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연구 단계에 머물렀던 국내 줄기세포치료제가 임상 성과와 규제 완화 기대에 힘입어 시장 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여기에 규제에 막혀 있던 배아줄기세포 활용까지 완화 움직임이 더해지며 산업 전반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에 나선 국내 기업들이 최근 해외 허가와 후기 임상 성과를 가시화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초 중증 퇴행성관절염 자가 줄기세포치료제 ‘조인트스템’을 개발 중인 네이처셀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인허가 논의를 진행 중이다.
회사는 현재 미국에서 임상 3상 진입을 앞두고 있으며, 오는 5월 FDA와 가속 승인을 위한 세부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조인트스템은 이미 FDA로부터 첨단재생의료치료제(RMAT)와 혁신치료제(BT) 지정을 받았고, 치료 대안이 없는 환자 대상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EAP)에도 포함됐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줄기세포치료제가 일본에서 처음으로 허가를 받은 사례도 나왔다. 안트로젠의 수포박리증 치료제 ‘알로스템’이 지난 3일 일본 후생노동성으로부터 정식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유전적 요인으로 표피와 진피가 분리돼 수포가 발생하는 난치성 만성 질환에 사용되는 이 치료제는 2015년 일본 이신제약에 기술이전돼, 이신제약이 임상시험과 인허가까지 담당했다.
메디포스트도 글로벌 임상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제대혈 유래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을 앞세워 미국 임상 3상에 착수했으며, 북미 주요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대규모 환자 대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 임상 결과에 따라 글로벌 시장 진출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이밖에 이엔셀은 자체 세포 배양 기술을 활용해 차세대 줄기세포치료제 ‘EN001’의 배양 기간을 기존 40일 이상에서 20일 수준으로 단축했으며,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근감소증 치료제 임상 1·2상을 진행 중이다.
다만 산업 전반의 경쟁력은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따르면 줄기세포치료제를 포함한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분야 논문 점유율은 미국(23.9%)과 중국(16.6%)이 주도하고 있으며, 인도와 이란도 각각 연평균 23.2%, 8%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반면 한국은 점유율 2%로 세계 13위에 머물러 연구 기반 확대와 전략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규제 환경 변화는 산업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최근 국회에는 배아줄기세포 기반 치료제 활용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첨단재생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세포 확보 방식의 변화다. 기존에는 병원이 환자로부터 직접 세포를 채취해 치료제를 제조하는 방식만 허용됐고, 우수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기준(GMP) 시설을 갖추고도 세포처리시설 허가는 제한적이었다. 치료 역시 임상연구를 수행한 특정 병원에서만 가능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외부 기관에서 확립된 세포주를 공급받아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다른 기관에서 임상이 완료된 세포를 활용한 치료도 가능해지는 등 진입 장벽이 낮아진다.
업계에서는 대량 생산과 표준화가 가능해지면서 줄기세포치료제 상용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배아줄기세포 기반 파킨슨병 치료제를 개발 중인 에스바이오메딕스, 차바이오텍, 미래셀바이오 등에는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그동안 제도적 제약으로 임상과 사업화에 제한을 받아왔던 만큼 규제 변화가 시장 판도를 바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성과는 단순한 연구 진전을 넘어 실제 환자 치료로 이어질 수 있는 단계에 근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여기에 규제 환경까지 개선된다면 국내 줄기세포치료제 산업이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