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3회 발행하는 유료 뉴스레터 [스타트업]입니다.
@오늘 [그의 HowTo]에서는 원대로 님이 싱가포르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쫌아는기자 1호는 처음엔 ‘음, 평이한 이야기네’로 시작해서, ‘뼈 때리네, 맞는 말이지’에서 ‘다시 싱가포르, 이곳은 뭐였을까’로 끝났습니다. 경험의 주는 진솔함을 원하시면 마지막줄까지 읽기를 권합니다. 원 디렉터는 싱가포르서 주재원, 현지 법인장, 스타트업 현지 책임자, 그리고 본인이 현지 싱가포르 창업도 하면서 싱가포르 생태계를 지켜봤습니다.
요즘 한국 뉴스에 싱가포르가 자주 보이고, 한국 드라마에선 싱가포르가 중요한 금융 도시로 종종 등장하더군요. 불과 10 ~ 20년 전만 해도 아시아에서 글로벌 비즈니스가 가능한 도시로는 홍콩이 단연 1위였었는데, 어느새 그 지위를 싱가포르가 넘겨 받은 느낌입니다. 더구나 코로나 기간을 지나는 동안 싱가포르 국민들이 집에서 한국 콘텐츠를 더 자주 접하게 되면서, 싱가포르의 한국에 대한 관심과 호감도 역시 크게 높아졌습니다. 이래 저래 날이 갈 수록 한국과 싱가포르간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작년 한 해 싱가포르를 찾은 한국 관광객은 10만명 정도로 10위나 되네요. 코로나 직전엔 연간 70만명 가까이 되었답니다.
한국에서 싱가포르를 보는 인상은 마치 아시아의 강남을 보는 느낌일 것 같습니다. 세계 10위권의 인당 개인 소득, 90%가 넘는 자가 보유율, 한국의 몇 배나 되는 자동차 값, 화려한 도심의 야경, 잘 정비된 도시 인프라와 녹지, 영어가 공용어, 늘 세계 1, 2위를 다투는 최상위권 치안 수준, 중국/홍콩은 물론 전세계 부자들이 돈을 가지고 몰려드는 금융 중심지, 동남아의 허브. 제가 처음 싱가포르에 온 2000년대 중반과 비교해도 현재의 싱가포르는 엄청난 발전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지, 지난 몇 년 간 싱가포르를 방문하거나 실제 진출한 한국 스타트업, 스타트업 지원기관, 벤처캐피털이 부쩍 늘었습니다. 정부 지원기관만 해도 NIPA(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싱가포르 인큐베이팅 센터, 중소기업부 산하 KSC (Korea Startup Centre) 싱가포르, 문화관광부 산하 싱가포르 관광기업지원센터(KTSC), 세계 어디에나 있는 KOTRA 싱가포르, 금융기관에선 산업은행의 벤처 데스크, 최근 개소한 KB글로벌핀테크랩 등이 있죠. 이에 질세라 한국 벤처캐피털 역시 몰려들고 있습니다. 중국 사업을 축소하며 자연스레 동남아로 눈을 돌리는 추세 같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현지 투자 전문인력을 찾으려고 하니, 에이스가 아닌 데도 몸 값이 비싸고 그나마 뽑기도 어렵다네요.
주인공 격인 스타트업 역시 빠질 수 없죠. 싱가포르엔 다양한 스타트업 관련 전시회, 이벤트,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각종 경진대회, demo day(투자자 대상 사업 설명회)가 끊이질 않습니다. 더구나 한국 정부에선 여러 부처에서 경쟁적으로 해외 진출 스타트업을 선발해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전시회 참가 부스도 마련해주고, 참가 비용도 지원해 주고, 싱가포르 현지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참가 비용에 현지법인 설립 비용까지도 지원해 주더군요. 중앙 정부뿐 아니라 각 지방 광역단체별, 대학별로 싱가포르 진출이나 자금 유치까지 프로그램이 다양합니다. 역시 수출로 일어선 ‘수출의 민족’ 답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갑자기 이렇게 한국 기관들과 업체들이 몰려드는 걸 보니 뭔가 불안해 보이지 않으십니까? 네, 짐작하시는 그거 맞습니다. 결과적으론 10년 전 시작된 싱가포르와 동남아 스타트업 생태계의 첫번쨰 싸이클 끝자락에 몰려든 셈이 되 버렸습니다. 늦게 시작하더라도 제대로 잘 하면 문제가 없을 텐데, 아무래도 단기간에 급히 뭔가를 하려다 보니 곳곳에 빈틈이 많이 보입니다. 어차피 시행착오를 직접 겪고 나야 고유의 노하우가 생기는 법. 그간 제가 보고 겪은 경험담과 소견도 같이 나누려고 하니, 보다 나은 대안을 함께 모색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붕어빵 프로그램의 현실... “남의 돈(정부 지원금)으로 싱가포르 진출하러 오셨나요?”
싱가포르 진출을 타진하는 한국 스타트업에겐 몇 가지 패턴이 있습니다. 일단 한국에서 해외진출을 위한 정부지원 프로그램이나, 민간 기관의 육성 프로그램 또는 TIPS (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 같은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싱가포르에 첫발을 딛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시회에 참가할 경우 부스 비용을 지원받거나 단체로 마련한 부스를 사용하게 되죠. 스타트업 참가자들 중 해외 비즈니스 경험은 커녕 싱가포르가 첫 방문 경우도 많습니다. 전시회에 모니터도 설치하고 브로셔도 비치하고 들떠서 방문객을 맞이하지만, 전시회에서 당장 뭔가 이뤄질 리가 없습니다. 좋은 경험 쌓았다고 위안합니다. 나름 열심히 준비한 행사를 마친 후, 귀국하기 전에 시내 관광도 살짝 하고 저녁엔 유명하다는 식당에서 ‘싱가포르 칠리 크랩’까지 기념으로 먹어 봅니다.
한국 정부가 선발해 보내주는 싱가포르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몇 주간 모여서 현지 시장 스터디, 비즈니스 모델 개발, 사업 소개서 작성, 투자 발표 연습, 전문가 멘토링 등을 거쳐, 마지막엔 현지 투자자들을 앞에서 사업 소개를 하는 demo day까지 하게 됩니다. 보통 싱가포르 로컬 엑셀러레이터에 위탁을 하는데, 어라, 한국분들이 주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은 유럽 업체가 주관을 하는군요. 멘토링이나 demo day에 초대받아 가서 참가 업체들과 다른 멘토들, 투자자들을 둘러봅니다. 전직 대통령이 했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다 아는 사람들이구먼”. 이전에 선발되어 왔었던 스타트업이 다른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또 왔군요. 이미 엑셀러레이팅 단계를 끝냈어야 할 업체인데, 해외 엑셀러레이팅만 몇 년째 참가하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이들 중에 싱가포르 현지에서 투자를 받은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혹 현지 투자를 받거나 실제 현지법인 설립이라도 하게 되면, 관련 지원 기관들은 실적 집계하느라 바빠집니다.
이 즈음 되면 과연 해외 ‘진출’이 목표인 지, 진출 ‘지원’이 목표인 지 헷갈릴 지경인데요. 각자 자리에서 자신의 할 일을 열심히 하시는 분들을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이런 구성원들의 노력과 시간, 자금이 어떤 결과를 만들고 있는 지 살펴볼 필요는 있습니다. 굳이 해외, 싱가포르까지 올 필요가 없는 곳인데, 지원해준다고 하니 한번 와 본 곳도 있겠죠. 자기들 자체 예산이었으면 차라리 국내 마케팅 비용으로 썼을 곳도 있을 거고요.
제가 알기로 전세계에서 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한국처럼 직접 지원하는 곳은 거의 없을 겁니다. 싱가포르만 해도 자국 스타트업의 해외진출 비용 지원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수출, 해외 진출, 글로벌화가 중요한 화두인 한국이지만,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가 당초 국내용으로 개발되어 굳이 해외 진출이 필요 없는 곳까지 해외로 유도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러다 보니, 싱가포르 현지인들이 실제 만나게 되는 한국 스타트업이 이들의 당초 기대에 못 미칠 때가 많습니다.
◇싱가포르까지 와서 피칭하는데.... 어라? “다 아는 사람들이구먼”
싱가포르에 출장 오거나 해외진출 프로그램에 참가한 스타트업과 상담하다 보면 놀랄 때가 자주 있습니다. 자신들이 진출하고자 하는 시장에 대해 최소한의 사전 조사도 하지 않은 경우를 보게 됩니다. 이러다 보니 현지 스타트업 생태계 견학이나 전문가와 미팅에서 심도 있는 질문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이런 일이 잦을 경우, 이를 도와주는 현지 기관이나 담당자들이 업계 핵심 인사나 유명 업체 소개하기 꺼려집니다. 만나서 나오는 질문들이 구글링만 해도 답이 다 나오는 것들인데 굳이…
싱가포르 스타트업 생태계 견학을 오면 일정이 뻔합니다. 우선 싱가포르 스타트업들이 많이 몰려 있는 Block 71이라는 스타트업 단지를 방문하죠. 그리고 근처의 NUS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창업센터, 대표 유니콘인 그랩이나 쇼피, 라자다 등도 방문하는 일정을 잡게 됩니다. 외국인이 한국 와서 갑자기 네이버, 카카오 방문한다고 주요 인사 당연히 못 만나듯, 이런 곳 방문해서 분위기만 느끼고 입구에서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혹 한국인 임직원이 있으면 알음 알음 비공식 미팅을 잡기도 하죠. 정부 쪽 미팅이 필요할 경우, ESG (Enterprise Singapore, 한국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격)이나 EDB (싱가포르 개발청)을 방문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싱가포르로 출장 오거나 관광 올 경우 일정이 빡빡해서 동선이 제한적입니다. 서울로 치면 강남 테헤란로와 판교, 명동 정도 휙 돌아보고 가는 격이죠. 이러다 보니 실제 일반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외곽지역이나 중소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공단 지역은 구경조차 못합니다. 또 단체 버스나 전용 차량 이용이 잦은 관계로, 대중 교통을 직접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죠. 아이러니 한 건, 팔고자 하는 서비스나 제품의 잠재 고객들이 대부분 이런 곳에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굳이 해외로 나오지 말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현지에 직접 와서 체감해야만 알 수 있는 정성적인 부분도 많기 때문이죠. 다만, 어렵게 나오는 해외 출장이고 교육이니 만큼, 사전에 충분히 조사하고 공부하고 와서 최대한 시간을 아끼고, 좀 더 심도 있는 경험을 쌓으시라는 겁니다. KOTRA 사이트만 해도 싱가포르와 동남아 시장 자료가 차고 넘칠 거고, 유튜브엔 현지 스타트업 생태계 소개 영상이 잔뜩 입니다. 게다가 최근엔 ChatGPT까지 등장했으니 실로 정보 과잉의 시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출장을 위한 출장을 나오는 분들이 있기는 합니다. 한국 스타트업의 싱가포르 진출 방안을 조사하러 나오신 분이, 엑셀러레이터와 벤처 캐피탈이 뭐가 다른 거냐고 묻는 경우까지 있었으니까요. ‘정보’가 없는 게 아니라, ‘정보’를 찾고자 하는 ‘절실함’이 없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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