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3회 발행하는 유료 레터 [스타트업]입니다. 가입은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58656 클릭하세요. 유료 기사 중 일부 공개합니다.


최근 급격한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 가능성, 우크라이나 전쟁위기 등으로 주식시장은 심각한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기정사실화된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은 기술주 중심의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보수적 전망과 2000년 닷컴 버블 붕괴와 같은 깊은 우려까지 불러 일으키고 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며, 유망한 분야는 어느 영역이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벤처캐피탈 업계에서도 다각도로 분석 중에 있다. 필자는 이런 글로벌시장의 변화와 새로운 환경 속에서,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이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창업하고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월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유니콘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을 18개 보유하게 되었다. 전년까지의 11개에 더해서, 두나무 (업비트, 가상자산거래소), 직방 (부동산중개), 컬리 (마켓컬리, 신선식품배송), 빗썸코리아 (빗썸, 가상자산거래소), 버킷플레이스 (오늘의집, 인테리어커머스), 당근마켓 (중고거래플랫폼), 리디 (리디북스, 콘텐츠플랫폼) 등 7개의 스타트업이 유니콘에 입성하였다. 무척 반가운 소식이며, 우리나라는 벤처산업 관점에서, 양과 질, 양면에서 가장 역동적인 나라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18개의 우리나라 유니콘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해외에서 성공한 사업모델을 국내에 빠르게 (또는 최초로) 도입하고, 적극적 투자 유치와 마케팅을 기반으로 국내 시장을 선점하고 국내 1위의 위치를 확보하는 스타트업들로 상당부분 채워져 있다. 국내 1위 전자상거래 쿠팡, 신선식품 커머스 컬리, 국내 숙박예약 플랫폼 야놀자, 패선 커머스 무신사 등 모두 뛰어난 창업자들의 창업과 도전, 국내외 벤처캐피탈의 적극적 투자, 그리고 역설적으로 코로나-팬데믹 위기 가운데 모바일/온라인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힘입어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코노미조선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방식으로 창업되는 스타트업들이 유니콘으로 빠른 시간내에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의문이다. 왜냐하면, 빠른 모방형 창업 방식은 기존의 오프라인 강자이외에도, 선도적으로 시장을 진입하고 수천억원의 막대한 투자재원 유치한 선배 스타트업들과의 경쟁을 넘어서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역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새롭게 도전하는 스타트업들에게는 또다른 가시밭길이 될 것이다.

필자는 최근 글로벌시장 타겟형 스타트업 창업이 확대되고 있는 점을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이런 스타트업들을 열심히 찾고 있다. 이들의 도전은, 시장 규모의 한계와 수출 주도형 우리 경제에서 필수적인 스타트업 창업과 성공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DNA와 핵심 경쟁력을 가지고 창업하는, 소위 글로벌 타겟형 스타트업(Born to Global), 바로 그들이다. 수년전,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자국 내 서비스나 자본시장 등 태생적으로 자국 기반의 성장모델을 찾기 어려운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이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과 M&A를 목표로 창업되고 성장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놀라운 성공과 M&A 신화를 만들어내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좋은 사례들이 속속 나타나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시장을 개척한 센드버드몰로코의 사례가 좋은 사례이다. 센드버드는 B2B 메시징솔루션을 개발,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 창업자는 초기 창업에는 우리나라에서 고전하다가 미국으로 가서, 글로벌 엑셀레이터 (Y-Combinator)에 픽업되며 본격적으로 성장하였다. 미국 시장으로 진입하여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지만 결국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유니콘으로 성장하였다. 몰로코의 경우, 창업자는 구글 출신으로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하여 글로벌 애드테크 시장을 선도하는 유니콘으로 성장하였다. 두 회사 모두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글로벌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성장해 가고 있다.

센드버드의 김동신 대표 /박상훈 기자

최근에 만난 비프로(Bepro)도 좋은 사례이다. 이 스타트업은 스포츠 데이터분석 SaaS 솔루션을 개발하여 서비스하고 있다. 카메라를 통해 선수 움직임을 파악, 인공지능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선수 위치, 활동량, 간격 등 모든 데이터를 분석하는 소프프웨어를 구단과 선수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축구 사업은 세계 축구의 본산에서 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창업 1년 만에 축구의 본고장 독일에 진입하여 6년이 지난 현재, 스포츠 분야에서 주목받는 글로벌 스타트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독일을 넘어서,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산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기술과 인공지능으로 전세계 스포츠 시장을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투자한 스타트업들 중에서는 리카본(Recarbon)글로칼라이즈(Glocalize) 등이 좋은 사례이다. 리카본의 경우, 스탠퍼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창업자가 온실 가스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분해하여 고부가가치 산업용 수소와 일산화탄소로 전환하는 혁신적 신기술을 개발하였다. 미국 현지에서 이 기술에 대한 평가 테스트를 마치고 양산 준비 과정에 있으며, 미국, 호주, 캐나다 등의 고객들과 협업하며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 가고 있다. 글로칼라이즈의 경우, 미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전문 번역의 길을 걸어가던 창업자가, 넷플릭스에 제공하던 동영상 통번역 전문성과 경험을 기반으로, 전세계 동영상 번역가에게 가장 효율적인 글로벌 통번역 플랫폼을 구축하고,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확대해 가고 있다. 우리 K-pop과 드라마가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어,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 가는 글로벌 타켓 스타트업 사례이다.

한정된 우리 시장을 극복하고, 반도체나 컨텐츠와 같이 우리의 강력한 경쟁력을 기반으로 창업과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글로벌 타겟형 스타트업 창업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우리 스타트업의 사례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어, 우리 스타트업들에게 자신감을 넣어주고 있다. 수년전, 모두들 중국 시장으로 달려가던 시기가 있었다. 사드문제로 시작된 한중 관계 악화로 중국 시장이 막혔을 때, 스타트업들은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과감한 승부를 던져 이 위기를 극복했다. 필자는 K-pop의 하이브와 온라인게임의 펄어비스를 통해 살아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유망한 글로벌 타겟형 스타트업들의 도전과 성공으로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의 잠재력과 미래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비프로 솔루션 화면 캡쳐 /비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