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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4~5년차, 스타트업이 궤도에 올랐다싶을쯤, 신문사에서 인터뷰하실래요라는 제안이 오면 다들 ‘한시간 정도 시간을 빼면 되겠지’ 생각하고 오케이할겁니다. 그리고는 곧 깨닫습니다. 어려운 건, 질문에 답하는게 아니라, 피사체가 되는 방법입니다. 팔짱을 끼고 카메라를 보면서 웃으면 될까요? 식상하죠? 이왕이면 널리 알려야할텐데, 회사를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하는데, 어떤 포즈를 취해야, 누가 봐도, ‘아, 이 회사는 이런 일 하는 곳이네’ 할까. 원티드랩의 이복기 대표가 2019년 12월 ‘차세대 유니콘 시리즈’라는 신문 기획 인터뷰에서 했을 법한 고민입니다. 그 결과물입니다.

2019년 12월 27일 이복기 원티드랩 대표가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현상수배 포스터를 들고 있는 모습. 사명인 ‘원티드랩’은 미국의 현상수배(원티드·wanted)라는 용어에서 따왔다. 지인 추천 구인·구직 서비스인 원티드는 채용 성공 시 합격자와 추천인에게 모두 50만원씩 ‘현상금’을 준다. /김연정 객원기자

◇스타트업 빙하기때 이직... “오히려 이직 주기가 짧아진다”

요새 투자를 마무리한 스타트업이 가장 먼저 뭘 하는지 아시나요. 여러 창업자와 인사담당자들에게 물어보니 채용 플랫폼 원티드에 올릴 회사 소개 사진과 채용 공고를 준비하는 일이라고 하더군요. 채용 플랫폼 원조도 아닌, 2015년에 시작한 이 회사가 어떻게 스타트업 채용 시장을 평정하게 됐을까요? 원티드는 7년 만에 개인회원 248만명, 기업 고객사 1만6730곳을 보유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이직 데이터를 보유한 스타트업이 됐습니다.

원티드 운영사 원티드랩의 이복기(44) 대표를 만났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액센추어 컨설턴트 출신입니다. 2013년 회사를 나와 ‘집단소송’ 대행 스타트업을 세웠다가 망했고, 외국인 대상 여행 체험 프로그램 중개 사업을 했다가 또 망했습니다. 세 번째 아이템이 바로 ‘지인 추천’ 채용 플랫폼 원티드였습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인재를 뽑을 때 학교나 직장 선후배한테 추천받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죠.

-28분기 연속 매출이 플러스입니다.

“올해 1분기 매출 110억원, 영업이익 12억4000만원을 올렸습니다. 창사 이래 최대 분기실적이에요. 28분기 연속 매출이 성장하고 있고요. 상장 후에는 구성원 로열티가 확 올라갔습니다. 스톡옵션이 손에 잡히는 보상이 된 거죠. 상장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즐거웠네요. 매년 두배씩 성장했고, 돌이켜보니 ‘이게 되네’라는 생각도 드네요. 앞으로 긱 이코노미, 클라우드, HR사스 이 세 트렌드에 맞는 신사업으로 성장하는 HR테크 기업으로 자리잡고 싶습니다.”

-원티드가 그렇게 잘 나가나요.

”우리나라에서 100억원 이상 투자받은 스타트업의 75%가량이 원티드로 사람을 뽑고 있습니다. 이제 투자받고 가장 먼저 원티드에 등록하는 것이 업계 루틴이 됐다고들 합니다. 스타트업 이직 채용 시장을 보면 원티드가 포지셔닝상 1위 사업자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국내 이직자 수를 따져보면 한 해 200만명 정도입니다. 여기서 우리 원티드가 커버하는 수가 합격자 기준 1%. 아직 시장이 어마어마하게 커질 수 있다는 거죠.”

-스타트업 ‘빙하기’때, 이직이나 채용 주기는 늘어지겠죠?

”요새 그런 질문 많이 들어요. 신기한 건 빙하기가 왔다고 채용을 줄이지는 않고 있다는 겁니다. 오히려 이직 주기가 더 짧아지고, 빨라지고 있습니다. 개발자 등 디지털 직군 수요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어요. 이 직군은 수요가 공급을 못 따라가는 상황입니다. 개발자들은 스타트업, 유니콘 가리지 않고 인기니까요. 그래서 원티드같이 효율적으로 채용할 수 있는 매칭 모델 필요성이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요새 비슷한 방식의 채용 플랫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네 좋게 생각하고 있어요. 요새 HR 시장에 뛰어드는 많은 경쟁자가 채용 시장을 같이 교육해나간다고 생각해요. 제가 사업을 처음 시작한 7년 전만해도 채용 광고 플랫폼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헤드헌터가 빈틈을 보완하고 있었고요. 막 수시 채용이 본격화하는 시점이었고, 모바일로 직업을 찾는 게 익숙해지는 시기였습니다. 타이밍이 좋았죠. 이제 우리보다 먼저 시작한 채용 플랫폼들도 전부 원티드를 벤치마킹하고 있지 않나요? 연봉의 7%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것도 업계의 새로운 표준이 돼가고 있습니다. 헤드헌터가 15~20% 떼어갔는데, 절반으로 줄었잖아요. 좋아하시죠 다들.”

-원티드 통하면 구직자의 합격률이 4배 이상이라고 들었습니다. 비결은.

”빅데이터입니다. 광고는 노출을 많이 하면 됩니다. 트래픽 모으는데 노력이 많이 들죠. 예전에는 누가 이 회사에 지원하고, 채용되고 이런 거 추적을 못 했어요. 이제는 매칭의 시대이고, 수시채용의 시대입니다. 우리는 7년간 쌓은 1만2000개 기업, 300만명 구직자 데이터로 충분히 기업과 구직자에 추천과 진단을 해 줄 수 있습니다. 합격 가능성, 일이 잘 맞을 가능성 이런 것들 말이죠. 이걸 AI가 분석해주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구직자가 혼자 일을 찾을 때보다 합격률이 4배 이상 높고, 구직 기간도 평균 90일에서 30일로 줄어들어요.”

◇이직 성공율을 높이는건, 8할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AI가 어떻게 구직을 도와주나요?

”이력서를 400자 정도 쓰면 원티드가 의미 있는 확률을 보여줍니다. 구직자와 어울리는 직업을 쫙 찾아보고 합격 확률을 보여주는 것이죠. 단 이력서를 상세하게 쓸수록 확률이 정확해집니다. 앞으로는 핵심적인 단어만 보고도 판단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입력 내용을 더 축소해 나갈 계획입니다.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많이 오해들 하시는데, 회사의 상사나 다른 사람들이 내 이력서를 볼까 봐 걱정되신다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리는 이직뿐 아니라, 커리어 콘텐츠와 커리어 성장 서비스도 제공하는 플랫폼입니다. 링크드인 가입한다고 다 이직 노리는 거 아니잖아요. 걱정하지 말고 원티드 한번 들어와 보세요.”

-AI 채용이 더 발전한다면.

”AI가 코칭해주는 시대가 조만간 올 거라고 봐요. 내가 연봉을 높이기 위해서, 더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 누구한테 멘토링 받으면 좋을까. 아니면 어떤 콘퍼런스를 가서 들어볼까. 내가 뭘 어떻게 하면 저 사람의 직위까지 갈 수 있을까 이런 옵션들을 보여줄 수 있는 거죠. 구글 서버 개발자나 글로벌 서비스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가정해봅시다. 만약 내가 건너 현직자를 소개받으면, 그동안 이분이 지나온 길만 공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AI코칭을 쓰면 저 직군이 될 수 있는 다양한 경로를 보여줄 수 있죠. 많은 현직자 데이터가 쌓이니까요. 1년 안에 이런 서비스를 내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근 채용 시장 트렌드는요.

”사람들이 더 이상 회사에 충성하지 않고, 한 곳에서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풍조가 당연해지고 있습니다. 회사 역시도 직원을 평생 책임지기보다는 ‘최고가 되어 떠나게 해주겠다’고 설득하는 상황이죠. 또 하나는 ‘공채 시대의 끝’ 입니다. 과거 기업들은 대규모로 인력을 채용하고 교육을 통해 기업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를 육성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어요. 하지만 코로나 이후 거대한 외부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인력을 내부에서 양성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됐죠. 이제 기업 내에 없는 역량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수시채용으로 전환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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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채용 트렌드는, 흠, ‘공채 시대의 끝’인 것 같습니다”

2022년 3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내 원티드랩 본사에서 만난 이복기 대표. /박상훈 기자

◇“일본 사업은 솔직히 순풍을 타지 못하고 있어요”

원티드 앱 캡쳐. 이 대표는 “한 장으로 기업을 소개할 수 있는 기업 프로필 사진에 가장 공을 들인다”고 했다. 초창기에는 이 대표가 고객사에 직접 가 프로필 사진을 같이 찍기도 했다고 한다. /원티드랩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