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전문 회사 ‘휴온스(HUONS)’는 최근 한국 산업계에 보기드문 고속성장 기업이다. 일례로 1997년 60억원 남짓하던 이 회사 매출액은 지난해 4494억원(10개 계열사 연결 기준)으로 22년 만에 75배 커졌다. 같은 기간 임직원은 78명에서 1511명으로 20배 가까이 늘었다.

1965년 창업해 치과용 국소 마취제를 국산화하고 주사제(注射劑)를 전문으로 제조해 온 광명약품공업사가 이 회사의 전신(前身)이다. 휴온스는 그러나 2000년 이후 최근 20년 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130위권에 머물던 제약업계 순위는 15위로 수직상승했다.

‘코로나 19 판데믹’ 장애물도 뛰어넘고 있다. 올들어 3분기까지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3800억원과 649억원으로 1년 전 대비 17%, 23% 늘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역대급 실적이 예상된다.

휴온스그룹 지주회사인 휴온스글로벌 로고 앞에 선 윤성태 휴온스 부회장. 회장직을 공석으로 비워놓고 부회장직을 고집하는 그는 한국IBM 사원으로 근무하던 1997년, 33세에 입사해 60억원대 회사를 5000억원대 회사로 만들었다./휴온스

이 회사는 1990년대 후반만 해도 재기 불능에 가까왔다. 무리한 시설 투자에 따른 자금 압박에 IMF 경제 위기가 겹쳤고, 이듬해엔 공장에 불까지 났다. 창업자인 아버지 윤명용 회장이 1997년 갑자기 세상을 떠난 직후 입사해 경영을 맡고 있는 윤성태(56) 휴온스 부회장은 어떻게 대반전(大反轉)을 이뤘을까. 이달 8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이노밸리에 있는 휴온스 본사에서 그를 만났다.

- 20년간 한 해도 역성장 없이 매년 평균 15% 성장했다니 놀랍다. 비결이 뭔가?

“국내 제약 시장은 20조원이지만 의료기기·건강기능식품까지 합친 헬스케어 시장은 80조원이다. 제약에 국한하지 않고 토탈 헬스케어로 업(業)의 개념을 바꾸고, 국내를 넘어 글로벌로 확장한게 컸다. 여기에다 인수합병(M&A)과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공격적으로 한 것도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 올해 ‘코로나 19 판데믹’ 장기화 속에 어떻게 선방하는가?

“상반기 중국 수출 길이 막히고 의료기기 매출이 줄어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개인용 마스크 손소독제 같은 코로나 개인보호장비(PPE)와 코로나 감염 여부를 10분 내 판별하는 신속 항원검사 키트, 의료용 가운 등으로 대응했다. 미국법인 ‘휴온스USA’를 통해 방역 용품을 대거 수출했고 5월에 FDA 허가를 획득한 ‘1% 리도카인염산염주사제(바이알)’를 7월부터 본격 수출하고 있다.”

◇미국에 방역 용품 수출로 코로나 위기 돌파

- 1990년대 후반 어려움은 어떻게 이겼나?

“해외에서 살 길을 찾았다. 예멘 출장을 갔다가 현지 병원에서 20mL짜리 소형 플라스틱 주사제를 처음 보고 ‘이거다’ 싶어 귀국후 국내에서 플라스틱 주사제를 만들어 시판했다. 그 제품이 의료 현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이어 비만 주사제, 비타민 주사제 등을 국내 최초로 출시해 2000년대 초반 큰 성공을 거뒀다.”

충북 제천에 있는 휴온스 공장. 이곳에서는 2017년부터 4년 연속 미국 FDA 승인을 획득한 각종 주사제 완제품을 생산한다./휴온스

- 사업 초기 외에 더 어려웠던 때는 없었나?

“2002년 월드컵 개최 무렵, 주 수입원이던 20mL짜리 플라스틱 주사제 생산 공정 실수로 식약처의 현장 실사를 받고 고객사가 대거 이탈했을 때도 참 힘들었다. 이를 계기로 사업에서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되며 생산 기준을 철저하게 준수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래선지 윤 부회장에 대해서는 “상속 받은 기업인이지만, 창업 기업인 보다 더 적극적이고 창의적이다”라는 평가가 많다. 2016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휴온스그룹은 지주사 휴온스글로벌을 중심으로 제약사업을 영위하는 휴온스, 피부 미용 등 전문기업 휴메딕스, 휴온스메디케어(감염 관리 시스템), 휴온스랩(바이오 연구개발) 등 5개 자회사와 휴온스내츄럴(건강기능식품), 파나시(에스테틱 의료기기) 등 4개 손자회사 등 10개사를 두고 있다. 대부분 2007년 이후 윤 부회장이 직접 인수합병(M&A)한 회사들이다.

◇“M&A 성공은 4가지 원칙 충실한 덕분”

- 20여년 만에 그룹 규모로 큰 원동력이 궁금하다.

“연이은 인수합병(M&A) 성공으로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일례로 휴온스는 2010년 필러(피부 아래에 주입하는 주름 개선제의 일종) 전문 바이오업체인 휴메딕스를 인수했다. 당시 매출 1000억원 미만이던 휴온스가 수십억원의 누적 적자를 낸 휴메딕스를 인수하자 업계에선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휴메딕스는 인수 4년 만에 코스닥에 상장했고 지난해 매출액은 설립 이래 최대인 786억원을 기록했다.”

- M&A에서 연전연승(連戰連勝)하고 있는데, 어떤 원칙이 있는가?

“대략 네가지이다. 첫째, 헬스케어 관련 기업만 대상으로 한다. 둘째, 우리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에 초점 맞춘다. 셋째, 합병 대상 기업의 경영 악화가 일시적 요인인지, 구조적 문제인지 면밀하게 파악한다. 마지막으로 M&A가 이뤄지면 기존 경영진과 직원을 최대한 유지하고 우리의 핵심 인력 1~2명만 파견한다. 합병 대상 기업의 눈높이에 맞춰 화학적 결합을 꾀한다.”

휴온스의 엄기안 대표(왼쪽)와 노바셀테크놀로지 이태훈 대표가 2020년 8월 기술이전 계약을 맺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개방혁 혁신' 노력의 하나이다./휴온스

휴온스는 2017년 7월 국내 주사제(注射劑) 완제품으로 처음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약식 신약 허가 신청(Abbreviated New Drug Application·ANDA)’을 승인받았다. 이후 주사제 완제품에 대해 미국 FDA 허가를 4년 연속 취득했다. 휴온스는 지금도 국내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주사제를 미국에 직접 수출하고 있다.

- 높은 기술력과 품질을 유지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1500여명의 임직원 가운데 200명 정도가 연구개발(R&D) 전문 인력이다. 매년 총매출액의 7~8%를 R&D에 쏟아부어 바이오의약품, 합성신약, 의료기, 건기식 등 분야에서 독자적인 연구개발을 한다. 10~20년짜리 장기 연구도 수행중이다. 더 중요한 것은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거나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해 새롭게 만들어 내는 개방형 혁신)의 힘이다.”

◇R&D와 ‘개방형 혁신'이 성장 견인

- ‘오픈 이노베이션’은 존슨&존슨, 화이자 같은 글로벌 제약기업들이 주로 하지 않나?

“그렇다. 휴온스도 수년 전부터 독자적인 R&D 노력과 별도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전담하는 사업 개발본부를 만들어 외부의 벤처기업, 대학, 연구소 등과 적극 협력하고 있다. 우리는 공동 제품 개발과 공동 라이센싱(licensing)은 물론 기술 투자와 기업 자본 투자 등을 통해 윈-윈(win-win) 관계를 극대화하고 있다.”

윤 부회장은 “2018년부터 2020년 3분기까지 700건의 외부 기술을 검토해 이 가운데 30건을 도입했고, 20군데에 전략적 투자를 했다”며 “앞으로 더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식품연구원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휴온스가 2020년 4월 출시한 여성 갱년기 전문 건강식품 '메노락토 프로바이오틱스'. 8개월여만에 매출 135억원 정도를 올렸다고 휴온스측은 밝혔다./휴온스

-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성공하는 상품이 있다면.

“2017년에 한국식품연구원으로부터 기술을 이전(移轉) 받아 내놓은 여성 갱년기 전문 건강기능식품 ‘메노락토 프로바이오틱스’가 대표적이다. 올 4월 출시 후 현재 매출 135억원에 달할 정도로 시장에서 호평받고 있다. 올 9월에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선 미국 바이오 기업 ‘클렌 나노메디슨’의 시리즈 D 투자에 참여했다. 올 8월에는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 노바셀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안질환 치료 신약후보 물질 ‘NCP112’의 기술을 도입해 안구건조증 치료제 전임상에 착수했다.”

◇한국 제약사로 유일하게 ‘포브스 200대 유망 기업' 뽑혀

휴온스그룹의 지주사인 휴온스글로벌은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달 23일 ‘포브스 아시아(Forbes Asia)’의 ’200대 유망 중소기업(200 Best Under A Billion)’에 선정됐다. 아시아·태평지역에서 연 매출 10억 달러(약 1조원) 미만의 상장기업 2만4000여개 중 매출과 수익, 자기자본수익률 개선 등이 우수한 유망 기업 가운데 한국 제약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뽑힌 것이다.

휴온스 임직원들은 윤성태 부회장을 ‘휴온스의 1호 임상(臨床)맨’이라고 부른다. 만들어진 많은 제품을 첫 번째로 직접 사용하고 섭취하는 등 검증하는데 주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직접 확인 과정을 거쳐 제품에 대한 높은 신뢰도를 갖고 마케팅을 벌인다. “오너가 직접 써보고 이상(異常)이 없어야 제대로 팔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윤성태 부회장(맨 앞줄 가운데)을 비롯한 휴온스 임직원들이 2019년 4월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서울 잠실 롯데월드를 찾아가 봄나들이 행사를 가진 모습. /휴온스

◇‘휴온스의 1호 임상맨'...“신뢰와 겸손 가장 중시”

- 좌우명이 있는가?

“평범한 것 같지만 ‘신뢰’이다. 올해 코로나 19때 미국 수출로 빛을 본 개인용 보호장비(PPE)와 항원 키트 같은 아이템은 흉금을 터놓고 꾸준한 신뢰 관계를 맺어오던 분들과 우연하게 의기투합해 사업으로 발전됐다. 입사후 대리, 과장 시절 실무를 보며 친하게 지내온 사람들과 지금도 계속 만난다. 신뢰를 바탕으로 겸손과 배려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윤 부회장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현을 위한 봉사활동에서도 ‘진정성’을 우선시한다. “일시적인 성금 전달로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문화가정이나 지체 장애우, 불우이웃 등과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면서 봉사하고 성금도 전달합니다. 올 하반기에는 장애우 8명을 정규 직원으로 채용했지요.”

- 앞으로 목표는?

“우리나라 의약품의 품질은 미국이나 프랑스 제품에 못지 않다. 의대와 약대에 20년 가까이 한국 최고 인재들이 몰려와 관련 기업들도 많이 생겼고 세계 수준이다. 바이오신약, 바이오시밀러 투자가 앞으로 한국 산업을 이끌 것이다. 휴온스도 2025년까지 6개의 혁신 신약을 개발하고 9개의 히든챔피언 제품을 보유한 글로벌 종합 헬스케어 기업이 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