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모니아를 수소로 분해하는 ‘크래킹’ 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한 연료전지 기술에서 저희 아모지는 단연 세계 최고입니다.”

지난 21일 미국 뉴욕 브루클린 본사에서 본지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한 우성훈 아모지(Amogy) CEO(최고경영자)는 “현대차를 비롯해 독일 만(MAN), 일본 미쓰비시·도요타 등 암모니아 기술을 개발하는 곳뿐 아니라 배터리 업체들도 저희 경쟁자”라며 이같이 말했다. 우 CEO는 MIT(매사추세츠 공과대) 한인 모임에서 만난 1989년생 동갑내기 3명과 함께 암모니아를 기반으로 한 연료전지 시스템 기업 아모지를 설립했다. 암모니아는 수소와 질소 화합물로 여기서 추출한 수소는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로 쓸 수 있다. 회사 이름인 아모지(Amogy)도 암모니아(ammonia)와 에너지(energy)에서 따왔다. 아마존·아람코 등 쟁쟁한 기업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지난 5월 25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스토니브룩대 연구개발공원에서 열린 아모지(Amogy)의 암모니아 기반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 트랙터 실증 행사에서 우성훈 CEO가 관련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아모지는 실증에 성공하면서 사우디 아람코, SK이노베이션 등으로부터 600억원가량의 투자금 유치에 성공했다. /아모지

◇아마존·아람코·SK 등에서 투자 유치

우 CEO는 “기업들은 그동안 암모니아를 수소로 바꾸는 기술을 스테이션(충전소) 등 대규모 설비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개발해왔다”며 “아모지는 이를 소형화해 차 안에서 암모니아를 수소로 분해하고, 이를 연료전지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새롭게 접근했다”고 말했다. 마치 휘발유를 차에 넣어 엔진을 작동시키는 것처럼 암모니아를 넣으면 연료전지가 전기를 만들어 중장비나 선박 등을 움직이게 하는 원리다. 그는 “그동안 암모니아를 수소로 바꾸기 위해선 아주 높은 온도가 필요한 데다 부가 장치도 많아 대형 설비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했다”며 “아모지는 독자 개발한 저온 활성 촉매 물질과 설계 효율화를 통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아모지는 지난 5월 5kW(킬로와트)급 드론과 100kW급 트랙터 실증에 성공하며 한 달 뒤 사우디 아람코, SK이노베이션 등으로부터 4600만달러(약 600억원)를 유치했다.

우 CEO는 포스텍 신소재공학과를 졸업하고 MIT에서 석·박사를 마친 반도체 전문가다.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를 거쳐 IBM왓슨 연구소에 근무하던 2018년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40세 이하 우수과학기술인에게 주는 ‘젊은과학자상’을 받을 정도로 촉망받는 연구자였다. 하지만 그는 2020년 돌연 IBM을 나와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우 CEO는 “20년 이상 바라보는 기초 연구가 내 성향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많았다”며 “조금 더 가까운 미래에 쓰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때에 지금 CTO(최고기술책임자)인 조영석 박사로부터 암모니아 연료전지 기술 가능성을 접하고 창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연봉 2억5000만원을 포기해야 했지만, 미련은 없었다고 한다.

◇”암모니아 연료 트럭·선박 내놓겠다”

우 CEO는 “창업 당시인 2020년 9월, 투자금 유치를 위해 전 세계 350여 VC(벤처캐피털) 홈페이지에서 이메일 주소를 찾아 무작정 메일을 보냈다”며 “그중 10곳 정도에서 답이 왔고, 영국 수소 전문 VC인 AP벤처스가 관심을 보이면서 회사 설립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고 했다. 2020년 11월 미국 뉴욕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공간인 뉴랩에 입주한 데 이어 이듬해 3월엔 법인 설립을 마쳤다. 사업 초기엔 뉴랩 내에 정해진 책상조차 없던 아모지였지만, 지금은 브루클린 사무실과 R&D(연구·개발)센터까지 마련했다. 직원도 75명으로 늘었다.

아모지는 6개월 안에 암모니아를 원료로 쓰는 대형 트럭을 내놓고, 1년 안에 선박을 선보일 계획이다. 우 CEO는 “국내 조선 3사는 물론 유럽 선박 기술 업체들이 암모니아 추진 선박에 관심이 많다”며 “장기적으로 운송 분야를 넘어 산업용 시장까지 진출해 탈탄소를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도 싸고 연료로서도 효율적인 암모니아를 기반으로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