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어의 한 종류인 코리도라스 스테르바이/위키피디아

필자가 인터뷰한 적이 있는 전창록 경북경제진흥원장이 회사로 책을 한권 보내왔다. 주황색 표지에 제목은 ‘로컬 크리에이터 정착기’. 시중에 팔지 않는 이 책에는 진흥원의 도움을 받아 시골에 정착한 도시청년 20명의 창업 모험담이 담겨 있었다.

책장을 넘기다 한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마니아 대상 사업이라면 서울보다 시골이 더 좋아’. 경북 경산시에서 관상어 양식과 목재 가공업을 하는 코리우드의 이현우 대표(42) 이야기였다.

정부나 공공기관의 귀농-귀촌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도시인들은 시골 정착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낭만적으로 생각하던 시골 생활에 직접 부닥치면 판매 수요가 부족해 사업이 예상대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천리를 멀다않고 찾아오는 마니아(애호가)들이 고객이라면? 그리고 시골이라는 위치상의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소셜미디어나 온라인을 통해 적극적인 홍보를 한다면?

이현우 코리우드 대표/김기훈 기자

새해들어 서울에 첫 폭설이 내린 지난 7일 새벽, 관상용 열대어 사업 취재를 위해 눈길을 밟으며 고속철 역으로 향했다. 눈 온 뒤 대기가 맑고 깨끗해 하늘에 초승달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자료/네이버

코리우드는 경산시 진량읍 북쪽에 있다. 논밭이 펼쳐진 벌판에 가정집과 작은 가게들이 군데 군데 자리잡고 있고, 그 가운데 한 가정집 옆에 딸린 2층 건물이 코리우드이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창고처럼 천장이 높았다. 좌우 벽쪽과 한 가운데 길게 늘어선 수십개의 수족관에서 100여종의 열대어들이 형형색색의 자태를 뽐내며 열심히 헤엄치고 있었다. 오전 9시 40분쯤 가게 안쪽 탁자에서 점퍼 차림의 이 대표와 마주 앉았다. (11일 뒤인 지난 18일 보완 인터뷰를 가졌다.)


경북 경산의 열대어 매장

―가게 이름 ‘코리우드(Corywood)’가 무슨 뜻인가?

“판매하는 물고기 중에 코리도라스(Corydoras)라는 남아메리카 아마존 유역에서 생존하는 어종이 가장 많다. 그리고 목재(wood) 사업도 해 둘의 이름을 합쳐서 코리우드로 지었다.”

코리우드 매장 입구/김기훈 기자

―경산이 고향인가?

“나는 대구에서 태어나서 자랐다. 이 집은 할아버지가 살던 집이다. 가게 옆 안채에 부모님이 계신다. 이 가게 자리는 원래 아래채였는데 창업을 하면서 헐고 신축했다.”

―가게 면적이 얼마나 되나?

“안채와 가게를 합쳐서 대지가 모두 170평(561㎡)이다. 가게 건물은 1층 20여평, 2층은 10여평 정도 된다.”

―언제 창업했나?

“2019년 1월에 대구의 초등학교 친구와 함께 창업해 그해 6월 30일에 개업했다.”

“마니아 대상 사업이라면 시골이 더 좋아”

―관상용 열대어 사업이라면 손님들이 많은 대구에서 해도 되는데 왜 인구가 더 적은 경산에서 했나?

“열대어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라서 고객들과 가게의 물리적 거리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수족관을 사는 사람들은 대체로 수족관 받침까지 함께 산다. 수족관 받침을 목공으로 만들려면 작업장에서 소음이 많이 나는데, 대구 시내에 그런 곳을 임대하기 힘들었다. 대구에서 일을 하시는 아버지가 주말에 이 곳에서 대추나무 농사를 지었다. 그 대추나무를 수족관 한가운데 넣는 장식품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경북 경산시의 관상용 열대어 판매점 코리우드의 매장 내부./김기훈 기자

―목공 작업장은 어디 있나?

“여기 수족관 건물 밖 안채 쪽에 있다.”

―가게 주변은 논밭이 널려 있는 벌판이어서 지하철은 말할 것도 없고 버스도 들어올지 의심이 든다. 손님들은 어떻게 여길 찾아 오나?

“주로 자가용을 몰고 온다. 차를 도로가에 대놓고 내려서 걸어 온다. 그래서 주말에는 도로가에 차가 붐빈다. 그리고 가끔 자기 차가 없는 젊은이들은 마을 입구에 있는 버스정류장에 내려서 30~40분을 걸어 찾아오거나 여러명이 함께 택시를 타고 오기도 한다.”

뜻대로 안된 공무원 시험

대구 청년이 경산까지 내려와 한적한 동네에 열대어 가게를 열게 된 동기에 대해 질문을 이어갔다.

―원래 수족관 사업을 하고 싶었나?

“아니다. 처음에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었다. 공무원이 되면 퇴직 전까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고, 퇴직해도 연금이 나온다는 게 이유였다.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는데 고시원과 학원을 5년이나 왔다갔다 했는데도 합격이 안되자 마음이 초조해졌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수험생 기간이 5년이 넘으면 ‘장수생’이라고 부른다. 6~7년이 지나며 장수생 생활이 시작되자 부모님께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30대 중반까지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2013년쯤 조카가 매형이랑 낚시를 가서 붕어를 잡아왔다. 그리고 ‘삼촌 한 번 키워봐’라며 두고 갔다. 그래서 대야에 물을 받아 붕어를 넣어 놓고 인터넷 쇼핑으로 수조와 먹이를 주문했다. 다행히 붕어는 생명력이 강해 수조가 도착하기 전까지 1박2일 동안 살아 있었는데 이후 키우다가 죽었다.

열대어에 관해 평소 관심이 좀 있었다. 그래서 붕어가 죽은 것을 계기로 열대어 공부를 해서 좀 제대로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열대어를 사서 키우면서 번식도 어느정도 되었고 숫자를 불리다 보니 재미가 있었다. 열대어 동호회 회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 가입했다. 의외로 마니아가 많았다. 카페 활동을 해보니 회원들 사이에 개인 분양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이후 카페 회원들을 상대로 내가 기른 열대어를 조금씩 분양했다.”

열대어 코리도라스의 한 종류인 코리도라스 멜라노타에니아./위키피디아

취미가 사업으로

―사업이 잘 됐나?

“처음에는 집에서 번식한 치어들을 회원들을 상대로 분양을 하다 보니 내가 키우는 열대어 사료값 정도는 벌 수 있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수조를 만들어 관상어를 키우면서 도매상이 되어 소매상이나 개인들에게 납품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부모님 댁에 있는 수조가 12개로 늘어났다. 물고기를 팔다 보니 한달에 많으면 수입이 200만원까지 올랐다. 수익성이 매우 좋았다. 도매상이 관상어 한마리를 몇천원에 넘기면 소매상들은 1만원에서 1만5000원에 팔았다. 그걸 알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에서 파는 어종은 어떤 어떤 것들이 있나?

“관상용 열대어만 취급한다. 코리도라스 어종이 40~50종, 그 밖에 구피, 플래코, 관상용 새우, 플래티 등 다른 어종이 60~70종 정도 된다. 코리도라스의 비중이 일반 수족관에 비해 매우 높다.

코리도라스는 종류가 300여종이나 되는데 열대어 마니아들 사이에 수집 열풍이 불고 있다. 물만 잘 갈아주면 최소 7년에서 길게는 15년까지 산다. 이 물고기들을 사러 전국에서 마니아들이 찾아오고 있다.”

대추나무 유목과 어우러져 놀고 있는 열대어 코리도라스./코리우드

코리도라스를 선택한 이유

―왜 코리도라스 어종을 주요 상품으로 택했나?

“코리도라스는 나처럼 성격이 온순하고 겁이 많다. 사람이 나타나면 눈치를 많이 본다. 내가 장수생 생활을 할 때의 심정이 그랬다. 또 코리도라스는 성격이 온순해 군집 생활을 하면서 같이 몰려 다닌다. 공무원 시험 준비하느라 오랫 동안 혼자 생활했던 나로서는 동료들과 어울려 사는 코리도라스가 부럽기도 했다. 그래서 장수생 시절에 코리도라스를 키우며 지켜보는 것이 마음에 힐링(치료)이 됐다.

코리도라스는 수도권에는 취급하는 수족관이 많은데 대구-경북권에서는 생소한 어종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고속버스를 통해 서울에서 받아 키웠다. 그런데 종종 상태가 안좋은 물고기가 배달됐다. 아예 직접 길러서 내가 보급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매장을 물색하다가 경산의 할아버지 집에서 시작해보자고 생각했다.”

―지금 밖은 날씨가 매우 차다. 어제 눈도 왔다. 반면 가게 안은 매우 따뜻해서 좋다. 코리도라스가 생활하기 적당한 온도는?

“열대어지만 약간 낮은 온도에서도 산다. 25℃가 최적 온도인데 18~22℃에서도 살 수 있다. 실내 온도만 따뜻하게 유지된다면 히터가 없더라도 카울 수 있다. 다른 열대어보다 전기료도 절감된다. 대체로 실내 온도를 24~25℃로 유지하려고 한다.”

코리도라스 세미아쿠일루스./위키피디아

개업 첫해 월 매출 1000만원

인터뷰 목적이 도시 청년 시골 창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위한 것이므로 핵심 포인트인 사업의 채산성에 대해 질문을 시작했다.

―열대어 가격은 얼마씩 하나?

“한마리에 800원부터 25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고급 어종은 브라질, 페루, 콜롬비아 등에서 수입한다. 가격이 싼 품종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중국, 대만, 태국에서 주로 온다.”

―해외 생산업체와 직접 접촉해 수입하나?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열대어 도매상이 있다. 소매를 병행하는 곳도 있다. 직접 해외 생산자와 접촉하면 좋지만 무역 거래 지식이 없어서 중간 상인을 거칠 수 밖에 없다.”

―월 매출은 얼마나 되나?

“작년 1월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는 월 매출이 1000만원 정도였다. 고객들의 입소문만으로 올린 수익이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이후에 매출이 절반 정도로 줄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주말에 카드 결제 건수만 20~25건 정도였고, 1인당 평균 6만~7만원씩 사갔다. 지금은 주말 카드 결제 건수가 10~15건 정도이고, 1인당 평균 매출액도 4만~5만원으로 줄었다.”

코로나 사태로 매출 반감

―매출이 줄어든 것은 찾아오는 손님이 줄었기 때문인가?

“손님도 줄고 물고기 공급도 잘 안됐다. 코리도라스는 남미 아마존강 유역에서 비행기에 싣고 공수해오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 비행기 공수가 어려워졌다. 수요 뿐 아니락 공급도 위축돼 물고기 판매 매출이 많이 줄었다.”

코리우드도 다른 자영업자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사태로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사진은 서울 도봉구 방학동 도깨비시장 상인들이 지난 13일 고객 유치를 위해 고객에게 인사하고 있는 모습./이태경 기자

―물고기 매출 외 다른 부분은?

“매출은 물고기를 사다가 파는 유통 부문에서 50%, 목공 부문에서 35%, 물고기 먹이 등 관련 용품 판매와 직접 생산한 물고기 판매에서 15% 정도 발생한다.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물고기 새끼를 직접 키운 적이 있는데, 이 때 경험을 살려서 물고기 생산도 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부문별 매출 변화는?

“코로나 사태로 야외 활동을 못하니까 집에서 취미 활동을 하는 가족들이 늘고 있다. 그래서 (수족관 받침대나 다른 생활용품을 만드는) 목공 수요가 오히려 늘고 있다. 전화로 목공 제품을 주문한 뒤에 직접 와서 찾아가거나 내가 고속버스 등을 통해 전국 각지에 배달해 준다. 축양장(수족관 받침대) 주문은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한달에 10개 정도 들어왔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25개 정도로 늘었다. 현재 물고기 관련 부문과 물고기 이외 부문의 매출 비중이 각각 절반 정도씩 된다.”

높은 영업이익률

―코로나 사태 이전에 월 1000만원 매출을 올렸다고 했는데, 이 가운데 이익은 얼마나 됐나?

“나와 동료의 인건비를 포함해 월 600만~700만원 정도 이익이 났다.”

(이 대표는 열대어, 수족관, 축양장, 기타 목공 제품 등 각 판매 품목별로 이익률이 얼마인지 상세히 설명했으나 영업 비밀인 듯해 생략한다.)

―대구에서 가게를 여는 경우와 비교할 때 경산에서는 임대료 지출을 얼마나 줄일 수 있나?

“대구에서 이 정도 크기의 수족관 가게를 빌리려면 월 50만~100만원의 임대료를 내야 한다. 30평(99㎡) 정도의 목공방까지 하면 임대료가 2배로 든다. 그런 고정비를 내고는 사업의 타산이 맞지 않는다.”

창업 자금은 어떻게 조달했을까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두가지가 필요하다. 좋은 사업 아이디어와 창업 자금. 특히 창업 자금은 고정비 지출이 많은 초기에 목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무턱대고 이리저리 빌려 큰 돈을 들여 창업했다가 사업이 예상만큼 잘되지 않아서 낭패를 보는 사람들이 많다. 이 대표는 창업 자금을 어떻게 조달했을까?

―창업 초기 자금은 얼마나 들었나?

“대구에서 할 때는 취미 수준이었다. 수조나 축양장을 중고 제품으로 사거나 직접 만들었기 때문에 별로 돈이 들지 않았다.

경산으로 옮겨 창업을 할 때에는 매장 신축하느라고 돈이 많이 들었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기 전에 친구 가게에서 3년간 일하며 모아둔 돈, 아버지의 도움, 은행 담보 대출을 모두 모아 1억2000만원으로 지금의 이 코리우드 매장 건물과 목공 작업소를 지었다.”

코리우드 내부 매장/코리우드

―돈이 더 필요하지 않았나?

“건물을 지은 뒤에 축양장 시설을 해야 하고 수조에 어종도 채워 넣어야 했다. 은행 대출을 받지 않으면 안됐는데, 대출을 받았다가 사업에 실패하면 또 다시 실패한 인생으로 낙인이 찍힐까봐 걱정이 됐다.

마침 그 때 경북경제진흥원에서 ‘도시 청년 시골 파견제’라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한다는 공고를 지인을 통해 알게 됐다. 창업자 1인당 3000만원씩, 2년간 6000만원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나와 친구가 공동 창업하는 형태이니 2년간 모두 1억20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2018년말에 선정돼 2019년 1월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지원할 수 있는 나이 제한이 만 39세였는데 내가 운 좋게 막차를 탔다. 이것까지 포함하면 대략 2억4000만원 정도 투자가 된 셈이다.”

경북경제진흥원

사방에 널린 대추나무를 활용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신청할 때 어떤 내용의 사업 제안서를 냈나?

“‘대추나무 고목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관상어 양식사업과 목공업'이라는 제목의 제안서였다.”

―경산이 유명한 대추 산지이긴 하지만, 대추나무와 열대어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수조에는 자연 환경처럼 보이기 위해 유목(流木)이라고 불리는 단단한 나무를 가라앉히고 그 나무 주변에 수초를 자라게 한다. 그런데 이게 수직으로 뻗어 있으면 별로 멋이 없다. 꼬불꼬불한 모양을 가져야 그럴듯해 보인다.

일반적으로 유목은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등에서 수입한다. 하지만 나는 대추나무라면 그런 수입품과 충분히 경쟁이 가능하다고 봤다. 더구나 경북 경산은 전국에서 가장 큰 대추나무 생산지 아닌가? 사방에 널려 있는 것이 대추나무이다. 아버지도 대추를 생산하고 있다. 수입품에 비해 대추나무가 가성비가 높다고 생각했다.”

대추나무 유목/김기훈 기자
수입 유목/김기훈 기자

국산 대추나무의 경쟁력

―수입목에 비해 볼 때 대추나무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

“모양만 생각하면 아직 수입목들이 괜찮다. 반면 대추나무 유목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직 적지만, 경쟁력은 있다. 마니아층에서는 플래코 어종에게는 대추나무 유목이 수입산보다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추나무를 먹은 어종의 색깔이 더 예쁘게 유지되고 건강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의 입장에서 보면 대추나무 유목은 가격 경쟁력이 높다. 구입가격이 없고 삶는 비용만 든다. 예를 들어 수입 유목은 판매 가격이 개당 10만원까지 가는 것도 있는데, 비슷한 모양의 대추나무 유목은 반값 정도에 팔 수 있다.”

대추나무 유목을 활용한 수족관./코리우드

―예전에는 대추나무 고목이 주로 뭘로 쓰였나?

“아무런 쓸모가 없어서 땔감으로 쓰였다. 그러나 요즘 농촌은 기름 보일러 시설이 다 있어서 나무땔감으로도 쓰지 못한다. 반면에 유목으로 만들어 팔면 개당 4만~5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대추나무가 사방 천지에 널려 있어서 평생 사용해도 될 정도이다.”

시골에는 버려진 유용한 물건들이 많다

―이 사업을 하기 전에도 대추나무에 관심이 있었나?

“어릴 때부터 대추나무 고목은 우리 집에 쌓여 있었다. 수십년간 유심히 보지도 않았고, 이번 사업이 아니었다면 여전히 별로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농촌에는 이렇게 관심을 가지면 유용한 것이 많다.”

―대추나무를 유목으로 만들려면 어떤 과정을 거치나?

“대추나무를 삶은 뒤 소독을 하고 껍질을 벗겨 낸다. 그리고 접착제를 사용해 다른 대추나무를 붙인다든지 해서 모양을 예쁘게 만든다. 이후 수초가 거기에 살아 붙도록 만든 뒤에 수조 안에 넣으면 수조를 예쁘게 꾸미는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

대추나무 유목에 수초와 이끼가 활착된 모습./코리우드

―수족관 안에 꼭 유목을 넣어야 하나?

“유목을 필수적으로 넣어야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보기 좋게 관상을 하려는 목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유목을 넣는 편이다.”

목공도 함께 하는 이유

―목공 사업도 한다고 했는데.

“수족관을 판매하게 되면 어차피 그것을 올려놓는 설치대(축양장)가 필요하다. 그래서 창업을 구상할 때 목공도 함께 배워 축양장까지 팔면 일석이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일반 책상이나 수납장 같은 생활 가구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수입을 늘리기에 좋다.”

코리우드 이현우 대표가 제작한 목공 수조 받침대./코리우드

―목공은 어디서 어떻게 배웠나?

“2018년 1월부터 10개월 정도 국비 지원 직업훈련원에 다니면서 배웠다.”

―목공 재료로 어떤 나무를 사용하나?

“주로 목재상에서 판매하고 있는 레드파인, 아카시아, 고무나무, 멀바우 등을 쓴다.”

마케팅 전략

사업이 성공하려면 일차적으로 물건이 팔려야 한다. 그래서 마케팅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 마케팅 전략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가게를 찾는 손님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어린이집에서 고기를 받아왔는데 어떻게 키워요?’ 하고 묻는 어린이부터 60대~70대 연령의 사람들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평일에는 대구-경산-영천 등 가까운 지역에서 주로 오지만, 주말이면 서울-인천-속초에서도 찾아온다.

‘여기에 수족관이 있을 자리가 아닌데 있는 것이 맞냐’고 물어보며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다. 주요 고객들은 경제력이 있는 20~50대 사람들이다. 한 번 올 때 많이 사 가기 때문에 도시에서 외떨어진 곳에 있어도 영업에 큰 문제는 없다.”

코리우드 매장 옆 도로가에 고객들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다./경북경제진흥원

―관상용 열대어는 대도시에서도 구할 수 있는데, 그 사람들이 멀리 경북 경산까지 찾아오는 특별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첫째, 경산에서만 볼 수 있는 대추나목 고목을 활용한 수초에 매력을 느끼는 고객들이 많다. 자연의 형상을 간직한 멋진 대추나무에 수초를 활착해 꾸며주니 손님들이 좋아한다.

둘째, 열대어 카페에서 활동하다가 개업을 하니 사람들이 나를 신뢰하는 것 같다. 코리우드의 코리도라스는 믿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일주일 뒤에 병이 날 물고기를 그냥 배송하는 수족관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정직하게 좋은 몸 상태로 만들어 보내려고 애쓴다.

셋째, 축양장과 수조와 물고기를 믿을 만한 가격으로 판다. 특히 축양장과 일부 물고기는 내가 직접 제작하고 생산해서 보내니 다른 곳에 위탁 생산하는 판매상보다 가격도 싸고 믿을 만하다고 고객들이 생각한다.”

인터넷 동호회 통해 입소문 내다

―매출을 올리려면 체계적인 마케팅이 필요할텐데 어떤 전략을 쓰나?

“인터넷을 활용해 고객들의 입소문을 확대하는 것이 가장 큰 마케팅 전략이다. 인터넷에 전국 단위의 열대어 모임 카페가 있는데 회원 수가 18만명이나 된다. 대구-경북 단위의 카페는 회원수가 1만7000명정도 된다. 부산 지역에도 동회회 카페가 있다. 나는 이런 카페의 협력업체로 들어가서 협찬 비용도 내고 판매 물품도 올리고 새 어종의 입고 소식도 전했다.”

네이버의 한 열대어 동호회 카페에 소개된 코리우드./네이버

―효과가 어떻게 나타났나?

“인터넷을 통해 코리우드를 알게된 사람들이 다녀간 뒤에 주변에 입소문을 내면서 매장 방문객들이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다. 춘천-강릉-의정부 등에서도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다. 개업 후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 반년 동안 4~5번씩 온 사람도 있다. 동해안 여행간 김에 차를 몰고 경산까지 들른 손님도 있다.”

―방문객들이 입소문을 내려면 매장에 와 보고 상당히 만족해야 할텐데.

“수족관을 단순한 물고기 판매장보다 아늑한 분위기가 나도록 인테리어 비용을 좀 들여서 꾸몄던 전략이 주효했던 것 같다. 여기까지 차를 몰고 오는 마니아들은 주로 가족 단위로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이다.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게 매장을 좀 예쁘게 꾸미려고 했다.”

열대어들이 한가롭게 떼지어 놀고 있는 코리우드 내 수족관./김기훈 기자
코리우드에서 키우고 있는 수초들./경북경제진흥원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도 구상중

―다른 마케팅 전략은?

“코리우드 자체 쇼핑몰과 네이버 쇼핑몰 등을 통해서도 인터넷 주문이 꾸준히 들어온다. 그러나 직접 와서 관상어의 모양과 상태를 보고 사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

―소셜미디어 마케팅은 하지 않나?

“인스타그램 마케팅을 하는데 팔로워 수는 400명 정도로 많지 않다. 다만 이들은 고가의 어종을 찾는 ‘큰손’들이다.”

―새롭게 구상중인 마케팅 전략은?

“(예컨대 피부의 각질을 뜯어 먹는 치료용 물고기인) 닥터피시, 관상어 사료 주기 등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대상으로 한 체험 프로그램도 개발할 계획이다.

사업을 하다 보면 인터넷 콘텐츠 생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수조 세팅법, 열대어 종류 설명 등 할 수 있는 유튜브 컨텐츠가 많다. 유튜버들이 와서 촬영은 많이 하지만, 아직 여력이 없어서 내가 직접 하지는 못하고 있다.”

돈은 되지만 힘든 점도

이 대표의 창업 수지표를 보면 공공기관의 창업 지원금을 제외할 경우 2명이 자기 돈 1억2000만원을 창업자금으로 썼다. 그리고 창업 첫해에 연간 기준으로 계산하면 7000만~8000만원 정도 이익이 나는 회사가 됐다. 꽤 괜찮은 경영성적표이다.

―돈벌이는 되지만 힘든 점도 있을 것 같은데.

“사업을 하면 개인 시간이 별로 없다. 가게는 1주일에 수-목-금-토-일 5일간 문을 연다. 평일은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주말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개장한다. 그런데 서울이나 경기도의 수입상에 열대어를 주문하면 고속버스로 대구까지 보내주는데, 낮에는 가게를 운영해야 하니 밤에 내가 대구로 차를 몰고 나가서 물고기를 가져와야 한다. 그래야 손님들이 찾는 시간에 상태가 좋은 열대어를 내놓을 수 있다. 한마디로 밤낮 없이 일해야 한다.”

이현우 코리우드 대표는 열대어 새끼를 직접 길러 내는 독자적인 배양 작업을 새로운 사업 분야로 보고 주력하고 있다. 사진은 열대어 배양장./김기훈 기자

―가게 문을 열지 않는 월요일과 화요일에 쉬면 되지 않나?

“그렇지 않다. 가게 문을 열 때에는 목공 작업을 하지 못한다. 그러니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목공 작업을 해야 한다. 또 가게 운영과 목공일 외에도 물고기 생산(기르기) 작업까지 하니 몸이 힘들다.”

동료와 함께 목공 작업을 하는 이현우 코리우드 대표./경북경제진흥원

창업한 것 후회 안해

―공무원 시험 준비를 중단하고 창업한 것을 후회하나?

“아니다. 몸은 힘들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잘했다고 생각한다. 수입도 괜찮다.”

―향후 사업 전략은?

“코로나 사태를 겪어 보니 수입 어종만 받아서 팔기 보다는 국내에서 직접 키우는 시스템을 갖춰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창업 2년 반 밖에 안됐는데, 자체 생산하는 부문이 좀 더 커지면 직원도 고용할 예정이다.”

‘시골 창업’의 장점과 단점

사업은 크든 작든 초기에 실패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먼저 창업에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을 필요가 있다. 대구를 떠나 경산에서 창업한 이 대표에게 ‘시골 창업’의 장점과 단점에 관해 물어봤다.

―본인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시골 창업의 장점은?

“첫째, 임대료가 안나가고 집에서 하니까 이사갈 걱정을 안해서 제일 좋다. 대구 시내에 살 때 인근 수족관들이 임대료 때문에 이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전하려면 3~4개월은 장사를 못하고 날려버린다.

둘째, 손님들의 주차 걱정을 대도시보다 덜해도 된다.

셋째, 목공 작업의 소음 공해 문제로 주민 민원을 듣지 않아 좋다.

넷째, 대추나무 유목 소재를 공짜로 무한정 구할 수 있다. 관심을 가지면 시골에는 이런 좋은 물건들이 많다.

다섯째, 지방 관청의 창업 지원 제도가 많다.

여섯째, 마니아층을 상대로 하다 보니 손님이 많지 않아도 객단가(건당 판매액)가 높아 수익이 괜찮다.”

경상북도 시골에서 창업한 도시 청년들 20명의 이야기를 담은 책 '로컬 크리에이커 정착기'. 시중에 판매하지 않는 비매품이다.

― ‘시골 창업’의 단점은 무엇인가?

“첫째, 인터넷 주문을 받으면 고속버스 택배로 당일 발송해야 하는데 운송 비용이 대구에 있을 때보다 3배나 비싸다. 이 비용을 고객에게 떠넘기지 않으려면 내가 직접 대구까지 차를 몰고나가 배송해야 하므로 시간 소비가 많다.

둘째, 코로나 사태 같은 큰 사회 위기가 터졌을 때 사람들이 대도시 매장에는 쉽게 가지만, 시골까지 마음 먹고 찾아오는 사례는 많지 않다.

나는 여기서 창업한 것을 매우 잘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밖에 다른 단점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창업 전에 5가지를 체크하라

시계가 11시를 훌쩍 넘어섰다. 인터뷰를 마무리 짓는 질문들을 던졌다.

―시골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마니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라면 서울보다 시골이 더 좋을 수 있다. 마니아들은 전국 어디든지 찾아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시골은 여유 있는 마음으로 같은 공간이라도 더 넓게 쓸 수 있다.

또 아이템 하나만으로 승부하는데 그치지 말고, 연관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다면 좋다. 나 역시 수족관 받침대 등을 만들기 위해 목공을 배웠다. 한 분야에서 수익이 떨어지더라도 다른 곳에서 보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코리우드의 소형 수조 받침대/코리우드
코리도라스 아에네우스/위키피디아

―창업 희망자들이 창업을 시작할 때 사전에 스스로 체크해야 하는 항목을 5가지 든다면?

“첫째, 판로가 확실해야 한다. 판로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

둘째, 남들과 다른, 무기가 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서울에서도 충분히 살 수 있는 물건을 고객이 굳이 시골까지 내려와 사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셋째, 제품 개발 뿐 아니라 홍보에도 매우 신경을 써야 한다.

넷째, 동네 주민들과 잘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여기에서 살아서 문제가 없었으나, 그런 인연이 없던 사람들은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예를 들어 주말에는 고객들의 차가 도로에 10여대씩 주차를 하니 주민들의 불만이 없을 수 없다.

다섯째, 코로나 사태와 같은 위기가 다시 터지더라도 2~3년간은 버틸 수 있는 자금을 갖고 시작해야 한다. 이런 사태가 터지면 수입은 없는데 물품 대금은 지급해야 하는 자금 위기 상황에 부닥친다.”

이 대표는 열대어 사업을 하면서 평생 배필을 만났다. 손님으로 온 여성과 인연이 되어 2020년 7월에 결혼했다. 아내는 사진 촬영과 웹 디자인 분야 일을 전공해 집에서 인스타그램 홍보 활동과 인터넷 주문 처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수족관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열대어들을 촬영한 뒤 밖으로 나오니 밭두렁 곳곳에 쌓여 있는 흰 눈들이 눈에 들어왔다.

코리우드 이현우 대표가 어항에 넣은 대추나무 유목의 유용성을 설명하고 있다./김기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