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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0일 유튜브에 ‘CNBC 삭제본’이라는 동영상 하나가 떴습니다. 구독자 6만명 정도인 미국이야기라는 채널이 올린 영상입니다. 부제는 ‘동문서답하는 쿠팡 김범석 인터뷰 풀영상’ 입니다. 유명 유튜버도 아니고, 조회수도 2만여회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동영상의 6분10초는 스타트업이 얼마나 어렵고 척박한 길인지, 그리고 ‘손익분기점’이라는, 세상 모든 스타트업의 숙제를 다시 한번 되짚는 길고긴 시간었습니다. 오래전에 딱지 앉은 상처라, 안 아플줄 알았는데, 막상 다시 헤집으니 쓰리고 또쓰릴 때처럼 말이죠.

쿠팡은 1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습니다. 공모가(35달러)보다 40.7% 오른 49.25달러에 장을 마감했고, 쿠팡 시가총액은 886억5000만달러(약 100조원)을 기록했습니다. 한국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이날 쿠팡과 창업자 김범석 의장의 스토리에서 교훈과 희망을 동시에 봤습니다. 같은날 김범석 의장은 자산 9조원의 거부 반열에 올랐죠. 한강의 기적을 언급한 CNBC와 김 의장의 인터뷰는 국내에서도 회자됐습니다.

그런데 CNBC의 공식 유튜브 채널(구독자수 143만명)에 뜬 김범석 의장의 인터뷰 동영상(5분10초 분량) 댓글에 ‘왜 CNBC는 풀 버전을 삭제했느냐. 앤드류(Andrew, 뉴스진행자)가 3차례나 언제 쿠팡이 수익을 내느냐는 질문을 했는데, 김범수 의장이 매번 회피했지 않았느냐.’는 내용이 올라왔습니다. TV 뉴스에 나온 영상 중 일부가 잘린채 유튜브에 올라왔다는 지적이죠. 문제의 ‘CNBC 삭제본’은 그 대목이 고스란히 실린 영상입니다.

“언제 수익화의 길을 갈 수 있냐”는 질문에 김 의장은 ‘좋은 투자자를 만난 것’과 ‘장기 투자와 장기 전략’을 반복해 언급할 뿐, 언제쯤 쿠팡이 영업이익을 낼지 답하지 않죠.

그러자 뉴스진행자는 “아뇨, 아뇨.(no, no) 아마존과 달리, 아마존은 클라우드인 아마존웹서비스를 가졌지만, 본래 리테일 비즈니스는 마진이 박하다. (수익화 시점은) 2년? 3년? 4년? 투자자들에게 뭐라고 말하는가”라며 재차 지적합니다.

다시 김 의장은 주식 투자자나 고객들은 장기 투자 입장에서 회사 가치를 인정한다는 식으로 답을 회피합니다. 진행자는 다시 “10년쯤 뒤인가, 쿠팡은 창업한지 벌써 10년 넘지 않았냐”고, 다시 수익화 문제를 물고 넘어지죠. 당황한 김 의장의 표정은 굳이 영상에서 확인하지 않아도 알 듯 합니다. 손익분기점은 쿠팡에 언제나 아픈 손가락이었습니다. 매년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 넘게 적자를 낼 때마다, 쿠팡 도산설이 돌았죠.

그때마다 ‘장기 비전을 믿고 투자하는 소프트뱅크가 있다’ ‘회계상 자금난의 걱정은 없고, 경쟁사의 악의적인 흑색선전이다’ ‘적자를 감내하고 규모를 키우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모델이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온갖 우려를 떨칠 뉴욕증시 상장의 축제일조차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손익분기점의 시기에 대한 곤혹스런 질문에 맞닥뜨린 겁니다.

독한 CNBC의 뉴스진행자를 마냥 탓할 순 없습니다. 스타트업의 대표를 만날 때마다, 취재 기자로서 가장 묻기 싫지만, 그래도 물을 수밖에 없는 질문이 바로 ‘언제 흑자가 되느냐’인 걸 알기 때문입니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이 ‘계획된 적자’ 플랜과 벤처캐피탈의 자금을 바탕으로, 세상을 집어삼킬 큰 그림을 그리는건 너무 부럽지만, 그리고 그런 큰 성공의 꿈을 응원하지만, 말입니다. 대기업도, 스타트업도, 어떤 기업도 적자 누적과 자본 잠식이면 도산합니다.

4년전 방준혁 넷마블 창업자에게서 도산했을 때의 경험을 들었습니다. “사업에 실패하니 사무실로 사채업자들이 몰려왔죠. 근데 진짜 아픈건, 동고동락하던, 한솥밥 먹던 동료에게 월급을 못 준거죠. 망했으니까. 직원들은 저를 노동부에 신고했죠. 벤처는 꿈만 갖고 하는게 아니구나, 그걸 깨달았죠.”

하루라도 빨리 김범석 의장이 활짝 웃으며, “이제 쿠팡은 흑자 기업입니다”라고 답변하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쿠팡이 한국 뿐 아니라, 세상의 쇼핑 방식을 바꾼 혁신의 진원지로 기억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김 의장이 CNBC 진행자에게 “쿠팡의 앤드 투 앤드 방식은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어렵다”고 말한 것처럼 말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주문하면 뚝딱 다음날 배송되는, 한국에서 일군 쿠팡의 혁신은 아직 멈추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