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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투자(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에선 현업 투자자가 왜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는지를 공유합니다.

“제주도에서는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으로 만들어진 신재생에너지를 종종 버리고 있다는 거 아세요? 1년에도 몇 번씩 발전소가 멈춰요. 전기가 너무 많이 생산되곤 하거든요.”

식스티헤르츠 김종규 대표님과의 대화는 매우 흥미롭게 시작되었다. 첫 대화를 나눌 때만 해도 반신반의하는 마음이었다. ‘설마?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 국가별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리기 위해서 총력전을 펼치는 상황에서도 전기를 버린다고?’ 사실 식스티헤르츠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전력망나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이해도가 깊지 않았던 나에게 식스티헤르츠의 사업 모델 역시 생소했다. 발전소면 발전소이지 발전소 없는 발전소 모델, 즉 가상발전소(Virtual Power Plant, VPP)라 불리는 소프트웨어 사업을 한다는 것이 선뜻 직관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까닭이다.

하지만 깊이 파고들면 들 수록 가상발전소는 미래에 필수적인 기술이었다. 가상발전소란 태양광, 풍력 등 소규모 신재생에너지의 분산 전원을 클라우드 기반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통해 하나의 발전소처럼 통합·관리하는 가상의 시스템을 말한다. 태양광, 풍력과 같이 기상 등의 조건에 따라 간헐성을 띌 수밖에 없는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량 등을 정확하게 예측하여 공금함으로써 화력 발전소 등을 대체하여 탄소 발생량을 줄이는 친환경 발전소이자 소프트웨어다. 물리적으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마치 물리적 발전소가 전기를 공급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가상발전소라고 부른다.

소규모 분산 전원이 늘어남에 따라 가상발전소는 점차 더 중요해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제주도에서 태양광 발전소는 총 12차례, 풍력발전소는 작년에만 총 64회의 출력 제한이 있었다. 쉽게 말하면 발전소를 멈췄다는 말이다. 전력 계통이 감당할 수 있는 양보다 많은 전기가 생산된 탓이다. 광량이나 풍량이 풍부한 육지 일부 지역에서도 출력 제한이 발생하고 있다고 하니 무턱대고 신재생에너지를 많이 생산하는 것이 능사는 아닌 것이다.

식스티헤르츠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한 회사다. 김종규 대표가 처음 연락을 주었던 때만 해도 그가 여전히 H사의 CTO로 재직 중이라고 알고 있었다. 식스티헤르츠를 창업할 당시에 김종규 대표는 이미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이름난 기술자였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독일에서 공부하며 보고 배운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전력사업자로 성장한 회사를 공동 창업한 CTO였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전력 사업자에서 일하며 김종규 대표의 문제의식은 친환경 전기를 생산하는 것을 넘어 전체 그리망으로 옮겨가게 되었고, 결국 창업까지 결심한 것이었다.

투자로 인연을 맺게 된 것도 드라마틱하다기보다는 무심한 한통의 문자가 발단이었다. 김종규 대표가 보내온 문자에는 간략한 소개와 식스티헤르츠가 갓 출시한 대한민국 햇빛바람지도의 링크가 들어있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당시에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은 갖고 있었지만 전력계통에 대한 지식이나 발전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기 때문에 해당 서비스를 제대로 이해하진 못했다. 오히려 업계에서 이름난 그가 새로 창업을 했다는 사실이 신기해서 연락을 했다. 그리고 거의 콜드 콜과 다름없는 방식으로 연결된 첫 미팅에서 김종규 대표의 이야기와 식스티헤르츠가 하려는 일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

첫 미팅 이후 투자에 대한 논의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국내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최고 전문가이자 사업화를 성공해낸 기술자라는 김종규 대표의 백그라운드, 날로 늘어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소와 출력 제한 이슈, 그리고 정부의 예측 정산금 제도 등이 맞물리며 기후 위기 해소는 물론이고 비즈니스로서도 성립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책 환경도 전망이 밝았다. 전체 전력망의 계통 유지를 위해서 한국 전력에서는 풍력, 태양광 등의 분산 전원으로부터 최소 하루 전날 발전량에 대한 예측 정보를 수신한다. 그리고 예측 오차/정확도에 따라서 예측 정산금이라는 인센티브 혹은 페널티를 부여하고 있다. 정확한 발전량 예측이 중요한 까닭은 전력망은 발전량이 수요에 크게 밑돌아도 광역정전(블랙아웃)이 발생하고, 반대로 발전량이 수요를 크게 초과해도 블랙아웃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식스티헤르츠라는 법인명도 우리나라 전기 주파수에서 따왔다. 우리나라는 전기 주파수를 60Hz로 정해서 전기를 공급한다. 블랙아웃 발생을 막기 위해 발전량이 부족해서 전기 주파수가 60Hz보다 낮아지면 발전 출력을 증가시키고, 반대로 발전량이 너무 많아서 전기 주파수가 60Hz보다 높다면 발전 출력을 감소하도록 제어하고 있다. 전기 주파수를 의미하는 식스티헤르츠의 목표는 전력망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최적 효율을 달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 때문에 식스티헤르츠는 소풍은 물론이고, 현대차 제로원 등으로부터 아주 빠르게 투자유치를 했다. 물론 가상발전소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동시에 준비되어야 한다. ‘스마트 전력망(Smart Grid)’, ‘분산형 에너지 자원(Distributed Energy Resources)’, ‘에너지 저장 시스템(Energy Storage System)’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식스티헤르츠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들의 발전량 예측과 발전소를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것이지만, 머지않아 ESS 등 여러 분산전원들까지 연결되리라 예상하고 있다.

김종규 대표와 식스티헤르츠는 단순히 에너지 산업 내에서의 혁신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미 에너지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큰 관심을 받고 있지만 식스티헤르츠가 소셜임팩트를 중심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믿는 김종규 대표는 초기 투자부터 주주 구성에 매우 고심을 했다. 그 고민의 결과로 식스티헤르츠는 소풍의 포트폴리오 기업 중에서도 드물게 기업 정관에 사회적 가치 측정 및 보고를 명시하고 있다. 식스티헤르츠의 기업 정관 중 소셜임팩트위원회 운영과 관련된 조항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본 회사의 사회적 성과 실현을 위하여 매년 사회적 성과를 측정하여 보고하기 위한 소셜임팩트위원회(사회적성과측정위원회)를 둔다.’ 그리고 지난 3월, 식스티헤르츠는 정관의 내용대로 주주총회 시즌에 맞춰서 임팩트 리포트를 보내왔다. 재무적 성과와 사회적 성과를 동시에 창출하는 이중 목표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은 많지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초기 기업은 매우 드물다. 식스티헤르츠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식스티헤르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