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신약 개발의 선두주자로 주목받아온 지놈앤컴퍼니가 기존 사업을 접고 화장품과 항체-약물접합체(ADC) 중심으로 전략 전환에 나섰다. 잇단 자금 조달로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술이전 성과 확보 여부가 반등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7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지놈앤컴퍼니는 최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70억원을 확보했다. 해당 자금은 화장품 사업 확대와 자체 브랜드 ‘유이크(UIQ)’의 글로벌 진출에 투입될 예정이다. 회사는 미국·일본·중국·인도네시아 등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마이크로바이옴 접고 사업 전환…“화장품·ADC” 투트랙
2015년 설립한 지놈앤컴퍼니는 국내 최초로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제 임상에 진입해 큰 주목을 받으며 2020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그러나 핵심 파이프라인인 항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 후보물질 ‘GEN-001’과 독일 머크·미국 화이자의 면역항암제 ‘바벤시오(성분명 아벨루맙)’를 병용하는 국내 임상 2상 이후 3상은 진행하지 않기로 하면서 사실상 개발을 중단했다.
이 같은 전략 수정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의 구조적 한계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생물과 인체 질환 간 상호작용 기전이 복잡해 임상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렵고, 상업화 사례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CJ바이오사이언스와 고바이오랩 등 국내 기업들도 장기간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회사는 화장품 사업으로 현금 흐름을 확보하고, 신약 개발은 ADC에 집중하는 ‘투트랙 전략’을 택했다. 비교적 상업화 속도가 빠른 화장품으로 수익 기반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약 개발을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회사는 이 같은 전략 실행을 위해 자금 조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지난달 전환사채(CB)와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해 약 3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으며, 이는 신규 타깃 ADC 개발에 투입될 예정이다.
지놈앤컴퍼니의 자금 조달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을 명목으로 230억원 규모의 사모 CB를 발행했다.
이어 지난해 4월에는 미국 마이크로바이옴 위탁개발생산(CDMO) 자회사 리스트바이오(List Biotherapeutics) 주주들을 대상으로 총 541억원 규모의 영구 CB 및 CPS를 발행하며 추가 자금을 확보했다. 당시 회사는 해당 자금을 신규 항암제 개발과 마이크로바이옴 상업화에 활용할 계획이었다.
과거 마이크로바이옴 사업에 수백억원을 투입한 데 이어, 최근에는 ADC 등 신규 사업에 추가 자금을 투입하며 투자 중심축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실적 악화 속 기술이전 ‘사활’…CB 상환 전 성과 관건
회사는 유전체 분석 기반 플랫폼 ‘지노클(GNOCLE)’을 활용해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GENA-104 ADC’, ‘GENA-120’ 등 파이프라인을 구축 중이다. 특히 전임상 단계에서 기술이전을 추진해 임상 연구개발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수익을 내겠다는 전략이다.
지놈앤컴퍼니는 현재까지 총 3건의 기술이전을 성사시켰다. 2019년 12월 LG화학에 ‘GEN-001’, 2024년 5월 스위스 디바이오팜(Debiopharm)에 ADC용 항체 ‘GENA-111’을 총 5860억원 규모로 이전했으며, 지난해 2월에는 영국 엘립시스파마(Ellipses Pharma)에 ‘GENA-104’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실적 개선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2024년 매출은 277억5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94.1% 증가했지만 이후 감소세로 전환됐고, 영업손실은 242억원에서 292억원으로 확대됐다.
기술이전 전략 역시 단기 실적과의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임상 단계에서 계약을 추진하는 만큼 초기 계약금 외에는 임상 진입, 개발 단계 진척 등에 따라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가 지급되는 구조여서 단기간 내 수익으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LG화학이 마이크로바이옴 항암제의 효능과 성장 한계를 이유로 지난해 11월 GEN-001 개발을 중단하면서, 해당 기술이전 성과의 지속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향후 실적 반등 여부는 추가 기술이전 계약 성사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회사는 현재 ADC 파이프라인 2종(GENA-104 ADC·120)에 대해 글로벌 기업들과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대상이나 계약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CB 풋옵션 시기가 도래하기 전까지 가시적인 기술이전 성과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자금 부담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자체는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단기간 내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기술이전 성과가 가시화돼야 한다”며 “특히 CB 상환 시점 이전에 의미 있는 계약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