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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차 스타트업 아이코어는 스타트업일까요? 세간의 ‘스타트업은 이런 것’이란 인식과는 동떨어졌을지도 모릅니다. 아이코어는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스타트업입니다. 장비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창업자 박철우(53) 대표의 이력은 이렇습니다. 카이스트 기계공학과를 졸업해 삼성전자 가전 연구원으로 입사해 1991년도에 세상에 없던 ‘전자동 물걸레 청소기’를 개발했고, 영상솔루션 업체 뷰웍스에서 연구소장으로 일할때 당시에는 회사 모두가 반대하던 스크린골프 센서 국산화를 혼자 밀어붙였습니다. 골프공 궤적과 비거리를 추적하는 골프존 GDR 센서와 카카오프렌즈 스크린골프의 센서가 박 대표의 프로젝트죠. 쉰살의 그는 왜 험한 소부장 창업의 길로 들어섰을까요?

쫌아는기자들은 세상의 모든 스타트업을 응원합니다. 열정과 신념에 넘치는 21살의 대학생 창업가도 좋아하지만, 지인과 술자리에선 의례 ‘탈모’ 대화를 꼭 하는 쉰살의 창업가도 응원합니다. 그게 어쩌다 창업이라고 할지라도, 그 창업의 무게를 견디는건, 제3자가 허투루 평가할 수 있는 고뇌가 아니란걸 잘 알기 때문입니다.

박철우 아이코어 대표가 경기도 안양 본사에 있는 자사 반도체, 디스플레이 검사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이 제품은 인간의 눈을 대신해 반도체 웨이퍼나 디스플레이 표면의 불량을 잡아내는 역할을 한다. 박 대표는 "기존 제품보다 검사속도는 4배 빠르고, 조명은10배 이상 밝다"고 했다. /아이코어 제공

◇창업팀 후배들이 찾아왔다, ‘같이 하자’고

“이제 쉰 넘는데 누가 또 이렇게 나와 같이 일하길 원하는 기회란게 있을까”

머신비전? 생소한 분야입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에 꼭 필요한 고성능 검사장비와 솔루션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에서 장비 분야인거죠. 머신비전은 카메라·광학계·소프트웨어 등으로 구성된 시스템을 통해 사람이 육안으로 웨이퍼와 디스플레이 표면의 결함을 판단하는 작업을 빠르고 정밀하게 대신해주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스마트팩토리의 눈이죠 한마디로. 디스플레이 패널이 커지고, 반도체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정밀한 검사 장비가 필요합니다.”

‘어쩌다 창업’이라고 들었습니다.

“카메라 모듈 기반으로 의료·산업용 영상솔루션을 하는 뷰웍스라는 기업 출신들이 함께 만든 회사입니다. 거기서 먼저 나온 몇 명이 각자 사업을 하다가 의기투합을 해 2018년 아이코어 법인을 세웠고, 이분들이 나를 찾아와서 “CEO를 맡아달라”고 했습니다. 당시 건강이 좀 안좋아서 뷰웍스를 그만두고 요양 중이었습니다. 다 아는 사람들이었고 영상솔루션 기술 개발·영업 부문에서 최고라고 자부해도 될 만한 분들이었어요.

그들이 말하길, “우리가 개발하려고 하는 분야는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다. 눈 역할을 하는 카메라, 렌즈, 조명 및 조명제어기, 자동초점 모듈을 개발할 거다”라고 하더군요. 들어보니까 이건 아이디어로 세상에 없던 걸 만드는게 아니라, 세계 최고의 정교한 기술로 제품을 만들어서 성공해야 하는 분야더라고요. 개발이 어렵고, 개발이 된다 하더라도 매출이 나오려면 최소 2~3년이 걸리는 분야죠. 딱 소부장 기업이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그대로였습니다. 잠시 생각하다가, 그 밥자리에서 바로 거절했어요.”

거절한 이유는요?

“저는 새로운걸 만드는걸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장’을 별로 안 좋아해서 학창시절부터 반장, 회장 은 물론이고 조장도 안 했어요. 평생 연구원으로 살았죠. 그런데 CEO는 제품 개발보다는 사람을 만나고, 법적인 일을 처리해야하고…그런 일에 더 몰두해야 하잖습니까. 후배들이 갈 고생길이 훤히 보이기도 했고요. 그 자리에선 거절했지만, 한 달 뒤에 결국 수락했습니다. 생각해보니, 내 나이 50이 넘어가고 있는데 앞으로 누가 나랑 일을 하자고 이렇게 끈질기게 따라올까. 다시 이렇게 뛰어난 직원들과 일할 기회가 있을 것인가 스스로 물어보니. 답이 나오더라고요. 대표를 맡기로 했죠.”

아이코어 직원들이 창립 3주년을 맞아 찍은 단체 사진. 국내 유명 영상솔루션 중견기업 뷰웍스 출신 멤버들이 주축이다./아이코어 제공

◇평생 연구원이었던 50대 창업가 “시드 투자도 정말 어렵더라”

뒤늦게 참여했으면 지분은?

“같이 일을 하려면 피를 섞어야한다는건 잘 알아요. 그동안 일해서 모은 돈을 많이 부었습니다. 첫해는 고생의 연속이었습니다. 아직 제품은 없지…우리 자신감과 기술력을 가지고 잠재 고객사를 만나 투자를 받고 그래야하는데. 한마디로 다니면서 썰을 잘 풀어야 하는 거였죠. 무슨 자신감에서였는지 2019년에 제품도 없는데 우리나라, 중국, 대만에 대리점을 만들었어요. 그동안 뷰웍스 시절부터 우리랑 쭉 거래해오던 대리점들이 아이코어 멤버만 보고 ‘제품만 나오면 바로 팔아주겠다’ 해서 성사된 거죠.

하지만 역시나 투자 유치가 힘들었어요. 대부분 ‘니네 기술력이 있는 거 같기는한데, 내년에 살아남아 있을 보장이 있느냐’ ‘그냥 우리 회사에 들어와서 함께 일하자’ ‘기술을 넘겨라’ ‘회사를 넘겨라’ 이런 반응이었습니다. 그러다가 포스코 홀딩스가 저희를 알아봐주고 벨류 55억원에 5억5000만원을 시드 투자했습니다.”

검사 장비는 진입 장벽이 높습니다.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카메라, 렌즈, 조명 및 조명제어기, 자동초점 모듈…. 다 기존 외국 업체가 있습니다. 그런데 비용이 비싸고 커스텀도 안 해줘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은 점점 미세해지는데, 유럽·일본 등 기존 업체의 기존 사양대로 검사를 해야하는거죠. 또 몇몇 업체가 독점을 하다보니 장비가 부르는게 값이에요. 그러다보면 국내 중소기업은 이런 검수기계조차 쓰지 못하고, 돋보기로 보는 수밖에 없죠.

또 검사장비 분야가 굉장히 보수적입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은 24시간 안 쉬고 돌아가는데, 검사장비가 뻗으면 큰일이잖습니까. 그래서 수년간 검증된 제품만 쓰는거죠. “신생업체 장비를 들였다가 사고가 터지면 누가 책임질거야”이 한마디에 아무도 안 쓰는 장비는 시장 진입도 어려운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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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작년 매출은 아직 10억원이지만”

시장 진입에는 성공했다고 보시는지요?

세상에 없던 기술이라는 말을 많이 하시네요.

고객사는 꽤 쟁쟁한데, 매출이 적어요.

매출 목표는?

박철우 대표는 카이스트 졸업 후 삼성전자 가전 연구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1991년 현재 로봇 청소기의 시초격인 전자동 물걸레 청소기 개발을 맡았다. 청소기가 물걸레를 빨고, 탈수도 하고, 그 물을 다시 빨아들이는 전자동 방식. 하지만 이 혁신적인 청소기는 불과 몇달만에 단종됐다고 한다. 박 대표는 "여름이 되자 물 썩는 냄새가 난다는 고객 클레임이 여럿 들어왔어요. 사람들이 청소 후에 청소기를 그냥 방치한다는 것을 간과했어요. 우리 제품은 물을 바로 비워줘야 하는 식이었는데... 재밌는 시도였습니다"고 말했다. /아이코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