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당제약이 최대 주주의 대규모 주식 매도 계획을 철회하고 기술·계약 관련 의혹 해명에 나섰지만, 시장의 의문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모습이다.
7일 오전 삼천당제약 주가는 전일 대비 10%가량 하락 거래 중이다. 전날 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가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불거진 논란에 대해 직접 설명했지만, 시장의 의구심이 가라앉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천당제약은 2500억원 규모의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계획을 철회했다. 전 대표는 이와 관련해 “납세 목적이었지만 ‘고점 먹튀’, ’사기극’ 등의 루머가 확산됐고, 루머의 근거가 되는 블록딜 자체를 없애기 위해 전격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저와 배우자가 부담하는 세금이 약 2335억원 규모”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 세금보다 삼천당제약의 자부심과 주주 가치를 지키는 것이 수만 배 더 중요하다”며 “블록딜 대신 주식담보 대출 등을 통해 세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경구제 기술 두고 “보안 전략 vs 실체 요구”
하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추가 검증과 확인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회사가 내세운 경구 제형 플랫폼 기술 ‘S-Pass’의 경쟁력을 판단할 핵심 지표인 약동학(PK, Pharmacokinetics)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 주요 한계로 지목된다.
그동안 증시에서 이 회사의 주가가 급등한 배경엔 ‘먹는 인슐린 개발 성공’, ‘먹는 위고비(비만 치료제) 복제약 개발 성공’ 기대감이 작용했다.
단백질 성분인 인슐린이나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은 위산에 의해 쉽게 분해되는 특성이 있다. 인슐린이나 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먹는 약 대신 주사제로 먼저 개발됐던 이유다.
삼천당제약은 ‘S-Pass’를 통해 약물을 보호 물질로 감싸 위산으로부터 보호하고, 세포 사이의 틈(Paracellular pathway)을 일시적으로 열어 소장에서 흡수시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기술의 실제 경쟁력을 증명하려면, 체내 흡수 후 혈액 내 약물 농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는 PK 그래프가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된다.
제네릭(복제약)은 오리지널 약물과 생물학적 동등성(BE, Bioequivalence)을 입증해야 허가를 받을 수 있는데, 이때 PK 데이터는 승인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지표다.
보통 PK 데이터가 대중에게 공개되는 시점은 품목 허가 승인 후 ‘심사 결과 보고서’가 발간되는 시점이다. 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경쟁사에 기술적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 데이터를 비공개로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삼천당제약이 주장하는 것처럼 단순 제네릭이 아닌 ‘경구 흡수 플랫폼’이 핵심 기술일 경우, PK 데이터 자체가 흡수 메커니즘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어 일정 수준의 비공개 전략은 불가피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개발·임상 신청’ 단계에서 기업이 마케팅이나 신뢰 확보를 위해 자발적으로 학회 등에서 발표하지 않는 한 주요 데이터 비공개가 불법은 아니라는 게 의약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만 시장에서 제기된 주가 급등에 관한 의혹과 기업의 신뢰 위기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하면, 최소한의 정량적 근거 없이 논란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온라인 투자자 커뮤니티 등에서는 “일정 수준의 검증 가능한 데이터는 제시해야 했던 것 아니냐”라는 의견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계약·특허 해명에도 ‘검증 공백’ 지적...“투명하게 소통할 것”
삼천당제약과 전인석 대표는 기술 실체를 거듭 강조했다. 전 대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공식 제출한 자료가 있고 제네릭으로 인정을 받았다”며 “실체가 없거나 논리가 맞지 않는 서류라면 FDA는 응답조차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유럽의약품청(EMA)에 경구용 인슐린 임상 신청을 진행했다”며 “임상 신청 자체가 기술 완성도가 일정 수준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FDA 논의 자료 일부를 공개했다. 이 서류에는 S-PASS 특허 번호와 함께 ‘제네릭(ANDA)’, ‘SNAC-Free’ 문구가 명시돼 있다.
전 대표는 “먹는(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의 성분명, semaglutide)는 제네릭으로 인정받아 임상시험을 안해도 되고,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만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특허와 관련해서 전 대표는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특허는 국제특허(PCT) 출원을 완료했고, SNAC(흡수 촉진제)을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특허를 회피했다”며 “특허 침해 리스크가 없다는 검토 의견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허는 등록되는 순간부터 공격 대상이 되기 때문에 제품 출시 시점에 맞춰 시차를 두는 전략을 쓰고 있다”며 “비공개는 숨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30일 삼천당제약은 미국 파트너사와 체결한 먹는 당뇨병 치료제인 ‘리벨서스(세마글루타이드)’의 제네릭(복제약)과 먹는 비만 치료제인 ‘위고비 오럴’의 제네릭 관련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번 계약으로 마일스톤(단계별 기술 성과금) 1억달러(약 1509억원)를 확보하고, 10년간 제품 판매 수익의 90%를 수령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파트너사는 비공개인 데다 국내에선 이례적인 수익 배분 구조라는 점에서 일각에서 의심이 제기됐다.
전 대표는 계약과 특허 등에 관한 상세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경쟁사 노출 방지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해명했다. 계약 구조에 대해 전 대표는 “삼천당제약은 기술 수출이 아닌 제품 공급 회사”라며 “마일스톤은 계약의 일부일 뿐이고, 본질은 향후 매출을 기반으로 한 수익 배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간담회는 전 대표가 직접 나서 적극적으로 해명하려 한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핵심 쟁점에 관한 정량적 근거가 제시되지 않으면서, 시장의 의구심을 불식하기엔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시장의 신뢰 회복 여부는 향후 밝힐 구체적인 성과 지표 등에 달려 있다.
전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향후 성과로 입증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루머는 잠시 시장을 흔들 수 있지만 기업의 실적은 영원한 진실”이라며 “하반기 글로벌 계약 성과와 임상 결과로 하나하나 숫자와 결과로 증명하겠다”고 피력했다.
또 “그동안 시장과의 소통이 부족했던 것은 대표이사로서의 불찰”이라며 “전략적 보안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투명하게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