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3회 발행하는 유료 뉴스레터 [스타트업]입니다. 무료 가입은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3087 입니다. 무료 구독자에겐 본문의 절반을, 유료 구독자에겐 전문을 공개합니다. 유료 구독은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58656 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때 투자(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에선 현업 투자자가 왜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는지를 공유합니다.

베를린 쿠담(Kufürstendamm) 거리에서 방 2개짜리 집을 얻어 살 때였다. 우리집은 베를린 쇼핑 거리인 쿠담 거리 끝자락, 할렌제 호수 옆에 위치한 오래된 5층 다세대 주택이었는데, 어학원도 가깝고, 베를린 공과대학에서 무료로 개방하는 도서관도 가까워 어학원에서 만난 친구들의 아지트 같은 곳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었는데, 작업복을 입고 있는 젊은 독일 남자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하이쭝(Heizung) 검측 나왔습니다. 독일어 못해요? 영어는 할 수 있죠?”

그는 독일식 난방기기인 하이쭝의 사용량을 검측하러 온 엔지니어였다. 독일의 난방시스템은 한국의 바닥난방식과는 달리, 벽에 설치된 하이쭝(Heizung, 라디에이터)으로 공기를 데우는 방식이 대부분인데, 1년에 한 번 그 사용량을 검사하여 요금을 산정한다. 세입자는 1년 난방요금을 작년 난방 사용료를 기준으로 선지불하고, 1년 사용량을 측정하여 과지불한 사용료를 돌려받거나, 미지급된 사용료를 더 내는 식이다. 같은 건물이라 할지라도 집마다 거주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사용료가 다르고, 수십만원씩의 차이를 보이곤 한다. 나도 추위를 타지 않는 편이라 겨우내 하이쭝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고, 선지불한 사용료를 돌려받아 크로아티아 여행을 계획하기도 했다.

이런 시스템에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의 살고 있는 공간의 단열 성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단열이 잘되어 있을수록 난방에너지를 아낄 수 있고, 사람들은 더 나은 단열성능을 위해 공간을, 집을 개선해 나간다. 독일은 십여년 전부터 주택을 포함한 건축물을 거래할 때 그 집의 에너지 성능 평가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는 법을 만들었다. 단열 성능이 집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홈 인스펙션(Inspection·점검)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독일의 집들은, 한국 주거 60% 이상을 차지하는 아파트와는 달리 지어진 날짜도 제각각, 지어진 방법도 제각각이라,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집을 사려는 사람은, 대출을 실행하는 은행 주관으로 해당 주택에 대한 대대적인 성능 검사, 즉 홈 인스펙션을 진행한다. 만약 인스펙션 결과가 현재 집 가격에 맞는 수준이 아니라고 할 경우, 사기로 간주하여 은행은 대출을 실행하지 않는다. 집을 검사하는 인스펙터의 자격은 정부가 보증하므로 충분한 공신력으로 내려진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다. 은행 대출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인스펙터를 고용해 매물을 철저히 검사한다. 집을 팔려는 사람 역시 인스펙션이라는 프로세스를 당연히 받아들인다. 그들도 그 집을 팔고 다른 집을 구할 때 인스펙션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건물, 아파트, 단독주택들은 에너지 사용량이나 단열 성능 등은 부차적인 문제로 취급되어, 거주와 생활의 질이 아닌 부동산적 가치로 평가받기 십상이다. 집주인과 임대인 간의 첨예한 대립으로 공간에 대한 사용/활용과 유지/관리 등 거주자의 행위도 생활의 편의보다는 부동산적 가치의 훼손을 기준으로 제한받다 보니 양측의 불만만 지속적으로 양산해 내는 모양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입인은 부동산 가치로 매매가의 적정성을 판단하여 가부를 결정하고, 집의 외관을 둘러보고, 부동산 중개인의 간단한 설명을 듣고 집을 구매하는 게 보통이다. 집의 배관은 어떤 재질인지, 어디에 설치되어 있는지, 단열재 두께가 어떻게 되고 내단열인지, 외단열인지는 물어봐도 답을 구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살면서 문제가 발생하지만, 의무 수리 기간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다음번 집 살 사람이 떠안아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나마 신축 아파트의 경우, 입주 전 하자를 점검할 수 있는 기간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입주자들은 기한 내에 하자를 찾아내어 입주 전 수리를 요청할 수 있다.

홈체크의 이길원 대표. /홈체크

지난해 겨울, 홈체크라는 스타트업을 만났다. 홈체크는 국내 신축 아파트의 하자를 대신 점검해주는 홈 인스펙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일한 한국의 기업이었다. 보통 사람들이 10개 내외의 하자를 찾아내는 데 반해 홈체크의 전문가들은 70개가 넘는 하자를 발견하여 입주 전 수리될 수 있도록 입주자들을 돕고 있었다. 검사에 필요한 각종 장비는 물론이고, 검사를 수행하는 엔지니어들도 모두 기술자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가들이었다.

현재까지 점검 인력 700명을 이상을 보유하고, 누적 점검 세대는 3만세대를 넘었다. 2018년 3억이었던 매출을 기록한 이후, 알려지지 않던 시장을 개척하고 고객들의 니즈에 대응하며 연평균 62%의 성장률을 보이며 ‘22년 올해 37억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홈체크의 이길원 대표도 해당 산업의 전공자, 사업자 이상의 도메인 지식을 갖추고 있었고, 시장을 혁신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같은 팀의 시현 심사역과 함께 홈체크에 시드투자를 했다.

홈체크의 인스펙션 서비스가 현재 신축 아파트 하자 점검에 집중되어 있지만, 실제로 인스펙션이 필요한 영역은 구축 거래다.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모두 어떤 제품을 사고파는지 명확히 하여, 이후에 발생할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고, 선제적인 수리를 통해 우리 모두의 거주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앞으로 홈체크가 집주인의 인식 전환과 매입자의 의지 제고, 부동산 거래 시장의 트렌드를 리드해 나가야 할 중요한 역할을 맡은 셈이다.

건축을 잘 모르는 일반인이 집의 상태를 면밀히 체크하고, 집의 적정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따라서 전문가가 집의 상태를 대신 체크하고 수리 견적을 받거나 의견을 줄 수 있다면, 집을 구매할 때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 수억, 수십억원 가치의 집을 거래하면서 30만원 정도의 인스펙션 비용을 아까워한다면, 이후 수백만원, 수천만원의 견적서를 받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대한민국 부동산 거래 시장에서 홈 인스펙션은 추천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으로 자리 잡아야 할 시기가 왔다.

홈체크의 점검 모습. /홈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