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경북 고령군의 다산주철 제2공장. 농기계 부품 등을 만드는 주물 공장인 이곳에선 제품 표면처리 설비 ‘행가쇼트기’가 한창 가동되고 있었다. 사무실에선 직원이 실시간으로 쇼트기 전력 상황을 모니터링 중이었다. 이준호 부장은 “모니터로 유별나게 특정 시간대에 전력 사용이 많거나 과거보다 전력 사용이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을 확인하고 미리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다산주철은 전기 요금이 매출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에너지 다소비 회사다. 이 때문에 작년 12월 에너지 효율을 높이려 ‘FEMS(공장 에너지 관리 시스템)’를 도입했다. 덕분에 이 설비는 올해 전력 사용을 30% 줄일 수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다른 설비에도 도입을 준비 중이다”라며 “공장 전체의 에너지 사용을 관리할 수 있게 되면, 전기 사용을 지금의 절반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스마트공장 도입한 중소기업들, 최대 34% 에너지 절감
에너지 위기가 계속되면서 중소 제조사들이 에너지 절감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뿌리 산업에 해당하는 주물·도금·열처리 같은 업종은 전력 사용 자체가 많은 데다가 설비도 오래되다 보니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설비 부담에도 불구하고 스마트 공장을 도입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있다. 중소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비용이 생각도 못 할 지경으로 오르다 보니 효율 높이는 게 기업 생존이 걸린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다산주철처럼 제조 중소기업에서 에너지 절감을 위해 가장 많이 도입하는 것이 FEMS다. 공장 설비 에너지 소비를 측정하고, 실시간으로 각 공정에서 소비되는 에너지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사전에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수요에 맞춰 에너지를 공급하거나, 공정마다 문제점을 빠르게 파악해 에너지 낭비를 줄인다. 경북에 있는 한 주물업체도 일부 공정에 FEMS를 도입해 에너지 사용을 34% 정도 줄였다. 회사 관계자는 “전기 사용이 많은 주조로(爐)에도 제어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어서 더 많은 에너지 절감이 가능할 것”이라며 “전기 요금도 많이 올라 에너지 절감을 위해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고 말했다.
◇동선만 바꿔도 에너지 절감
에너지 효율을 높여주는 설비를 굳이 새로 들이지 않더라도 작업자 동선을 바꾸거나 일부 공정 자동화를 통해서도 생산 현장에서 어느 정도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지난 7일 오후 스마트팜을 활용한 야채류 가공·판매 회사인 팜에이트 공장 2층에선 야채 포장 작업이 한창이었다. 작업자 10여 명은 야채를 샐러드 용기에 담아 무게를 잰 뒤 곧바로 손을 뻗어 옆에 있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려놨다. 이전엔 작업자들이 일일이 직접 옆 공정으로 날라야 했다. 작년 12월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공장 효율 개선을 위해 작업장 2~3층에 컨베이어 벨트 6개를 설치한 뒤 작업 생산성이 크게 개선됐다. 생산량이 늘면서 에너지 효율도 30%가량 개선됐다. 팜에이트 관계자는 “앞으로도 흡기·배기 개수나 팬 방향을 조정하면 15~20% 정도 시간당 소비 전력을 더 줄일 수 있다고 보고 노력을 해나가는 중”이라며 “전국에 있는 다른 공장에도 같은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했다
유도등 제조사 지에프에스는 마지막 공정인 최종 품질 테스트를 할 때 직원들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약 30번 전기를 켰다 껐다 하면서 품질 점검을 해왔다. 그런데 최근엔 공정 자동화를 통해 수작업을 없애고 케이블만 연결하면 자동으로 전기가 들어오도록 설비를 바꿨다. 이 간단한 자동화를 통해 과거 100초가 걸렸던 유도등 100개의 품질 테스트 시간을 10초로 단축하고 전력 소비량 역시 20.8% 절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추문갑 경제본부장은 “중소기업 현장은 대기업보다 생산 설비가 많이 낙후돼 있다”면서 “중소기업들이 에너지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생산 설비 자동화를 할 수 있도록 정부와 대기업이 적극 지원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