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7일 뉴스레터 [스타트업]에서 발송한 기사입니다. 뉴스레터 [스타트업]은 쫌아는기자들 제작팀이 매주 화, 목, 금 구독자에게 발송합니다.
@[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는 현업 벤처캐피털 대표님이 ‘내가 왜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는지’를 이야기하는 코너입니다. 남기문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노을 투자를 첫번째 이야기 주제로 삼으셨습니다.
[노을을 소개합니다]
노을은 혈액 및 암 진단을 위한 체외 진단 플랫폼을 개발하는 회사다. 진단 분야에 혁신 기술을 접목하여, 실험실과 전문인력 없이도 언제 어디서나 진단 검사결과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과 질병 치료의 효율성을 극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진단검사 분야의 ‘획기적인 혁신’이라 할 수 있다.
현재는 초기 제품을 개발하여 WHO, 노바티스 등과의 협력 하에 제품을 시장에 막 알리는 단계로, 작년의 투자 라운드에 참여한 이후 올해는 시리즈-C 투자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노을이 향후 세계 의료진단 시장을 혁신으로 진일보 시키는 과정에 함께 하고 싶다.
[노을에 감동하다 - 창업 동기, 비전과 문화]
2020년 초, 첫 IR 발표를 듣고 오랜만에 감동적인 프레젠테이션을 들었다는 생각과 동시에 이런 기업가들을 만날 수 있는 직업을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먼저, 창업자는 수 년간 아프리카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현장에서 온 몸으로 느낀 문제를 보다 혁신적으로 해결해야겠다는 신념으로 창업을 결심했고, 필요한 기술과 실현 가능성을 연구/조사하고, 해당 기술을 가진 전문가이자 신념을 함께할 인재들을 규합하여 창업을 한 과정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신념과 열정, 그리고 철저한 준비와 실행이 잘 어우러진 좋은 사례로 보였다.
회사의 사회적 문제 해결에 대한 비전에 공감하는 최고의 엔지니어 등 각 분야 전문가로 팀을 셋업하고, 이들이 개발하는 혁신 기술을 통해 의료 혜택을 누구나, 쉽게 누릴 수 있게 하겠다는 신념을 회사의 정관에 명시를 하고, 회사 운영의 핵심 가치로서 커뮤니케이션하는 모습도 너무 보기 좋았다.
투자 심사를 진행하던 중, 심사역이 회사 방문 후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으로 “구성원들이 일하는 모습이 낯설 정도로 밝고 긍정적이며, 커뮤니케이션이 투명했다” 라 전했는데, 이는 기업 문화를 알 수 있는 단적인 예라 생각한다. 저렇게 일하는 팀들에 투자를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노을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들은 같은 지구시민으로서는 고마운 일이지만, 투자자의 관점으로는 걱정이 된 것도 사실이다. “혹시 사회적 기여를 위해 회사의 수익을 계속 양보하지는 않겠지?” 라는.
◇“IR현장에서 혈액 검사 시연하는 디테일에 소름”
[노을에 놀라다 - 혁신은 융합에서, 그리고 글로벌로]
다행히 노을은 ‘기술의 혁신과 제품의 개발에는 절대 타협을 하지 않는다’라는 모토로 매우 균형 잡힌 사업을 펼쳐 나가며 투자자를 편하게 해 주었다.
노을의 진단기기와 솔루션은 바이오, AI, 광학, SW, 기구, 제조분야의 ‘융합’을 통해서 만들어낸 혁신 제품이다. 융합이 혁신의 지름길인 것을 많은 사례를 통해 알고 있지만, 실제로 각 분야의 최고 수준의 인재를 모으기도 일단 힘들고, 모였다고 해도 막상 한 방향으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노을은 이를 회사의 비전과 문화 안에서 잘 해결해 가고 있다.
투자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노을의 또 다른 장점은 Day 1, 첫 날부터 글로벌을 염두에 둔 비즈니스 전개에 있다. 하버드, 서울대학교, 아산병원 등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기관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WHO, 질병관리청 등 국내외 최고 권위의 레퍼런스 기관과의 연구협력 등을 통해,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를 매우 체계적으로 해내고 있다.
노을은 기술/비즈니스/기업문화/사회적 역할 그 어느 하나도 소홀히 여기지 안고 창업 초기부터 밸런스를 잘 맟춰 운영하는 보기 드문 회사인 것 같다.
[In Detail]
끝으로 노을의 IR시 깜짝 놀랐던 경험을 전달하면서 디테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노을의 프레젠테이션은 명확한 스토리라인도 좋았지만 적재적소에 사진과 동영상을 배치하는 등 듣는 사람들을 최대한 배려하여 전달했음을 알 수 있었다. 발표 이후 “혹시 IR자료 직접 만드신 것 맞나요? 전문업체가 대행한 것 아니죠?”라고 물은 기억이 난다.
가지고 온 시제품으로 시연을 해보겠다고 해서, 직접 내 손가락의 피를 한 방울 채취한 뒤 진단기기에 혈액 시료를 넣었다. 그리고 다시 IR발표로 돌아와 진행한지 10~20분이 지났을까? 진단기기에서 결과가 나오고 있는데 마침 IR자료의 장표에서 결과와 관련된 설명을 하는 것이다. (앗! 소름!) 혈액 채취 타이밍과 발표의 진행 속도를 사전에 정확히 맞추어 준비한 것 같았다. 가끔은 이런 디테일이 큰 감동을 준다. ‘이 정도 디테일이면 뭘 해도 잘 하지 않을까?’
임찬양 대표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아프리카나 제3세계 국가가 아닌 곳에서는 어디서나 쉽게 피검사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느냐, 그러면 시장이 너무 작지 않느냐’고요.
“건강검진 때 알려주는 혈액 검사, 쉽지 않아요. 실험실과 각종 장비, 전문인력이 필요해서 국내 대형병원에서나 가능하죠. 그래서 지역 보건소에서 저희 디바이스를 구매합니다. 놀랍게도 세브란스 같은 대형병원도 저희 고객이에요. 응급실이나 수술실에서 급하게 혈액검사가 필요한 상황이 있으니까요. 아, 물론 아프리카 4~5개국에도 수출하고 있어요.”
남기문 대표님이 인상적이었다는 창업 동기와 기업 문화, 그리고 PT기술에 대해서도 물어봤습니다.
“아프리카 봉사 경험은 공동창업자인 이동영 대표의 경험이에요. 말라리아로 한해 수만명이 죽는 곳이죠. 그래서 사업 초기엔 말라리아 진단 키트를 개발해 내놓았습니다.
이동영 대표는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바이오공학 박사를 하면서 수년간 아프리카 봉사를 다녔고, 저는 VC에서 의료/바이오 기업 심사역을 9년간 했어요. 동갑내기 친구로 오랜 기간 알고 지냈고, 그러다 창업을 같이 하게 됐고요.
사업 초창기에도 ‘눈 앞에 돈 벌 생각보다, 정말 의미있는 일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했어요. 그래서 회사 분위기가 좋다고 느끼셨을 수도 있습니다.”
“IR 디테일은 제가 심사역을 하면서 여태 수백개 기업들의 IR 프레젠테이션을 봤으니까요. 어떻게 해야 투자자들의 마음을 뺏을 수 있는지 잘 알기 때문에 그렇게 했습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