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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1 No.7. 카이스트 박사가 가르치는 한글, 홍창기&김우현 H2K 창업자
이번에 소개할 스타트업은 아이가 없는 독자께는 생소할 겁니다. 유아용 한글 교육앱 ‘소중한글’을 만든 스타트업 H2K입니다.
대전에 있는 H2K 사무실. 간판도 없어 찾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창업자인 홍창기(38) 대표님이 ‘먼 길 오셨는데, 커피 한잔하세요’라며 커피를 건넸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손바닥 한 뼘, 스타벅스 벤티 사이즈만한 잔에 커피가 가득 차 있었고, 브랜드도 생소했습니다. “아니, 대표님 이렇게 큰 커피를..”. 옆에 있던 공동창업자인 김우현(36) CTO는 “아, 상가 밑에서 파는 1900원짜리 커피예요. 밤낮으로 개발하려면 이 정도 커피는 마셔줘야 해요”라고 하더군요. 직원들 책상을 봤습니다. 책상마다 큰 커피잔이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아, 이게 스타트업이죠,라는 전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하하. )
홍창기 대표와 김우현 CTO 모두 카이스트 박사 출신입니다. 홍 대표는 전산학 전공. 생체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시뮬레이션 기법을 연구했고, 핵심 참여 프로젝트는 ‘개인맞춤형 신약 개발을 위한 생체 빅데이터 시뮬레이션 개발’이라고 합니다. 김우현 CTO는 카이스트 전자과 박사를 2020년 졸업했습니다. 2017년 창업 당시 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는데, 전공은 로봇. 차세대 자동차 IoT 플랫폼 개발 프로젝트에도 참여했습니다.
시쳇말로, ‘어딜가든 입사 가능한 이력서’입니다. 그들의 창업 이야기입니다. 홍창기 대표의 답변은 ‘홍’, 김우현 CTO의 답변은 ‘김’이라고 표시했습니다. 김우현님의 답변은 개발자답게도 짧고 명료했습니다. 부연설명을 도맡은 ‘홍’ 답변이 많은 이유입니다.
◇난독증 어린이를 위한 니치 마켓, 해보니 시장이 훨씬 컸다
왜 한글 앱을요?
홍 : 교육에 특별한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요. ‘박사 끝나면 어떤 인생을 어떻게 살까?’를 고민하던 센치(감성적)한 시절이 있었어요. 박사과정을 하면서 알게 된 김우현님이 “어떤 직업을 선택하는 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비전을 갖고 사느냐도 중요하다. 꿈을 갖고 창업 한 번 해보자”라고 하시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좀 오글거리는 이야기지만요(웃음). 창업 제안이 솔깃했죠. 그래서 김우현님에게 물어봤어요. “아이템 있어?”라고요. 그랬더니 “아니, 없는데”라더군요.
일단 사업 아이템을 찾을 팀을 먼저 꾸렸죠. 그게 2016년이요. 아이템은 없으니, 아이템 선정 기준이라도 세우자고 했죠. 그때 세운 기준 셋.
1번, 어려울 것. 아직 누구도 풀지 못한 문제여야 했고요.
2번,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것.
3번, 우리가 배운 기술이 활용될 수 있는 것.
이 기준으로 정말 여러 아이템을 고민했죠. 우연한 기회에 한글교육을 제대로 못 받는 아이들, 혹은 한글 학업 성취도가 낮은 아이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신문 기사로 봤거든요. 교육부가 조사했더니, 유아 한글 난독증이 전체 아이 중에 4.2%나 된다는 기사였죠. 한글 난독증은 장애가 아니라서 장애인들이 받는 혜택도 못 받는대요. 학교에서 가면 한글을 못 읽으니 수업도 못 따라가고요. 이런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다는 기사였어요.
실제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주변에 물어봤죠. 지금은 팀에 합류한 언어치료사 선생님이 계세요. 이분께 여쭤보니 난독증뿐 아니라 한글을 늦게 배우는 아이들이 교육부 추산으로도 20% 정도 된다고 하셨어요. 그러면 이런 아이들을 위한 솔루션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이 고민에서 출발한 사업이죠.
단번에 한글 창업이란 아이템에 확신을 갖은 건가요.
홍 : 그럴 리가요. 팀을 꾸려서 2016년 카이스트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나갔어요. 6개월 정도 아이템을 찾았고, 멘토님한테 계속 ‘그 아이템은 접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죠. 처음 들고 PT했던 기획안이 뉴스 큐레이션 앱이에요. 멘토가 한재선 그라운드엑스 대표님, 당시에는 퓨처플레이 CTO셨어요. 뉴스 앱 이야기를 듣거니 “뉴스 사업은 둘의 노력 대비 성과가 나오기 어렵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다음에 들고갔던 아이템이 ‘팩트 체크’ 서비스였어요. 뉴스 과잉 시대에 팩트를 체크해주겠다고요. 이것도 마찬가지로 거절당했죠. “자꾸 미디어를 하려고 하지마라. 쉽지 않다”고요. 저랑 우현님이 신문이랑 뉴스를 정말 열심히 보거든요.
그러다 한 대표님을 만날 수 있는 마지막 인터뷰가 찾아왔어요. 시간이 5분 정도 남았는데 “정말 뭐 다른 아이템 없나요?”라고 물으시더라고요. 지금까지 준비한 10개 정도 아이템이 모두 별로였던 것이죠. 그때 최근에 봤던 한글 난독증 신문기사가 문뜩 떠올랐어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이야기했어요. 한 대표님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니치 마켓(niche market)이지만, 타깃 고객과 문제정의가 명확하다”고 하시더군요. 결국 한글 교육앱 아이템으로 학생창업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됐어요. 어찌보면 신문 열심히 봤던 것이 도움됐네요. 한 대표님이 “두 박사님은 일단 법인부터 세우세요. 그래야 절실해집니다”라고 하셔서 법인부터 세웠죠.
자본이 없어서 일부러 니치 마켓(작은 시장)을 택한 건가요.
홍 : 그때는 그랬지만, 이제는 아녜요. 처음에는 난독증 아이들만을 타깃으로 했거든요. 소풍에서 시드 투자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한글을 늦게 배우는 아이들, 20%만 타깃으로 잡았었는데 막상 시장에 내놓으니까 반응이 달랐어요. 한글을 가르치려는 모든 부모님의 니즈를 발견했거든요.
김 : 그래서 피벗을 하려고 노력 중이고요. K팝을 좋아하는 외국인들도 한국어 공부를 하는 시대도 왔어요. 실제 아이돌이 소속된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도 협업 문의가 온 적도 있고요. 더 많은 고객들의 니즈를 발견했고, 확장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봐요.
◇로봇 박사가 만든 AI 한글 쌤
그래도 핵심 고객은 한글을 가르치는 부모님들 아닌가요
홍 : 한글 교육 시장만 정확히 추산한 외부 분석 자료는 없어요. 나름대로 분석한 결과를 말씀드리면, 전통적인 한글 교육 시장은 전체 2조원 된다고 봐요. 이 중에 4분의 3, 1조5000억원 규모 시장을 학습지 메이저 업체 3곳이 점유하고 있어요. 나머지 5000억원이 단행본, 책 시장이에요. 학습지 업체들의 공시 자료를 꼼꼼하게 따져본 결과예요.
학습지나 책이 아닌 앱이나 인터넷강의로 한글을 가르치는 한글 에듀테크 시장이 4500억원쯤 된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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