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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성이론을 발명한 아인슈타인을 따라다니는 루머 중 하나는 ‘아인슈타인은 수학 젬병이었고, 그의 이론 증명은 아내(밀레바)가 도와줬다’는 것이다. 사실일까 찾아봤다. 그는 중학교 때 미적분학을 막힘없이 풀었을 정도로 수재였다. 하지만 상대론 연구에선 주변 수학자들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종합하면, 일반인과 비교했을 경우에는 수학 천재, 하지만 천재 물리학자들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수학에는 (우리의 기대보다) 조금 뒤처졌던 사람이다.

뮤직카우 정현경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불쑥 아인슈타인 이야기가 나왔다. 뮤직카우는 한 곡의 저작권을 주식처럼 여러 주로 쪼개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상장가처럼 최초 경매가 붙고, 호가창이 있고, 차트도 있다. 저작권 한 주를 보유하면 주식 배당금처럼 저작권료도 들어온다. 음악 저작권을 주식처럼 만든 것이다. 9월 월 거래액이 700억원을 돌파했고, 최근엔 TV광고 시작해 꽤 유명해졌다.

그에게 도전적인 질문을 던져봤다. ‘대표님은 전업 아티스트도 아니고, 금융 공학 전공도 아닌데요. 어쩌다 뮤직카우 떠올리게 됐나요’라고. “아인슈타인이 수학을 못 했다는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수학과 데이터가 세상을 바꾼다고 하지만 계산만이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인투이션(intuition, 직관)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죠. 상관관계를 밝히고 전체적인 판을 읽는 데에는 수학적 데이터보다 직관이 더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그렇게 출발했어요. 요새도 하루에 2~3시간 동안 우리 회사 DB를 봐요. 계속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주요 지표들의 상관관계가 보이고 유의미한 결과를 발견하게 되죠.”

뮤직카우 펀딩

“아이디어는 있고, 자본은 없다? 그러면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은 몸빵 뿐이죠.”

자신 있게 ‘몸빵’이라는 단어를 내뱉는 정현경 대표는 1세대 벤처인이다. 그가 내세우는 창업론은 ‘직관’과 ‘몸빵’이다. 첫 창업은 1999년. 아버지는 중앙정보처리학원 창업자였으나, IMF로 계열사로 있던 출판사가 크게 흔들렸다. 결국 정대표는 적은 자본으로 여성포털을 창업, 직접 사업에 뛰어들었다.

진입장벽을 이야기하는 정 대표에게 ‘경제적 해자’를 말하자 거꾸로 기자에게 질문 세례가 쏟아졌다. ‘누가 한 말인가요(손정의), 어떤 맥락인가요, 어떤 책에서 봤나요’ 등. 인터뷰 중간중간 정 대표는 기자에게 질문하고 대답을 받아적기도 했다. 인터뷰이가 기자에게 묻고 답하는 광경이 낯설게 느껴지다가도 그가 호기심으로 사람을 만나다 작사까지 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다 이어진 뮤직카우까지, 그의 ‘직관’과 ‘몸빵’의 힘이 무엇인지 짐작됐다. 자본력이 아니라 콘텐츠와 아이디어를 행동으로 옮겨 상대방을 움직이게 하는 전략이라는 걸.

뮤직카우 정현경 대표

◇전부 AI와 빅데이터 이야기하지만, 작사를 시작

작사가로 활동하신 경력이 있더군요. 어떤 노래인가요.

사업을 한지 벌써 20년이 넘어요. 닷컴 기업으로 시작했었죠. 그러다가 10년 전, 2009년이죠. 새로운 시장이 도래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새로운 사업의 기회가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 닷컴 기업만 했으니 제가 만나고 접하는 사람들도 같은 바운더리 안에만 갇혀 있더군요.

기존 닷컴 회사에 아쉬움이 있었죠. 뭐랄까. 시장성이 아쉬웠어요. 보다 크고 유니크한 시장을 찾고 싶었죠. 그래서 ‘다음 사업 아이템은 무엇이 좋을까, 나는 무얼 할까’ 고민을 많이 했고요. 여기저기서 4차 산업혁명이다, AI, 빅데이터를 이야기했어요. 하지만 본질적으로 더 중요한 걸 생각했죠. 인간이 가지는 장점에 더 집중해야겠다. 인간이 기계와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요? 그걸 이기려고 하는 것보다 인간이 가진 장점을 내세우는 것이 더 좋겠다는 막연한 논리를 세웠어요. 결국 인간의 장점은 창의력과 융합이니까, 창조적인 것을 융합할 수 있는 것요. 그런데 제 경험이 너무 미천했어요. 그래서 제가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경험이 필요했죠. 사업을 하고, 나름 닷컴기업도 잘 돼서 늘 제가 인터뷰를 하는 입장이었어요. 제 이야기만 하니까, 아는 것이 너무 없었어요. 그래서 내 이야기를 그만 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더라고요.

당시 CEO매거진이라는 잡지가 있었어요. 제가 잡지사 대표님에게 부탁했어요. ‘대표님, 저에게 인터뷰 코너와 에디터를 주세요. 제가 섭외하고, 인터뷰하고, 정리할게요’라고 했죠.

일종의 프리랜서 기자요?

아뇨. 기자라고 하기엔 너무 거창하고요. 어쨌든 그 코너를 하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마음껏 만났어요. 제가 제일 모르는 영역이 문화, 예술 분야니까 그분들을 만났죠. 장진 감독님, 드라마 OST로 제일 잘 나갔던 이필호 음악감독님, 패션디자이너로 유명한 간호섭 교수님 등요. 그리면서 문화, 예술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그러다가 기회가 돼서 작사에 참여했어요. 거창하게 작사가 타이틀을 달 정도는 절대 아니고요, 작사에 참여를 했던 것이죠. 7곡 정도 참여했어요. 버스커버스커의 <서울사람들>, 울랄라세션의 <너와 함께>, 바비킴의 <가슴앓이> 같은 곡들인데 다행히 차트 성적이 괜찮았어요. 작사는 딱 1년만 했어요.

저작권 수입이 꽤 들어왔겠군요.

첫 달 통장을 봤는데, 예상보다 많은 금액이 찍혔더라고요? 금액보다 생소한 분야에서 돈이 들어오니까 익사이팅했어요. 아주 신나고 즐겁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통장을 보게 됐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저작권료가 점점 덜 들어왔어요. 그렇게 계속 보다 보니 일정한 패턴이 보였어요.

그렇다면 패턴을 유추해보자. 혼자 멜론 차트를 보면서 제 차트 성적과 저작권료를 보면서 맞춰봤어요. 차트 진입, 순위로 몇 위, 그러면 저작권료가 3개월 후에 얼마, 6개월 후에 얼마. 이런 나만의 가설을 세워놓고 제 저작권료 추이를 보는데 딱딱 들어맞더라고요.

처음 300곡 정도 곡의 저작권 추이 데이터를 봤어요. 그다음에는 1000곡 데이터를 분석했죠. 그런데 대부분 유사했어요. 이 얘기는 저작권료 패턴이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고, 돈의 흐름이 예측되면 금융 상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잖아요? 그리고 너무 재밌는 것은 저작권료가 정말 꾸준히 돈이 들어오는 자산이라는 점요. 놀랐어요. 이렇게 안정적인 패턴이 있는 줄 몰랐거든요.

안정적이기만 하다면 투자의 니즈가 없을 것 같은데요

당시 금융 시장이 금리는 하락하고, 현금 유동성은 컸어요. 일본에서 제로 금리, 마이너스 금리 이야기까지 나왔으니까요.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 자체가 꺼려지는. 당연히 새로운 대체 자산에 대한 니즈는 커질 것이고, 저작권이 안정적인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심지어 저작권은 케이팝, 확장 가능성과 성장 가능성도 있었어요. 단순 자산 저장 수단을 넘어 새로운 금융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죠. 그렇게 저작권료를 받고 3~4년 정도 저작권료를 받으면서 분석을 했고, 2014년쯤 사업을 구체적으로 그렸어요.

뮤직카우 펀딩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저작권 1주는 2만원 초반에서 역주행 이후 120만원까지 올랐다. 현재는 60만원대 거래되고 있다.
뮤직카우 펀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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