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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실패는 기록됨으로써 의미를 되찾지 않을까 하는, 소소하지만 깊은 소망입니다. 성공도 실패도 기록하는 것, 쫌아는기자들이 세상의 모든 스타트업을 응원하는 방법입니다.”
3월 쫌아는기자들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타트업을 응원합니다]라는 모토였습니다. 280일입니다. 고마운 시간입니다. 쫌아는기자들이 책 ‘창업가의 답’ 출간하고, 인터넷서점 yes24의 예스채널과 인터뷰했습니다.
성호철, 임경업 기자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성호철 : 테크놀로지만 20년 정도 취재한 성호철입니다. 본래는 국문과 졸업했으니 문화부를 꿈꿨는데, 하다보니 삼성전자부터 SK텔레콤, 배민, 쿠팡까지 줄곧 IT분야만 했네요. 현장 취재 기자 가운데는 최장(最長) IT기자일런지도 모릅니다. 물론 비공식 추정입니다만. 기자라는 업의 본질이 남의 이야기를 듣는 직업입니다. 공짜로 귀한 이야기를 들었으니, 사회에 되돌려야합니다. 이 책은 그래서 두 명의 저자가 아닌, 열두 명 창업가의 책입니다.
임경업 : 2014년 신문사 입사했고 길지 않은 기자 경력 대부분을 테크 분야 취재했습니다. 중학생 시절 장래희망은 게임잡지사 기자였습니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해 대학 졸업했는데 정작 입사하고 싶었던 게임잡지사는 문을 닫고 사라졌습니다. 신문사로 선회했고 다행히 입사 성공했는데 운 좋게도 게임 취재를 담당했습니다. 성호철 기자와는 그때 팀장과 막내기자로 만났습니다. 성 팀장이 “너 게임 좀 하냐”고 묻길래 “게임 좋아합니다” 답했더니, “그럼 네가 게임 맡아봐”라고 했죠.
《창업가의 답》은 어떤 계기로 쓰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쫌아는기자들 프로젝트의 기록물인데요. 하지만 쫌아는기자들은 애초 책[冊)을 쓰기위한 프로젝트가 아니었습니다. 매주 3회 뉴스레터 [스타트업]을 발행하는 쫌아는기자들은 본래 저널리즘 유료 실험이 그 목적입니다. 저널리즘 위기의 시대라는건 새삼 설명 안드려도 다들 아실테고요. 텍스트 콘텐츠를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보고 소비하는가, 그리고 어떤 텍스트가 유료 모델로 유효한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으려는 시도였죠. 신문과는 다른 작법을 실험했습니다. 글의 호흡은 물론이고 구성, 용어 선택, 구어체 등 다양하게 시도했습니다.
반전은 구독자가 급증한 겁니다. 예상을 훨씬 넘었습니다. 아마도 예전에 네이버나 구글에선 볼 수 없던 창업가 인터뷰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전의 인터뷰는 ‘00기업의 000대표가 00을 짜잔하고 내놨더니, 와우하고 반응이 왔다. 근데 그건 이 분이 이런 걸 엄청 잘했기 때문’이란 식이잖아요. 천편일률적으로요. 쫌아는기자들은 애초 텍스트 실험이었기 때문에 이전 인터뷰와는 다른 접근을 했습니다. 파산 위기까지 몰린 상황, 사채 쓴 아픈 기억, 본인의 잘못된 경영 선택 등을 세세하게 썼습니다. 물론 잘한 이야기도 썼죠. 그러다 출판사 포르체 박영미 대표가 책을 쓰자고 제안했습니다. ‘종이에 새기지 않기엔 아깝다’고요. 온라인 텍스트 실험인데 그 결과물은 종이책으로 묶은 셈입니다. 좀 아이러니하죠?
◇창업가는 꿈꾸는 사람이 아니라, 실행한 사람 아닐까요
옆에서 지켜본 입장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가장 중요한 대목은 무엇이라고 보세요.
딱 하나, 벽을 넘어야죠. 실행이라는 벽요. 꿈이 꾸는 모든 사람은 이미 창업 문턱까지 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꿈을 이루려는 실행을 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스타트업 창업에선 꿈이란 단어 대신에 ‘페인포인트(pain point, 아픈 지점)’라고 합니다. 예컨대 사회가 갖고 있는 숙제를 푸는 거죠. 김슬아 마켓컬리 창업자를 예를 들어볼께요. 그녀는 “제대로 된 식재료가 의외로 없다. 좋은 식재료를 사고 싶다. 그리고 맛있고 영양가 있는 한끼를 먹어야한다”는게 창업의 목적이었습니다. 창업 직후에 유명 빵집을 전전하며 ‘집에서 배달해 먹어도 빵이 여전히 맛있도록 만들겠다’고 사장님들을 설득했습니다.
‘맛있는 한끼’라는 꿈은 사실 김슬아 대표 말고도 수만 명이 고민했을 대목입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빵집에서 맛난 빵이 왜 집으로 배달하면 맛이 없어질까’라는 문제를 풀었습니다. 아보카도를 1개씩 낱개로 판 것도 컬리가 국내 처음입니다. 김슬아 대표는 실행했습니다. 실행한 사람만이 창업가가 됩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창업가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창업가가 아니구요. 하지만 창업가는 충분히 매력있습니다. 하루 24시간을 오롯이 본인의 결정으로 사는 삶, 그게 창업가의 매력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많은 스타트업이 데스밸리를 넘지 못하는 이유는 무얼까요.
100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요. 10명 모인 창업팀인데 갑자기 핵심 개발자가 개인 사정으로 이민 가도 프로젝트는 난파합니다. 당근마켓의 김용현 대표가 당근 창업 이전에 도전했던 창업팀이 실제로 그런 이유로 실패했습니다. 팀원간에 성격 차이로 갈등을 겪어도 조직은 휘청입니다. 투자자에게 투자 구두 확약받고 열심히 마케팅비를 썼는데 마지막에 결정이 뒤짚히는 바람에 무릎을 꿇기도 하고요. 코로나와 같은 불가항력도 발생합니다. 실패의 요인은 100가지입니다. 이른바 ‘성공한 창업가’(기업 가치가 1조 이상인 유니콘을 성공이라고 굳이 부른다면)도 이런 100가지 실패 상황을 마주쳤을 겁니다.
다른 창업가와 똑같이, 어쩌면 더 심하게 말입니다. 다만, 그들은 실패 상황을 견디고 우회하고 대안을 찾습니다. 마이리얼트립은 2020년 1월 월 거래액 520억원에서 그 해 4월엔 10억원으로 줄었습니다. 거래액이 마이너스 98% 급감했죠. 2%만 남은 겁니다. 하지만 마이리얼트립은 안 망했습니다. 마이리얼트립의 이동건 대표는 “제주도가 남아있었다. 그래서 제주도 여행에 집중했다. 랜선 여행이란 상품을 만들어 틈새를 노렸다.”고 생존 비법을 설명해요. 쉬어보이나요? 지금에야 ‘생존한 마이리얼트립의 창업가’로서 정답을 담담하게 말하지만, 그 당시엔 수많은 시행착오를 묵묵히 견디며 전진했을 겁니다. 견딘 사람만이 성공에 다가갑니다. 책에 쓴 ‘은 총알은 없다, 납 총알을 들어라’라는 말 그대로입니다.
◇창업가는 인류 최초로 푸른 바다를 본 어린아이 같았어요
많은 창업가들을 만나면서 배운 점이 있다면요.
설렘요. 그들은 항상 미지의 영역에 있었어요. 창업가들은 뭐랄까요, 인류 최초로 바다를 본 어린아이 같아요. 만나보면, ‘와, 이것 보세요. 끝이 없이 파래요. 이곳의 이름을 바다라고 짓고 싶어요’라고 말을 건네요. 그 바다가 누구에겐 ‘동네 커뮤니티(당근마켓의 김용현 창업가)’고, 또는 ‘인테리어 플랫폼(오늘의집 이승재 창업가)’이고, ‘맛있는 식재료’(마켓컬리 김슬아 창업가)입니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그들과 같은 공간에 마주앉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설렙니다. 아까 이 책이 쫌아는기자들 프로젝트의 기록물이라고 했잖아요. 쫌아는기자들 프로젝트의 목적 중 하나는 ‘실패의 기록’입니다. 세상의 모든 스타트업이 유니콘이 될 수는 없어요. 숱한 실패가 반드시 성공의 밑거름이 되지도 않아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실패가 곱절이나 많을 겁니다. 하지만 저희는 기록하고 싶었어요. 어떤 실패는 기록됨으로써 의미를 되찾지 않을까 하는, 소소하지만 깊은 소망입니다. 성공도 실패도 기록하는 것, 쫌아는기자들이 세상의 모든 스타트업을 응원하는 방법입니다.
쫌아는기자들에게 《창업가의 답》은 무엇인가요?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벤 호로위츠라는 유명한 연쇄창업가이자 벤처투자자가 있는데요. 페이스북에 초기 투자한 투자자이기도 한 분입니다. 그는 수많은 창업가를 만날 때마다 ‘어떻게 오늘에 이르렀느냐’를 묻는답니다. 고만고만한 수준의 CEO는 자신의 뛰어남을 어필하지만, 한 획을 그은 CEO들은 하나같이 말한다네요. “그만두지 않았을 뿐입니다.” 본인의 탁월한 경영 선택보다는, 그 어려운 시점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것, 그게 정답이라는 설명입니다. 벤 호로위츠의 말에 동감합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순례자와 수도승]입니다. 삶의 자세입니다. 오늘의집 이승재 창업가는 “순례자처럼 일한다”고 말합니다. 퍼블리의 박소령 창업가는 “수도승처럼 산다”고 합니다. 어느날 문득 성공의 길에 들어섰다는 창업가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오직 오늘 하루의 삶이 올바른 창업가의 삶이었는지, 묵묵히 길을 걸을 뿐이었습니다.
◇너의 갈 길을 가라, 남이야 뭐라든 - 칼 마르크스
제 2의 당근마켓, 배달의 민족을 꿈꾸는 분들께 주고픈 메시지가 있으신지.
‘너의 갈 길을 가라, 남이야 뭐라든(Segui iL tuo corso, e lascia dir le genti)’. 경제학자 칼 마르크스의 말입니다. 많은 창업가를 만나, 한 줄씩 그들의 말을 전하고 그 행간에서 의미를 분석하고, 해석하고, 추출하면서도 항상 머릿 속을 맴돌던 말입니다.
뉴닉의 김소연 대표를 만났을 때, 그녀의 이야기를 줄곧 들으면서 머리에선 ‘나도 뭔가 조언이란걸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었습니다. 너무 갑갑했습니다. 그때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몰랐어요. 사실 뉴닉의 창업 스토리는 여전히 녹록치 않은 지점을 지나는 현재진행형입니다. MZ 세대의 사랑받는 스타트업 뉴닉은 무려 38만 구독자를 모았고 다들 엄청난 성공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 수익낼 방법을 못 찾았습니다. 그녀만 못찾은게 아니라, 세상에서 누구도 못찾은 상황이죠. 이 페인포인트를 누가 풀까요.
뉴닉 김소연 창업가를 만난뒤, 우연히 서재에서 대학 시절 읽었던 칼 마르크스의 책 [임금 가격 이윤]을 다시 읽었어요. 그때 알았죠. 내가 뉴닉 김소연 대표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요. ‘너의 갈 길을 가라, 남이야 뭐라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