트 속도가 업청 빨라요. 2021년에는 업데이트 배포를 300번 했었고, 작년에는 700번 정도 했네요. 계산하면 하루에 두번 정도죠. 그리고 그 업데이트 방향이 고객이 원했던 기능들이었다는 평가를 받고요. 보통 B2B SaaS는 업데이트 속도가 빠르지 않아요. 고객분들이 보기에 저희가 한 4~8배는 빠르다고 말씀해주시니까요. 이러다보니 이탈률도 2%이하로 낮습니다. 글로벌 SaaS서비스들 보통 이탈률이 5% 정도거든요. 우린 절반 수준이죠. 이런게 저희 성장의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첫 실패의 이유, “2020년 3월 창업팀 6명은 취준생을 위한 인공지능 면접 서비스를 냈다”

-하루에 두번 업데이트하려면 대체 개발자는 몇명이 있어야할까요.

-두들린은 채용 기간도 오래걸리고, 신중한거 같은데요. 두들린과 핏하냐 핏하지 않냐. 뭘 보나요?

-창업 때는 HR SaaS가 아니였죠? 인공지능이었죠?

◇쉬는 시간에 권도균 대표께 막 뛰어갔어요. “저 좀 도와주세요. 조언 좀 주십시오.”

-실패의 원인, 저도 들어서알고 있습니다. ‘취준생 고객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거였죠? 아무리 취준생을 도와주는 서비스를 잘 만들어도, 취준생은 그 서비스를 두번 다시 쓰지 않는다?

-처음에 5000만원 투자한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님과 인연의 시작은요?

-창업가의 개인적인 매력이 투자자에게 좋은 인상을 준다는 말, 믿는 편인가요?

두들린 이태규 창업자. /두들린 제공

◇투자 유치 성공? 창업가의 개인적인 매력? “숫자가 잘 나와서다”

-결국 숫자와 속도로 증명해야한다?

-투자자들 앞에서 PT는 어떻게 해요? 발표 스타일이 궁금합니다.

-106억원, 큰 돈입니다. 이걸로 뭘 하실 생각이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