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동원산업 본사.

동원그룹이 주력 사업 분야인 ‘참치’의 부산물을 활용해 바이오 사업에 진출하는 미래 전략을 그리고 있다.

10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동원그룹의 지주회사 동원산업은 참치 부산물에서 기능성 원료를 추출해 건강기능식품으로 개발하는 사업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캐시카우(수익창출원)를 확보한 뒤, 향후 고순도 추출 원료를 활용한 신약 개발 등 고난도 바이오 영역까지 사업 범위를 점차 확대한다는 게 동원산업이 그리는 사업 로드맵이다.

동원산업의 바이오 사업에 관해 사정이 밝은 업계 고위 관계자는 “김재철 명예회장이 바이오 사업에 대한 관심이 매우 많다”며 “단순한 바이오가 아니라 동원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접근을 고민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상 24시간 잠들지 않고 헤엄치는 참치는 고도의 심폐 기능을 갖추고 있다”며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기존 식품의 한계를 넘는 고기능성 건강기능식품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라고 밝혔다.

참치 해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 안구, 뼈 등 부산물에서 고순도 유효 성분을 추출해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 의료기기 등으로 상용화하려는 것이다.

경북 지역에서 어민들이 바다에서 잡힌 대형 참치들을 위판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뉴스1

실제 참치는 헤엄을 멈추면 호흡이 어려워지는 ‘램 환기(Ram ventilation)’ 방식으로 산소를 공급받으며, 사실상 쉬지 않고 유영하는 고활동 어종이다. 이러한 생존 구조로 인해 산소를 저장·운반하는 미오글로빈이 풍부한 붉은 근육과 높은 에너지 대사 효율 체계를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원산업은 이러한 생리적 특성에 주목해 유효 성분을 핵심 바이오 원료로 활용해 사업화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동원그룹은 이미 계열사 동원F&B를 통해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하고 있다. 미국 건기식 브랜드인 GNC의 제품을 수입해 국내에 독점 판매하고 있고, 천지인 홍삼 등 일부 제품은 직접 제조하는 구조다.

기존 사업이 해외 브랜드를 들여와 판매하는 유통 중심의 방식이라면, 회사가 구상 중인 신사업은 참치라는 자체 원재료를 활용해 ‘동원만의 독자적인 기능성 소재’를 직접 개발하고 원료화하려는 것이라 기존과 차원이 다르다는 해석이다.

일본의 니수이(Nissui), 다이쇼 제약 등은 참치 추출 안세린을 주성분으로 한 요산 관리 건기식을 판매 중이다. 참치 단백질을 효소 분해해 만든 ‘카츠오 펩타이드’는 혈압 상승을 억제하는 기능성 원료로 승인받은 사례도 있다. 참치 안구 뒤편 지방 조직에서 추출한 고순도 히알루론산, 인간의 뼈 구조와 유사한 인산칼슘 비율을 가진 어골 등도 주요 개발 표적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버려지던 연어 정소에서 DNA 성분을 정제해 ‘리쥬란’이라는 메가 히트 의료기기를 만든 파마리서치처럼, 동원 역시 참치 부산물을 고부가가치 소재로 바꾸는 ‘업사이클링’ 전략을 취하는 것이라 주목된다”고 말했다.

다만, 동원그룹은 “바이오 사업이 구체화한 것은 아니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룹 관계자는 “바이오 사업을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않았다”며 “참치 부산물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업사이클링 연구를 하는 단계”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참치 껍질이나 안구에서 오메가3 성분을 추출하는 연구도 지속해 온 과제”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동원산업의 바이오 사업 진출 가능성이 엿보이는 행보는 이어지고 있다. 동원산업은 올해 약사 출신이자 필러·스킨부스터 전문 기업 알에프바이오 대표를 지낸 남택종 상무를 경영전략 담당으로 영입했다. 앞서 2023년에는 보령바이오파마 인수를 추진했다가 무산된 바 있다.

그룹 관계자는 “남 상무의 역할이 바이오 사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라며 “전반적인 신사업 발굴과 전략 기획을 맡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이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수·합병(M&A) 등 모든 선택지를 열어두고 질적 성장을 만들어 가자”고 주문했다.

한편, 동원그룹 창업주 김재철 명예회장은 2003~2004년 계열 분리를 통해 장남 김남구 회장에게 금융업인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차남 김남정 회장에게는 식품·수산 중심의 동원그룹을 맡기며 승계 구도를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