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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창업과 매각, 그리고 지금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깨달은 ‘잘 되는 창업자’들의 공통점이 있다. 공격적으로 비즈니스를 만들어 나가고, 팀의 사이즈를 키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었다. 우리 포트폴리오사 중에 정확히 그런 스타일로 운영하면서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팀이 있다. 디지털 휴먼 기술로 시대를 만난 클레온이다.

클레온에는 2020년 1분기에 투자했다. 지인 추천으로 소개받은 팀이었는데, 놀라운 점이 두 가지있었다. 진승혁 대표가 이미 24살에 ‘그리다집’ 이라는 인테리어 맞춤 자동화 플랫폼 서비스로 50억 원의 매출을 내본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사업을 하는 감각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창업 멤버가 너무 많았다. ‘도대체 팀원이 왜 이렇게 많으냐’고 물어본 적도 있다. 초기 창업 팀인데 무려 7~8명으로 시작을 하겠다고 소개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세종과학고를 출신으로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를 졸업한 진 대표가 멋진 사업을 하고싶다며 고등학교 선후배 중 카이스트 친구들을 끌어모은 것이었다.

진승혁 클레온 대표. /클레온

당시 가져왔던 아이템은 현재도 중동 쪽에서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 소셜 미디어 서비스인 ‘카멜로’였다. 유명인이나 영화 장면에 사용자들의 얼굴을 합성해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영상에 사진을 합성하려면 컴퓨팅 파워도 많이 필요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데 사진 한 장으로 이를 가능하게 만들겠다고 했다. CRO인 진 대표의 친구가 연구실에서 영상 합성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있었는데, 이것의 사업화 전략으로 내세운 첫 아이템이었다. 사실 원천 기술 자체가 유일무이한 것은 아니었다. 얼굴을 합성하는 소셜 미디어로 어떻게 사업을 하겠다는 것인지도 궁금했다. 하지만 진 대표의 이전 창업 경험과 팀 빌딩 상황을 보니 싹이 보인다고 생각해 투자했다.

당연히 당시에는 우려되는 부분이 있었다. 특히 당시에는 음란 영상 등에 일반인의 얼굴을 합성해 범죄에 악용하는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었다. 이런 우려 사항에 대해 팀에서는 위험하게 쓰이지 않도록 하겠다는 예방책들을 이야기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걱정을 불식하기엔 쉽지 않았다. 하지만 투자 이후 클레온은 그런 우려들을 팀의 강점인 비즈니스로써 해결했고, 그 이후 더 큰 성장을 만들어낸 팀이 됐다.

영상 합성 소셜 미디어 서비스를 하던 클레온의 기술 시연을 보고 의외로 많은 기업에서 클레온에게 연락을 했다.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의 키오스크 제작이라든가, 구체적인 산업군에서 초상권이 없는 가상의 사람을 만들고 싶어하는 수요가 생기면서 소셜 미디어 서비스보다 예상 못한 B2B 시장이 만들어진 것이다. 진 대표의 면모는 여기서 보였다. 인바운드로 들어오는 요청들을 모두 받아들였고, 여기서 새로운 인더스트리의 수요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이런 요청사항들을 ‘용역 제작’ 형태로 처리했지만, 이를 하나 하나 모듈화하고, 서비스로 엮었다. B2B로 서비스가 가능한 기업으로 진화한 것이다.

이 부분이 놀라웠던 이유는 인바운드 요청 사항을 서비스화해낸 사업적 감각 뿐만 아니라, 이 요청사항들을 쳐내지 않고 우선 진행해보면서 새로운 시장을 발견해낸 팀의 수용성도 컸다. 굉장히 많은 팀들이 기술 문의가 들어오거나, 협업 요청 건들에 대해서 ‘우리가 집중하는 게 있어서 이건 어렵다’거나, 남들이 보기엔 큰 틀에서 같은 범주인데 ‘다른 기술이라 어렵다’면서 우선 쳐내는 습관이 있다. 자신들의 기술에 대한 깊이를 더욱 깊게 보는 팀들이 이런 습관을 가지기 때문에 무조건 나쁘다고만은 볼 수 없다. 하지만 이런 특성들이 집중의 측면에서는 장점일 수 있겠지만, 경영에 있어 더욱 좁은 범위의 비즈니스로 스스로를 가두게 되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에 아쉽게 남기도 했다.

진 대표는 이런 면에서 굉장히 열린 사고를 가진 창업자다. 또 ‘리소스가 부족해서 못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우리가 초기에 투자한 이후 카카오벤처스에서 2021년 초에 투자했으니 약 1년 간 스스로 성장한 셈인데, 그 사이에 팀원을 크게 늘렸다. 리소스가 부족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비즈니스 기회를 보고 이를 해나갈 수 있는 리소스를 끌어온 것이다. 철저히 비즈니스 중심적인 사고가 돼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앞서 말한 ‘잘 되는 팀’의 공통점이자 ‘성장하는 팀을 이끄는 창업자’의 공통점이다.

또 앞서 우려했던 딥페이크 범죄 악용에 대한 우려도 이렇게 비즈니스로 접근해 자연스럽게 해결하게 됐다. ‘사진만 넣으면 아웃풋을 이렇게 만들어 준다’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만들었다면 서비스의 목적 자체에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기업들의 요청 사항들을 서비스화하면서 하나의 플랫폼으로써 기술을 펼쳐나가면서 발생 가능한 위험 상황을 직접 컨트롤 할 수 있는 팀으로 거듭났다.

CES에서 가상인간 챗봇을 시연 중인 클레온팀. /클레온

클레온은 지금 세 가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앞서 설명한 소셜 미디어인 카멜로(KAMELO)의 경우 이집트, 이라크, 알제리 등 중동 지방에서 많은 사용자들을 모으며 성장하고 있다. 또 클론(Klone)은 다국어 대응이 가능한 인터렉티브 디지털 휴먼 솔루션으로 가상 인물 수요가 필요한 곳에 활용되고 있다. 마지막은 영상 자동 다국어 더빙 서비스인 클링(Klling)이다. 기존 더빙 작업에는 녹음, 자막 작업 등이 여러 단계로 구성돼 리소스도 많이 들면서 기존 배우와 성우의 목소리가 다르며 말과 입이 따로 노는데, 클레온의 기술을 통해서는 기존 배우의 목소리를 활용해 입력한 텍스트에 맞게 다국어를 생성해 해당 국가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얼굴을 변화해 효율적이고 빠른 더빙을 가능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들이 가진 솔루션의 강점 포인트를 명확하게 드러내며 영업한 것도 주효했다. 퀄리티가 좋다거나 영상 결과물이 뛰어나다는 식으로 기술의 향연을 펼친 것이 아니다. ‘빠르다’, 그리고 기존의 합성 기술이 사진 수십장을 온 각도에서 필요로 했다면 우리는 단 한 장으로 컴퓨팅 파워도 적게 들이면서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식으로 차별화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자신들의 기술이 상용화하기 좋은 포인트를 찾고, 쉽고 가볍게 진행할 수 있다는 메리트로 접근했기에 더욱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클레온은 현재 미국에서 3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를 ‘세계 진출의 원년’으로 생각한다는 클레온의 더 큰 성장이 기대된다.

<클레온 진승혁 대표는 이번 시즌 쫌아는기자들이 만나러 갑니다. 진승혁 대표에게 직접 듣는 클레온 이야기를 기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