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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 코너에선 현업 투자사의 대표, 심사역이 내가 왜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는지 배경과 스토리를 공유합니다.
2018년 3월 벤처투자의 세계에 들어서면서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로웠다. 긴 시간 제약산업 분야에 있으면서 가졌던 생각. ‘세계에서 통할 수 있고 차별화된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이런 바이오텍을 선별하여 투자하겠다며 여러 회사 투자 검토했다. 기술이 매력 있다 생각했던 여러 회사의 주주명부에서 ‘카이트창업가재단’이라는 이름을 찾았다. ‘이런 회사들은 어떻게 초기부터 알고 투자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곳을 이끄는 분은 누구일까’ 궁금증이 더해졌다.
‘카이트창업가재단’을 이끌던 김철환 대표님은 연속창업가이자 전자종이 기술개발 업체 이미지앤머터리얼을 성공적으로 매각 후에 재단을 설립해 기술 기반 회사들에 극초기 투자를 하고 계셨다. 벤처투자의 세계 신입생 나에겐 업계의 구루이셨던 것이다. 우연히 행사장에서 단 한번 짧게 인사를 드렸던 것이 유일한 인연이었지만, ‘스카이테라퓨틱스’를 통해 오랜 시간 함께 갈 인연이 될 줄은 그 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난해한 미로 속에서
2019년 어느 봄날, 회사 파트너님이 나를 불렀다. ‘김철환 대표가 이제 막 설립한 회사인데 아이템이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짧은 소개만으로는 내 머릿속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VC 들과 함께 김철환 대표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었다. 첫 느낌, ‘도저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였다. 기존 상식을 뒤엎는 기술과 개념이었다. 같은 자리에 있는 다른 심사역들도 같은 심정이었을까? 하지만 스카이테라퓨틱스가 타겟하는 시장은 니즈가 크고, 기술이 적용된다면 전세계 시장을 흔들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직감이 왔다. 대학 졸업 이후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던 물리, 화학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외계어 같았던 스카이테라퓨틱스의 기술과 김 대표님의 설명을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스카이테라퓨틱스’는 ‘모아시스 (MOASIS, MOlecularly Associated Innovative Substance)’ 라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회사로 기존의 난용성 약물, 즉 물이나 다른 액체에 녹지 않는 성질을 가진 물질들의 용해도와 세포투과성 및 약물의 생체이용률 (약물이 체내에 들어가 생체에 이용되는 비율)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승인된 약물 그리고 개발 중인 약물들의 상당수가 난용성을 가지고 있어, 이용에 여러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이를 높이기 위한 많은 연구와 개발들이 전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가용화를 위해 유기용매, 계면활성제, 폴리머 등 다양한 방법들이 나왔지만. 모두 한계가 명확하다. 하지만 ‘모아시스’ 플랫폼은 유기용매의 사용 거의 없이 물로만 사용하여 간단한 물리화학적 방법을 이용하여 용해도를 극대화할 수 있기에 현 의약품 개발에서 혁신적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기존 기술과 원리와 너무 달라, 주변 여러 전문가들도 기술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고개를 저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철환 대표님께 난용성 물질을 하나 준비하여 용해도를 높이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다고 했다. 대표 입장에선 충분히 불쾌할 수 있는 요청이었다. 하지만 김 대표님은 흔쾌히 응했다. 2019년 여름, 다른 VC분들과 함께 스카이테라퓨틱스를 방문, 우리가 제시한 난용성 물질의 용해도를 높이는 전 과정을 직접 지켜봤다. 단 하나의 물질만 검증한 것이지만 회사의 ‘모아시스’ 플랫폼은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김 대표님을 믿고 투자를 결정했다.
첫 투자 이후 스카이테라퓨틱스는 플랫폼 검증을 위해 많은 연구데이터들과 완성도를 높였고, 좋은 인력 분들을 영입하는 등 차근차근 내실을 쌓아갔다. 플랫폼의 POC (Proof Of Concept, 개념증명)를 위해 회사는 점안제와 관련하여 이미 출시된 약물과 ‘모아시스’ 플랫폼을 적용한 동일 약물을 비교했을 때 훨씬 적은 농도에서도 우수한 약효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기존 주사제형 의약품을 외용제 (피부로 바르는 제형)로 변경해도 그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모아시스’ 플랫폼을 거치며 용해도를 높여 기존 제형 달리 눈과 피부를 투과할 수 있는 우수한 약물로 재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벤처의 본질, 룬샷
본격적인 사업 개발 진행을 위해 2021년 봄, 스카이테라퓨틱스의 시리즈 B 투자 준비가 시작됐다. 여러 투자사와 함께 만났지만, 대부분 회사는 ‘모아시스’ 플랫폼 소개를 들으면 난색을 표했다. 스톤브릿지벤처스도 마찬가지였다. 비가 오는 어느 저녁, 김철환 대표님과 함께 오랜 시간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그 시간이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고, 더 깊어진 신뢰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후 ‘스카이테라퓨틱스’는 우리를 포함한 334억원 시리즈 B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아직 회사는 가야될 길이 녹록지 않은 건 사실이다. 우리의 플랫폼이 얼마나 유용한지 결국 사람 대상의 임상을 통해 검증해야 하니까. 회사는 이제 2022년 상반기에 두개의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조금씩 우리를 따뜻한 눈으로 봐주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그 가능성을 말이다.
마지막으로 여전히 많은 분은 회사의 ‘모아시스’ 플랫폼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회사와 내가 앞으로 증명해야 할 일이지만, 다들 무시하고 홀대하지만 비즈니스의 판도를 판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 ‘룬샷’에 배팅을 하는 것이 벤처캐피탈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로버트 스완슨과 허버트 보이어교수의 제넨텍과 같이 김철환 대표님과 나는 같이 제2의 제넨텍을 감히 꿈꿔본다. Per Aspera Ad Astra (역경을 헤치고 별을 향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