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센티넬-2호가 촬영한 가나 볼타강 유역.

한국과 가나가 지난 3월 11일 존 드라마니 마하마 가나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기후 변화와 해양 안전, 디지털 분야 등 3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은 기후 변화 협력 협정을 통해 기후 변화 대응 활동, 관련 기술 개발 등에 서로 협력하고 이를 위한 공동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가나는 지난 2023년 9월 볼타강 유역에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수위 조절을 위해 아코솜보(Akosombo) 댐과 크퐁(Kpong) 댐을 방류했다가, 수십 년 만에 최악의 홍수 사태를 맞았다. 볼타강이 지나는 가나 동부와 가나 수도권 지역에 심각한 홍수가 발생하면서 3만50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하고 막대한 재산 피해가 났다.

이 홍수는 단순한 재난을 넘어 낙천적인 성향의 가나 국민에게 큰 정신적 충격을 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까지 당시 홍수 피해자들이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며 정신 건강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위성 서비스 기업 나라스페이스는 13일 당시 인공위성 영상을 이용해 당시 가나 아코솜보 댐과 크퐁 댐 방류 이후 볼타강 유역에서 발생한 홍수 피해 규모와 구조적 특성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인공위성 영상은 홍수가 발생한 지역의 실시간 상황을 살펴보고 피해 평가와 예측 모델링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나라스페이스 분석팀은 유럽우주국(ESA)이 운영하는 지구관측위성인 센티넬-1과 센티넬-2(Sentinel-2) 위성이 찍은 영상을 활용했다.

합성 개구 레이더(SAR) 인공위성인 센티넬-1은 구름을 투과하고 주야간 모두 작동할 수 있어 침수 지역을 탐지하는 데 활용된다. 전자광학 위성인 센티넬-2에는 지상에 있는 가로·세로 10~60m인 물체를 한 점으로 인식하는 카메라 센서가 달려 있다. 지상에서 반사되는 가시광선, 근적외선, 단파 적외선 같은 다양한 빛을 탐지한다. 2개의 쌍둥이 위성이 지구에서 768㎞ 상공을 돌며 5일에 한 번씩 같은 위치를 찍는다.

댐 방류 직후 강 면적 급증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9월 15일부터 가나 남동부 지역은 볼타강에 있는 아코솜보 댐이 방류를 시작하면서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위성 영상이 촬영한 수체(강과 호수, 호주처럼 땅 위를 흐르는 물) 면적의 시간 흐름에 따른 변화를 보면 홍수 확산과 그 피해 영향을 분석할 수 있다.

어스페이퍼팀은 SAR 데이터를 활용해 2023년 아코솜보 댐과 크퐁 댐 방류 전·중·후 기간 동안 볼타강 유역의 수체 변화를 시간 변화에 따라 분석했다.

실제 홍수가 발생하기 직전인 9월과 홍수가 발생한 직후 10월 센티넬-1 위성이 촬영한 레이더 영상에서도 강 크기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변화는 상류에 있는 아코솜보 댐과 크퐁 댐이 시설 안전과 수위 관리를 위해 물을 방류하면서 시작됐다.

하류로 가면서 강폭이 눈에 띄게 넓어지며 물은 강둑을 넘어 주변 평야로 천천히 퍼져 나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방류는 수문 관리에서 흔히 사용되는 조치이다. 하지만 하류 지역에서는 홍수 피해가 보고되기도 한다. 실제 10월 방류 기간에 볼타강 전체 수체 면적은 가장 큰 변화가 나타났다. 이 시기 볼타강 수체 면적은 댐 방류 전과 비교했을 때 약 30.6㎢(약 32.9%) 증가했다.

방류가 중단된 11월 강 면적은 102㎢로, 점진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완전히 정상 수위로 회복되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분석팀은 이처럼 수위 변화가 적은 이유로 범람원 내 잔류수, 지하수 상승, 배수 지연 등의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피해가 단기간 침수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 영향을 남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레이더 영상에 드러난 강 주변 저지대

이번 홍수는 극한 호우와 과도한 댐 방류 결과로 발생했다. 가나는 홍수와 가뭄 사이에 놓인 물의 나라로 불린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가나는 서아프리카 최대 강 유역 중 하나인 볼타강 유역을 품고 있고 풍부한 수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선 물 부족이라는 위기도 직면해 있다. 한 해는 극심한 홍수가 닥치고, 다음 해는 극심한 가뭄이 찾아온다. 과학자들은 이런 재해의 급격한 변화를 ‘기후 채찍질’이라고 부르는데, 가나에서는 이것이 새 일상이 되고 있다.

최근 홍수는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국가의 환경, 경제, 정치적 담론에서 구조적이고 중대한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분석팀은 홍수 확산 양상을 이해하기 위해 지형 조건을 살펴보기로 했다. 분석팀은 누적 강우량, 지형의 경사와 평탄도, 수계(Water System)와의 인접성에 가중치를 곱해 더하는 방식으로 홍수 위험도를 평가했다. 이렇게 제작한 홍수 위험 지도를 통해 볼타강 주변 지형적 취약성을 평가했다.

레이더 영상인 SAR 위성 사진은 지형을 분석하는 데 유리하다. 마이크로파를 발사하고 그 반사파를 분석하는 SAR는 지형의 3차원적 형태와 미세한 변화를 읽어내는 데 독보적인 강점이 있다. 한 지역을, 시간차를 두고 촬영한 두 개 이상의 SAR 영상에서 전파의 ‘위상(Phase) 차이’를 분석하면, 지표면이 몇 ㎜ 단위로 미세하게 움직인 것까지 찾아낼 수 있다.

분석 결과 볼타강 주변에는 넓은 저지대 평야가 펼쳐져 있는데, 이 지역들은 강 수위가 올라가면 물이 쉽게 확산할 수 있는 환경을 형성한다. 이 지역은 홍수가 발생하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보인다.

분석팀은 홍수가 하천을 따라 어떤 방식으로 확산했는지를 더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볼타강을 상류, 중류, 하류 세 구간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각 구간에서 나타난 강 면적 변화가 거주지·농경지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살펴봤다.

댐 방류 구간과 가까운 상류에서는 비교적 빠른 속도로 강 면적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방류가 시작된 뒤 하천 수위가 올라가며 하천 곡류부와 저지대에서는 물이 빠르게 불었다. 상류 지역에 가까운 아쿠세(Akuse)와 아수츠아레(Asutsuare) 지역은 강 수위가 올라가자, 주거지와 농경지가 침수할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볼타강 중류 지역은 다른 곳보다 건물 밀도가 비교적 높다. 곡류부터 외측 지역과 저지대 평야에서는 홍수가 나면 물이 뚜렷하게 불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적인 수위 상승형 범람의 특징과 일치한다.

하천 유량이 증가하면서 강 양쪽 범람원과 인접한 지역인 바토르(Battor), 메페(Mepe), 아디도메(Adidome), 소가코페(Sogakope) 일대에서도 물이 크게 불어난 것으로 관측됐다.

중류 지역에는 정착지가 강에 가까운 곳에 주로 퍼져 있었다. 하천이 구불구불 도는 곡류부 주변에는 건물 밀도가 높은데 수체와 공간적으로 일부 중첩되는 일부 건물들이 확인된다. 이는 중류 구간에서 주거지와 농경지 침수 위험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류에서는 상류에서 흘러온 물이 모이면서 하천 수위 상승이 지속적으로 관찰됐다. 위성 데이터를 통해 하천 주변 범람원 지역을 중심으로 수체 확장이 관측됐다. 이는 방류된 물이 하류 방향으로 흐르면서 유량이 늘었기 때문으로 예상된다. 분석팀은 “2023년 볼타강 홍수는 대규모 댐 방류가 하천 유역 전체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준다”며 “단순한 강 수위 상승뿐 아니라 하천 주변 범람원과 저지대 평야까지 입체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피해 복구·보상 위해 정확한 관측 필요

가나 정부는 댐 방류로 피해를 본 볼타 주 통구 지역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약 2억 가나 세디(GH¢), 한화로 약 272억원 규모를 지원하며 주택 총 2803채 건설을 포함한 재정착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당시 홍수로 이재민들은 안전했던 공간을 잃은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상당수 이재민이 불안,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심각성을 인정해 영국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아 가나에서 정신 건강 및 심리·사회적 지원 서비스에 나섰다.

정책 대응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당시 홍수가 어디서 시작해서 실제 어느 범위까지 확산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홍수와 같은 재난 현장은 피해가 넓은 지역에서 동시에 발생해서 현장 조사만으로 전체 영향을 파악하기 어렵다. 열대 지역에서는 구름과 비가 많이 내려 광학 위성으로 관측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SAR는 날씨나 시간을 가리지 않고 지상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어 사건을 객관적으로 기록하는 관측 수단이 된다.

가나는 볼타강 유역 재건 과정에서 볼타호수와 볼타강을 활용한 경제 개발 프로젝트인 24시간 경제를 추진하고 있다. 콰메 은크루마 초대 대통령이 생각했던 구상을 다시 꺼내 강을 통해 가나 남과 북을 물류로 잇고 그 주변 경작지를 대규모 플랜테이션 농업 단지로 조성한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최고조 주한가나대사는 “최근 수도 아크라와 볼타강을 철도로 연결한 데 이어 강을 따라 항구를 건설해 가나 북쪽 국가들이 육로로 옮기던 화물을 배로 운송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 https://ep.naraspace.com/

저비용 우주발사체와 소형위성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실시간 지켜보는 시대가 왔다. 위성은 이제 국방은 물론 재해와 재난 감시, 손해 사정, 산업 동향 분석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조선비즈는 우주 경제 시대를 맞아 국내 위성 서비스 기업 나라스페이스와 인공위성 영상 데이터를 국방과 산업, 경제, 사회, 국제 분야 보도에 접목해 분석하는 ‘위성으로 본 세상’과 ‘위성으로 보는 경제’라는 스페이스 저널리즘 시리즈를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