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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 뜬 ‘346억 미상환, P2P 탑펀드 대표, 구속송치. 사기 등 혐의’란 기사를 읽었습니다. 근거도 없이 화가 납니다. ‘테크놀로지가 의도적으로 사람들에게 사기를 쳤다’는 게 바로 P2P라는 녀석이 우리 사회에 던진 숙제인건가요? 온라인 투자 연계 금융(P2P) 비즈니스의 배를 째고 열어보고 싶어졌습니다.

만난건 렌딧 김성준. P2P의 장미빛 씨앗을 2015년에 뿌린 이는 바로 서울과학고와 카이스트 졸업하고 스텐퍼드 석사하다가 중퇴하고 렌딧을 창업한 그일 겁니다. 2016년쯤 처음 만났을때는 선한 눈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신용 평가 모형을 혁신해, 돈이 없는 이들에겐 현재보다 낮은 중금리를 주고 돈을 굴리고 싶은 중산층에는 은행금리보다 높은 이자를 주는, 진짜 ‘금융의 혁신’이란 걸, 당시 김성준 창업가는 선한 눈으로 말했거든요. ‘기술로 가능하다’고요.

편견없이 P2P의 모든 걸, 열어봤습니다. 아니죠. 쫌아는기자들이 이해하는 수준의 모든 걸, 입니다. 이번 인터뷰는 질문이 다소 거칩니다. 또한 질문-답의 순서를 재조정하지 않았습니다. 통상은 인터뷰 글을 쓸땐 질문 순서를 바꾸고 재밌는 대목을 앞으로 빼는 등 독자가 읽기 편한 글을 쓰지만 이번엔 예외입니다. P2P의 명암을 모두 보기 위함입니다.

이 한장의 사진이 우리나라 P2P의 시작점일지 모릅니다. 2015년 2월, 렌딧 창업 전의 김성준 대표가 몇몇 친구들과 함께 노들역 근처 에어비앤비에서 합숙할때 사진입니다. 렌딧이란 사명을 짓는 워크샵이었답니다./사진 렌딧 제공

◇규제 탓에 비스니스가 막힌 3년간 버티고 또 버틴 렌딧

-렌딧은 창업 8년차죠? 창업때 이상과 2022년의 현실간 격차는요?

만으로 7년입니다. 8년 차쯤 됐죠. 15년 3월 창업했죠. 이상과 현실 격차라. 20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 얘기를 해야하네요. 그때 P2P금융업법이 통과됐거든요. 그게 통과가 안 됐으면 사실 창업이란 공을 던졌지만, 아예 공이 생각지도 않은 방향으로 튀면서 산업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을 거고요. 다행히 그 관문이 지났고, 다시 방향성은 창업때 그린 그림과 같아졌어요. 좀 아쉬움은 있어요.

렌딧이나 P2P 산업이 발전할 시간이 2~3년 늦어졌다는 것도 그렇지만, 중간에 사건 사고가 많아졌고 법제화는 늦어졌고 소비자 보호나 산업 육성을 제대로 할 근거 법령은 없었던 시기가 길었고요. 다들 많이 아시는 P2P 사고터지고 실제로 형을 사는 사람도 있다든지. 산업이 한번 크게 신뢰를 잃은거죠. 잃어버린 시간은 질적으로 타격이었죠.

하지만 처음 그렸던 트레젝토리(trajectory, 미사일이나 공을 던졌을때 방향과 궤도)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산업 차원에서 회복해야 하는 시간이죠. 스타트업이 (규제의 고통까지) 감내하고 견뎌야한다는건 아쉬움이 분명히 있죠.

-잃어버린 3년의 갭? 대체 렌딧은 무엇을 잃었나요?

많이 사람들이 P2P를 개인 간 거래라고 많이 오해하는데, 사실 해외의 발전 방향성을 보면 리스크 평가 능력이 훨씬 우수한 기관들 참여가 더 많아요. P2P에 자금을 대는데 대형 기관 비중이 큰거죠. 비중이 기관이 90%지만, P2P 산업에 들어오는 절대 금액이 크다보니, 개인들의 투자 금액도 커지는 모습이죠. 법적 근거나 제도 정비 탓에 우리나라에선 대형 금융 기관들이 참여하는 게 상당히 늦어졌어요. 이제야 막 활발하게 논의되는 상황이거든요.

예를 들면 미국에선 P2P가 2008~9년 시작됐고, 그 회사들에 기관의 투자금이 들어온게 2011~12년이예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B2B(기업간 거래) 비즈니스가 커졌고, 동시에 B2C(기업과 개인간 거래)가 커졌거든요. 예컨대 우리나라라면 하나은행 같은 곳에서 P2P 스타트업에 투자자로서 참여하기 시작하면, 당연히 개인들도 이곳은 신뢰도가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같이 투자하잖아요. 윈윈하면서 볼륨이 확 커진게, 미국은 P2P 산업이 시작되고 한 4년후예요.

우리는 달랐죠. 렌딧은 7년 지난 지금이 미국의 4년차 정도예요. 중간에 3년 잃어버렸으니까요. 미국서 2011~12년에 벌어진 변화가 지금 일어나는 상황이거든요. 그 3년의 시간이면 지금의 대여섯 배 이상으로 커졌을 시장이 늦어진거죠. 대형 금융기관의 P2P 투자가 시작되면, 흔히 말하는 스타트업의 제이커브의 성장이 시작됩니다. 미국이나 영국 회사들을 보면 얼리어뎁터같은 개인 투자자들에 의해서만 시장이 클 때는 굉장히 규모가 작기 때문에 천천히 크다가, 검증이 어느 정도 됐다는 판단이 되면서 기관들이 들어오고 이에 따라서 개인 투자자도 늘어납니다. 연간 500%, 600% 성장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앞으로 1년 안에 그런 변화가 있지 않을까라는게 제 추측입니다. 실제로 저희도 국내외 기관들하고 얘기를 나누고 있는 상황이예요.

-렌딧의 현재 거래액이 어느 정도인가요?

잔액 기준으로 300억원이 좀 안 되고요. 월 거래액으로 따지면 50억~100억 정도씩 대출을 취급하고 있어요. P2P 시장에서 조금 검증된 곳들은 올해 말쯤 꽤 많은 변화를 겪지 않을까 해요. 왜냐하면 제2 금융권이 한 달 취급하는 신용대출이 1조 원이 넘어요. 한 1조 2천억 정도 되는데, 그렇게 따지면은 몇백억 취급하는 건 굉장히 작은 거고요. 참고로 미국은 온투업 P2P가 전체 신용대출 시장의 10% 정도예요. 만약에 미국처럼이라면 우리나라에서도 한 달에 충분히 1천억 이상의 자금이 신용대출로 가능하지 않을까 해요.

규제에 막혀 아무것도 못하던 렌딧을 몇몇 구성원은 떠났다. 하지만 남은 이들은 보다 최전선이다. 남은 이들의 기념사진./렌딧 제공

◇구성원들에게 ‘통장 잔고가 얼마 남았는지’ 공개했다

-2015년 창업할때 ‘7년차, 8년차의 렌딧 거래액’은 지금의 열배 정도 였지 않나요?

그 정도, 그 이상 봤죠. 프로젝션(projection) 근거는 말씀드린대로 미국이었죠. 대형 금융기관이 이 시장에 들어오고 개인이 활성화되고, 이런 상황에 따른 시점과 성장률 변화였어요. 하지만 잃어버린 시간이 두번 있었어요. 암흑기죠. 규제 탓에 아무 것도 하지 못했던 시기요.

첫번째가 2018년 중순부터 2019년 10월까지입니다. 1년 3~4개월 정도는 도대체 어떻게, 언제 법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니까요. 작은 개인 사업자로서 카페를 하나 운영해도 앞으로 6개월에 대한 계획을 세우잖아요. 몇 명 채용하고 매장은 한 달에 얼마 월세 나가니 커피 몇 잔을 팔아야 되고 부가적으로 스낵, 케이크 같은 걸 팔아서 매출을 내자, 이런 계획을 세울 거잖아요. 하지만 렌딧은 1년 3~4개월간 계획이 사실 의미가 없었어요. 계획은 완전 소설이 그냥 돼버리는 상황들이 연출이 됐죠.

당연히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었죠. 그래도 할일, 2가지를 했어요. 만약에 법제화가 잘 되고, 산업이 원래 기대한 방향으로 간다라고 전제할때, 나중에 대출 거래량이 제이 커브를 타고 10배가 됐을때를 위한 신용평가 모형의 고도화나 자동화예요. 하루에 신청자가 만약 천명이었다가 갑자기 만 명이 되고 3만 명이 됐을때, 그 핸들링하는 시스템이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거든요. 내부적으로 시스템 고도화하는 거에만 집중을 했어요. 심지어 렌딧은 중간에 한 6~7개월 정도는 아예 신규 대출을 안했어요. 고객에게 공지하고 신규 대출 자체를 안 받은 거예요. 내부적으로 시스템 신용평가 모형이나 내부 대출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작업만 집중하기 위해서요.

렌딧은 대출 취급할 때 오프라인 금융기관처럼 건수가 늘어나는만큼 사람 충원해 손으로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결국은 시스템이 해야 되기 때문에 중요한 작업이죠. 또 금융을 다루는 회사이기 때문에 숫자 하나 틀어지면 정말 큰 사고거든요. 정합성을 완전히 맞추는 작업요.

두 번째 일은 그냥 발로 뛰어다닌 거죠. 법 통과해달란 요청하기 위해서, 국회에만 18년 19년 다 합치면 100번 넘게 갔을 거예요. 온갖 대한상공회의소도 찾아뵙고 그다음에 인터넷 기업 협회라든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라든지 다양한 곳에 갔습니다. 당시 법 통과가 어려웠던게 단순히 P2P 이슈가 아니라, 방탄 국회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민생 법안을 방치하면 안된다라는 목소리를 키워야했습니다. 마침 박용만 대한상의 당시 회장님께서 스타트업 규제 혁신 문제를 풀자고 목소리를 내셨죠. 박용만 회장님은 사회적으로 훨씬 영향력이 크시니, 여야 의원들도 신경을 더 써주셨고요. 우여곡절 끝에 20대 본회의 마지막에 통과됐습니다.

-조직이란게요, ‘법 통과될테니까, 그때까지 미래를 위한 기술 개발 미리 해놓자’ 이런게 내부 구성원에게 먹히나요? 조직은 동요하죠?

동요가 있었죠. 사실 2019년초 금융위에서 P2P법을 추진해 통과시키겠다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있어요. 기대치가 굉장히 올라갔죠. 불확실성이 많이 해소됐다고 믿었는데 그것과 완전 무관하게 정무위가 갑자기 안 열리면서 임직원들도 불안감이 커졌고요. 불확실성 때문에 당연히 퇴사하신 분도 계시죠. 몇 분인지까지 정확히 세보지 못했어요. 그 고난을 겪은, 지금 남은 임직원분들이 현재 렌딧의 비즈니스에 핵심 역할들을 맡고 계세요. 내부 결속이 되게 강해진 부분이 있어요.

-불확실성의 상황에서 구성원을 위해 무엇을 하셨나요?

내부적으로 많이 얘기하는 수밖에 없잖아요. 불확실성이 실제로 있다, 근데 회사 차원에서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다는 식요. 예컨대 자금 상황 같은 걸, 투명하게 공개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런 얘기없이 그냥 잘 될 것이다라고만 했으면 다들 안 믿고 나갔을 텐죠. 애초에 장기화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주기적으로 공개했습니다. 렌딧은 2주에 한 번 타운홀 미팅을 해요. 이 자리에서 다 공개하거든요. 원칙이 딱 하나 있는데 익명으로 쪽지를 내서 질문을 하든지, 아니면은 손 들고 질문할 수 있고, 질문은 제가 즉석에서 무조건 답을 하는겁니다.

당시에 신기한 현상이 익명이니까 그냥 손으로 써서 편지통에 넣는 방식인데, 그때는 핸드라이팅도 부담스러우셨는지 프린팅을 해서 넣으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질문 통은 손 안대고 있다가 타운홀 미팅 자리에서 열고, 즉석에서 보고 바로 대답을 하니까, 임직원분들도 적어도 뭔가 감추려고 하지 않는다라는게 전해졌습니다.

예컨대 ‘대체 언제 법이 되는거냐’ ‘우린 돈이 언제 말라요’ ‘몇개월 후에 돈이 다 끝나요’ 질문도 당연히 있었고요. 그럼 ‘8개월 뒤에 돈이 마릅니다. 근데 8개월 안에 법제화가 된다는 확신은 없기 때문에 중간에 이러저런 증자 작업들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답을 합니다. 바로 답하는데, 솔직히 질문 딱 보고 한 2초 정도 무슨 답을 해야 할지 머뭇거린 순간이 있어요. 질문이 이래요. ‘통장이 잔고가 얼마 있어요?’라고. 당연히 저는 정확한 금액을 알고 있었죠. 매일매일 속타면서 보고 있었으니까요. 2초 멈칫, 그리곤 얘기했습니다. 통장에 얼마 있고, 한달에 얼마 쓰면, 언제면 끝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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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토스의 한킴 대표가 투자회사인 렌딧에서 성공을 기원하는 모습. 알토스는 렌딧의 초기 투자자다./렌딧 제공


◇규제 풀렸고 투자 받았고, 최대주주에선 내려왔다

◇밤11시엔 한강변을 걸었다, 유일하게 ‘내가 오롯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은 그것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