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각)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 특허의약품과 의약품 원료(API)에 대해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령을 발표했다. 관세는 일부 대기업의 경우 120일, 소규모 기업의 경우 180일 이내에 적용된다.
이번 조치로 기존 무관세였던 한국산 특허의약품에는 15% 관세가 새로 부과되지만, 한국의 주요 대미 수출 품목인 바이오시밀러와 제네릭 의약품은 최소 1년간 무관세가 유지된다.
또한 미국 기업이 의뢰한 의약품을 한국에서 위탁생산(CDMO)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경우에는 미국산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어 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이 부분은 미국 정부의 최종 판단이 필요하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이번 조치가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온쇼어링 기업 20% 관세 적용…2030년부터 100%로 상향
포고령에 따르면 미국은 특허의약품과 관련 원료에 대해 기본적으로 100% 관세를 부과한다.
다만 ▲한국 ▲유럽연합 ▲일본 ▲스위스 ▲리히텐슈타인에서 생산된 제품에는 예외적으로 15% 관세가 적용된다. 영국산 의약품은 현재 10% 관세가 적용되며, 향후 미국과 영국 간 의약품 가격 협정 체결 시 0%까지 인하될 수 있다.
미국 내 생산 이전(온쇼어링) 계획을 상무부로부터 승인받은 기업에는 20% 관세가 적용된다. 그러나 이 관세율은 한시적 조치로, 2030년 4월 2일부터 100%로 상향될 예정이다.
또한 상무부는 기업이 온쇼어링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관세를 소급 적용하거나 추가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
미국 보건복지부(HHS)와 최혜국(MFN) 약가 협정 및 온쇼어링 계약을 동시에 체결한 기업에는 2029년 1월 20일까지 0% 관세가 적용된다.
이 조치는 협상이 진행 중이거나 원칙적 합의에 도달한 기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애브비 ▲암젠 ▲아스트라제네카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 ▲베링거인겔하임 ▲일라이릴리 ▲EMD세로노 ▲제넨텍 ▲길리어드사이언스 ▲머크(MSD) ▲노바티스 ▲노보노디스크 ▲사노피가 해당된다.
◇제네릭·바이오시밀러는 최소 1년간 무관세 유지
제네릭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 및 관련 원료는 이번 조치에서 제외됐다.
미국 정부는 향후 1년 내 추가 검토를 거쳐 관세 부과 여부를 재평가할 예정이다.
또한 미국 정부의 ‘전략적 원료의약품 비축(Strategic API Reserve)’ 관련 제네릭 수입 역시 면세 대상에 포함된다.
특수의약품도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관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표적으로 ▲희귀의약품 ▲핵의학(방사성의약품) ▲혈장유래 치료제 ▲불임치료제 ▲세포·유전자 치료제 ▲항체약물접합체(ADC) ▲화학·생물·방사능·핵 대응 의료대응제품 ▲동물용 의약품 등이 포함된다.
이들 제품은 미국과 무역·안보 프레임워크 협정을 체결한 국가에서 생산됐거나 미국 내 긴급 공중보건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면제된다.
◇미국산 의약품은 관세 제외…재수출 기업은 환급 가능
한편 미국산 의약품은 이번 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관세가 부과된 제품이라도 재수출되는 경우에는 관세 환급(drawback)이 가능하다.
미국 현지 생산 기반 확보 여부에 따라 국내 기업별 향후 관세 영향은 엇갈릴 수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일라이릴리의 공장을 인수하며 현지 생산시설을 확보했다. 추가 증설도 검토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관세 위험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미국 소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생산시설을 인수하며 대응에 나섰다. 회사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미국에서 승인받은 바이오시밀러 일부 제품의 원료의약품을 국내에서 위탁생산하고 있다.
동아에스티의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이뮬도사’ 역시 관계사 에스티젠바이오가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현지에 직접 생산기지 확보하기 보다 글로벌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