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코로나 진단키트 개발, 국내 최초 코로나·독감 동시 진단키트 식약처 허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속에서 뛰어난 기술력으로 주목받은 바이오벤처 ‘코젠바이오텍’. 법의학 교수 출신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높은 기술력의 연구원 등 74명으로 똘똘 뭉친, 서울 금천구의 한 아파트형 공장에 입주한 이 11년차 혁신 벤처기업의 고민은 ‘옆 사무실에서 수시로 해오는 시끄러워 죽겠다는 민원’이었다. 키트에 시약을 넣고 일일이 뚜껑을 닫는데 연구원들이 돌아가면서 ‘네임펜’ 뒤쪽으로 쾅쾅쾅 내려찍으면서 닫았기 때문이다. 옆 사무실 민원도 문제였지만, 여성 연구원들도 “손목에 무리가 간다” “어깨가 너무 아프고 피곤하다”며 하소연했다. 15마이크로리터(㎕·0.015㎖)씩을 정확히 주입해야 하는데 모든걸 수작업으로 하다보니 연구원들의 숙련도에 따라 편차가 발생했다. 신입 연구원은 못하고, 최소 2년 이상 연습한 숙달된 연구원들만 할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품질검수 과정도 오래 걸렸다.
◇삼성 전문가 10주간 상주…스마트공장 전환
코로나 여파 속에 주목받고, 주문도 늘던 지난 4월 이 회사는 “도저히 안되겠다. 작업 현장을 바꿔보자”고 결심했다.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을 하던 중기중앙회에 SOS를 쳤고, 평균 경력 25년의 삼성전자 제조 전문가 20여명이 출동했다. 이들은 10주간 상주하며 총 71건의 개선 과제를 발굴했다. 삼성의 제조 노하우로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우선 제조 전문가들이 달라붙어 한꺼번에 96개의 키트 뚜껑을 닫을 수 있는 유압 프레스기를 개발했다. 연구원이 손잡이를 지그시 누르면 1~2초만에 모든 뚜껑이 완전히 닫힌다. 기존에는 1분 넘게 쾅쾅 두드려야 했던 일이었다. 일일이 손으로 주입하던 분주(分注) 과정은 ‘자동 분주기’를 도입해 신입 연구원도 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이전에는 53개 냉동고의 온도를 연구원들이 돌아가며 하루 2번씩 체크해 종이에 수기로 적어왔다. 삼성 전문가들은 자그마한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냉장고에 하나씩 달아 간단하게 문제를 해결했다. 53개 냉동고의 모든 온도가 실시간으로 하나의 모니터에 나타나고, 이상이 있으면 스마트폰 알람까지 울리는 프로그램을 제작해줬다.
어려운 기술뿐 아니라 ‘현장 노하우’도 전해줬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박스를 테이프로 포장할 때, 바닥에 내려놓고 하나씩 찢어서 붙였는데, 전문가들은 이 모습을 보고 회전하는 허리춤 높이의 ‘턴테이블’을 설치해줬다. 박스를 올려놓고 선반을 휙 돌려 테이프를 감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전에는 낑낑대며 옮겼던 아이스박스도 여성 연구원이 편하게 운반할 수 있도록 네 바퀴 달린 전용 손수레를 만들어줬다. 기존에는 포장부터 출하까지 53m 걸렸던 동선(動線)도 14m로 개선했다.
◇생산성 79% 향상… 일자리도 늘어나
석아영 생산품질팀장은 “삼성 전문가 분들이 선생님처럼 하나하나 알려주시면서 직원들 모두 만족하면서 일하고 있다”며 “공정 개선 이후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개선 아이디어를 내는 등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공정 곳곳의 불필요한 시간, 동선이 하나둘 줄어들면서 회사 전체적으로 생산성이 79% 향상됐다. 기존에는 1주일에 6000개 만들던 키트를 이제는 1만800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37년 경력의 천성규 삼성전자 멘토는 “스마트공장 전환을 통해 생산성이 늘고, 매출과 일자리도 늘면서 저희들도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코젠바이오텍은 곧 30여명 규모의 신규 인력 채용에 나설 계획이다. 백묘아 상무는 “현재 직원이 73명으로 저희 입장에선 대규모 채용”이라며 “저희는 DNA 전문기업인데 이번에 삼성의 DNA가 제대로 전이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115억원이던 매출이 올해는 8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