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4시 경기도 군포시 산본 전통시장에 있는 경민청과에 “사장님 주문 왔어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게 주인 정미(59)씨의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기계음이었다. 고객이 집에서 스마트폰 장보기 앱으로 딸기 1팩(8000원)과 귤 20개(5000원)를 주문한 것이다. 잠시 후 산본시장 스마트배송센터 직원이 카트를 끌고 와서 과일을 담아갔고, 이를 오토바이 배송 기사에게 전달했다. 주문부터 배달까지 30분 만에 끝났다. 정씨는 “스마트폰 앱으로 주문받고 시장에서 배달해 주니까 월매출이 10%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올해로 36주년을 맞는 산본시장이 온라인 주문 배송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코로나 시대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생방송으로 상품을 소개하면서 고객과 채팅으로 소통하는 라이브커머스도 하는 등 ‘디지털 시장’으로 변신 중이다.

22일 오후 경기도 군포시 산본시장에서 시장 스마트배송센터 직원이 고객이 주문한 물품을 배송 기사에게 전달하고 있다. 산본시장은 지난해 6월부터 스마트폰 장보기 앱을 운영해 고객이 주문한 물건을 2시간 이내에 배송해 주고 있다. /장련성 기자

◇앱 주문부터 배달까지 2시간 만에 완료

산본시장은 작년 6월 스마트 배송을 시작했다. 코로나 여파로 고객들이 시장 방문을 꺼리게 되면서 나온 대책이었다.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졌을 때는 시장 한 달 매출이 평소보다 40% 이상 떨어지기도 했다. 노석래(51) 산본시장 육성사업단장은 “더 이상 손님을 기다리지만 말고 직접 찾아가자는 취지에서 스마트 배송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산본시장은 전통시장 배달 앱인 놀장을 도입하고 배달업체와도 계약했다. 앱 수수료와 배달비용은 시장 상인들이 공동 부담하기로 했다. 배송 기사가 쉽게 주문 물품을 수거해 갈 수 있도록 스마트배송센터도 차렸다.

22일 오후 경기도 군포시 산본시장에서 시장 내 스마트배송센터 직원(사진 왼쪽)이 고객이 주문한 물품을 시장 상인에게 전달 받고 있다. /장련성 기자

주문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받고, 시장 주변 2㎞ 내에 있는 곳까지만 배달하기로 했다. 농산품 신선도 유지를 위해 주문받은 이후 2시간 이내 배송을 원칙으로 했기 때문이다. 배달 도중 상품이 상하는 걸 막기 위해 보온·보랭 가방도 준비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입 초기에는 기대만큼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상인 대부분 나이가 많아서 스마트폰 앱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상인회는 포기하지 않았다. 매일 시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장 상인에게 일대일로 앱 교육을 했다. 지역 온라인 맘카페를 중심으로 홍보전도 펼쳤다.

그 결과 서서히 입소문이 나고 앱 주문이 늘기 시작했다. 맘카페에선 “떡집에서 서비스도 줬다” “상품들도 좋고 과대 포장 없으니 그게 제일 좋다” 등 주문 추천평이 쏟아졌다. 맞벌이를 하는 주부 정호선(44)씨는 “퇴근 무렵 시장 앱으로 주문하면 마트보다 싸고 질 좋은 상품을 집에서 편하게 받을 수 있어서 자주 쓰고 있다”고 했다. 시장 상인들은 “점포마다 배달기사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도 상품을 배달할 수 있게 돼 좋다”고 했다. 산본시장에서 명산축산을 운영하는 허관선(61)씨는 “고객이 직접 우리 가게를 찾지 않고 앱으로 주문해도 좋은 고기를 받아볼 수 있도록 배달 상품에 신경을 쓰니까 단골이 더 늘었다”고 했다.

산본시장 점포에서 장보기 앱을 통해 판매한 상품 건수는 작년 6월 1614건에서 12월 2765건으로 증가했다. 추석이 있던 9월에는 3899건이나 됐다. 작년 6월부터 12월까지 스마트 배송 총매출액은 8044만원에 이른다. 현재 산본시장 200여 개 점포 중 56개 업체가 스마트 배송에 참여하고 있는데, 올해에는 100여 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상인회 측은 스마트폰 이용이 서툴고 시력이 나쁜 상인들을 위해 태블릿PC를 지원하기로 했다.

◇라이브커머스·영수증 행사도 인기

산본시장에서 작년 실시했던 라이브커머스 모습. 산본시장은 올해 3월부터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정기적으로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산본시장

착한탕국을 운영하는 김종민(52)씨는 산본시장이 배출한 유튜브 상인 스타 중 한 명이다. 김씨는 생방송으로 진행된 유튜브 라이브커머스(실시간 동영상 방송으로 상품을 파는 방식)에서 떨지 않고 상품 소개를 잘해 전문 진행자에게 “방송 체질”이라는 칭찬을 들었다. 작년 12월에는 산본시장에서 주최한 ‘원데이 문화교실’에 강사로 나와 주부들을 대상으로 국 끓이는 법을 가르쳤다. 김씨는 “문화교실을 하다 보니 단순히 상품을 사고파는 관계가 아니라 친한 동네 이웃처럼 느껴졌다”며 “올해에도 적극적으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시장의 정을 나누겠다”고 했다. 산본시장은 작년 총 4차례 라이브커머스를 했는데, 올해 3월부터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정기적으로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산본시장은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자리도 늘리고 있다. 시장 상인회는 지난 10월부터 두 달간 총 7차례 군포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장보기 체험행사를 열었다. 초등학생이 부모와 함께 시장에 와서 자신이 필요로 하는 상품을 직접 사보면서 경제공부를 하는 시간이었는데, 총 1500여 명이 참여할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고 한다.

경기도 군포 산본시장에서 착한탕국을 운영하는 김종민(52)씨가 작년 12월 ‘원데이 문화교실’에 강사로 나와 주부들을 대상으로 국 맛있게 끓이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산본시장

영수증 꼬리물기 이벤트도 진행했다. 고객이 하루 시장에서 5만원 이상 구매했다는 걸 보여주는 영수증을 가지고 오면 1만원짜리 온누리상품권을 주는 행사다. 김장철에는 김장용 고무장갑, 대형 스테인리스 대야도 경품으로 내걸었다.

산본시장 협동조합 김장곤(65) 이사장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전통시장도 적극적으로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유튜브를 통한 상인 교육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