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스타트업]에서 발송한 콘텐츠입니다. 매주 화/목/금 레터를 발송하는 유료 멤버십입니다. 스타트업 콘텐츠를 모은, 회원 전용 아카이브 [쫌아는아카이브]도 제공합니다. 가입을 원하면 [클릭] 하세요.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3087
세상에서 가장 엉터리 시장은 보청기일지 모릅니다. 개당 가격이 100만~400만원, 한 짝을 맞추면 비싼 제품은 700만~1000만원까지도 하는 최고가 라인인데, 더구나 세계적인 고령화 사회 진전으로 잠재 시장도 엄청날텐데, 정작 많은 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제품 품질 평가도, 합리적인 제품 선택권도, 심지어 사후 서비스도 받지 못하는게 현실입니다.
“처가쪽 할머님이 한번 보청기를 봐달라고 한 적이 있어요. 제가 보청기 스타트업한다니까요. 아드님이 큰맘먹고 200만원대로 해준 보청기요. 손톱만한 보청기가 할머님한텐 아들의 따뜻한 마음 그대로죠. 근데 딱 끼는 순간, 이건 아니다 했죠. 고장난 제품이었거든요.”
송명근 올리브유니온 대표는 “답답한 현실을 어떻게 해야할까요”라며 “할머님은 잘 안들려도 그런가보다하고, 고장난지도 몰랐고요. 아드님도 대신 껴볼 생각도 못해고요. 그렇다고 보청기를 구매한 판매점에 가면 또 뭔가 복잡한 얘기하면서 결국 또 돈이 나가니까 안 가시는 거예요”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 30.6%가 노화성 난청(2010~2012년 국민건강영양평가조사)이고, 9.5%가 보청기가 필요한 중등도 이상의 난청이라고 합니다.
집에 가면 부모님을 보세요. TV 볼륨을 너무 높이거나, 당신의 목청이 너무 커지지는 않으셨는지요. 청력 저하는 천천히 일어나 정작 본인은 쉽게 못 느낍니다. 난청인 어르신은 치매 발생 빈도가 정상 청력인 경우보다 3배(중등도 난청의 경우) 높다고 합니다.
막상 보청기 판매점을 가면, 청력 검사하곤 200만~400만원짜리를 권합니다. 자녀가 같이 오면 더 비싼 제품을 추천하고요. 이런 현실 탓에 난청 인구 대비 보청기 보급률은 10% 미만으로 추정합니다. 우리나라가 심하긴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도 비슷합니다. 구조적인 페인 포인트가 존재하는 시장인 셈이죠.
미국 예술대학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약칭 리즈디)을 졸업, 콜롬비아대학 석사에 다니던 송명근 올리브유니온 대표는 2013년에 이 ‘페인포인트’에 맞닥드렸습니다.
“27살인가 28살이었는데, 미국에 사는 고모부가 어느날 보청기를 사신다고요. 엄청 많이 왔다갔다하시던데 400만원짜리를 샀어요. ‘엄청 좋은건가’했는데 일주일 지나서 안 쓰더라구요. 별로 안 좋다고. 환불도 안 하고요. 저는 사기인가 하고 구글을 뒤졌는데, 요즘 세상에 검색해도 정보가 나오는 게 없어요. 왜 보청기란 제품은 제대로 된 가격을 홈페이지에 제시도 안 하는지, 뭔가 가려져있고, 이걸 한번 해결해보고 싶다, 했죠. 그게 창업 동기.”
“뉴욕까지 유학간 아들이 보청기 사업하겠다니, 아버님은 그동안 기둥 몇 개 뽑았는지 아냐며 극히 반대하셨죠. ‘망해도 총각일 때 망해야 데미지가 적을 것 같다. 망하면 깔끔하게 복학을 하겠다’고 설득했어요.
그러다가 타협본 게 군대요. 막상 사업하려니 군대라는 허들이 남아있었어요. 휴학하고 입대했고, 거기서 군 간부님한테 조선일보 좀 보게 해달라고 했더니 들어주셨죠. 한창 창조경제하면서 국가에서 창업지원한다는 기사가 나올 때예요.
그때 그걸 보고 뽐뿌받은 젊은 친구 중 한 명이 저예요. 굳이 겉멋들어서 뉴욕갈 필요없겠다, 가봐야 월세 내는것도 빠듯할텐데 한국에서 1인 창업해보자.”
◇“헉 보청기가 수백만원? 안 들려도 참고 보청기 안 써요. 우리나라만요? 미국도 4명 중 3명은 안 들려도 참고 살아요.”
보청기, 의외로 진입 장벽이 꽤 높지 않나요. 보청기 시장엔 ‘귀에 쏙 들어가, 눈에 보이지 않아야한다’는게 과거 통념이었죠?
보청기를 왜 숨겨야하는지 모르겠어요. 보청기도 안경처럼 패션 소품은 될 수 없나요. 젊은 친구들은 블루투스 이어폰쓰는데 어른신들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제가 건축 디자인해서 그런지, ‘누군가 시도는 해봐야하지 않나’고 생각했어요. 사고의 전환일까요.
배터리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가 보청기는 대부분 배터리 교환형을 많이 써요. 충전식이 아니고요. 배터리는, 징크(JINC)라는 걸 써요. 스마트폰에 리튬이온전지를 쓰는 것처럼요.
아주 작아요. 너무 작아서, 어르신들이 교체할때 잘 안 보여서, 잘 못 끼우는 경우 허다하고요. 한번 봉지까면 배터리 8개가 있는데 자칫 못 챙기면 나머진 다 방전되고요.
세계 충전기 메이저 회사들은 충전식을 안 했어요. 예컨대 프린터 회사에서 토너리지 판매 장사를 했듯이 보청기에서도 교환용 배터리 판매가 나름 한 몫했던 비즈니스거든요. 요즘은 메이저 업체도 조금씩 합니다. 저희 같은 곳들이 충전식을 내놓으니까요.
귀에 쏙 넣으려니, 아주 작은 배터리를 써야하고, 또 마이크도 소형화를 하다보니 안 좋아질 수밖에 없고요. 자명한 일이죠.
안 좋은 제품을 비싸게 쓰니, 고객은 만족도가 떨어져요. 눈에 안 보이는 보청기에 대한 재구매 비율은 40%이상이 되요. 외부 시선 때문에 보청기를 숨기고 성능은 떨어지는 악순환, 그 와중에 가격은 비싸지고요.
▶[전문은 가입후 보세요]◀
뉴스레터 [스타트업]에 가입하면 이 기사의 전문은 물론이고 6개월 이상 축적한 콘텐츠 전부와 매주 신규 콘텐츠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커피 한잔의 가격으로 스타트업 현업의 고민을 공유하세요.
아래는 원문에 실린 사진과 그래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