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옥석가리기’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단순한 연구개발(R&D) 역량만으로는 투자자의 선택을 받기 어려워지면서, 실제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사업성을 입증한 기업에 자금이 몰리는 양상이다.

14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바이오 투자 기조는 기술이전 등 가시적 성과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기술력 자체보다 ‘얼마나 시장에서 검증됐는지’가 기업가치를 좌우하는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 상장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자가면역질환·항체 치료제 개발사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4배 오르는 ‘따따블’을 기록했다. 항체-약물접합체(ADC) 면역항암제 개발사 카나프테라퓨틱스 역시 공모가의 두 배 이상 뛰었다. 두 회사 모두 1조원대 기술이전 성과를 확보하며 수요예측 단계부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아델, 노벨티노빌리티 회사 로고

기술이전 성과를 확보한 기업들이 IPO에 재도전하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개발사 아델은 최근 대형 기술이전 성과를 기반으로 IPO 재도전에 나섰다.

아델은 윤승용 서울아산병원 뇌과학교실 교수가 2016년 창업한 기업이다.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타우 단백질 가운데 정상 타우 단백질은 건드리지 않고, 서로 엉겨붙은 채로 뇌에 쌓여 뇌세포를 망가뜨리는 ‘아세틸화 타우’만을 골라 없애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기술성평가에서 BBB·BBB 등급을 받아 상장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기술특례상장을 위해서는 최소 한 곳에서 A 이상 등급을 받아야 한다. 당시 거래소는 기술의 독창성은 인정하면서도 기술이전 성과 부족에 따른 사업성 한계를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평가 직후 상황이 급변했다. 아델은 프랑스 사노피에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 ‘ADEL-Y01’을 총 10억4000만달러(한화 1조53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하는 데 성공했다.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만 8000만달러(약 1180억원)에 달해,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술이전 계약 중에서도 높은 선급금 비율(7.7%)을 기록했다. 공동개발사인 오스코텍과 수익을 나누더라도 약 625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회사는 기존 평가 이후 6개월이 지난 이달 중 기술성평가를 다시 신청하고, 상반기 내 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윤승용 아델 대표 /아델 제공

항체 신약 개발사 노벨티노빌리티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2018년 박상규 아주대 약대 교수가 창업한 이 회사는 지난해 1월 기술특례 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기술이전했던 자가면역질환 치료 후보물질이 반환되면서 같은 해 6월 심사를 자진 철회했다.

해당 물질은 2022년 미국 발렌자바이오에 총 8800억원 규모로 이전되며, 기술성평가에서도 A·A 등급을 확보해 IPO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이후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계약이 흔들리며 반환되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상장 계획도 무산됐다. 이어 가구업체 코아스의 인수 계획마저 투자자 반대로 무산되자, 회사는 독자적인 상장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노벨티노빌리티는 이후 연구개발 성과를 보완하며 재도약을 준비해 왔다. 최근에는 핵심 인물들도 이 회사로 모이고 있다. 지난 2월 툴젠 전략본부장 출신의 강윤구 상무가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합류했고, 한미약품 최고의학책임자(CMO)였던 백승재 전무가 임상개발 총괄을 맡았다. 회사는 JW중외제약에서 신약개발을 이끌던 박찬희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최고과학책임자(CSO·부사장)로 영입했다.

노벨티노빌리티는 과거 반환된 후보물질 ‘NN2802’의 재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미국에서 완료된 임상 1a상을 기반으로 1b상부터 개발을 이어가 기술이전 가능성을 다시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회사 관계자는 “당시 기술 반환은 자사의 기술력 문제가 아니라, 상업화에 가까운 물질에 집중하겠다는 파트너사의 전략적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연내 신규 기술이전 계약 체결을 목표로 복수의 기업과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반환된 ‘NN2802’의 재기술이전을 추진하는 한편, 세포 분열을 조절하는 유전자(c-Kit)을 표적하는 ADC 후보물질 ‘NN3201’ 역시 주요 기술이전 후보로 검토되고 있다. 이번 IPO 재도전의 성패 역시 결국 기술이전 성과 확보 여부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바이오 IPO 시장이 이미 ‘성과 중심’으로 재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는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 계약을 통해 검증된 기업만 시장에서 인정받는 구조”라며 “기술이전 성과가 IPO 성공의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