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지노믹스가 RNA 편집 기술의 유효성을 입증할 첫 시험대에 오른다. 1000억원대 장부상 손실을 뒤로 하고, 이번 임상 데이터를 통해 글로벌 빅파마와의 추가 기술이전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성욱 알지노믹스 대표. 이 대표는 단국대 생명융합학과 교수로, 2017년 단국대 산학협력단 기술지주회사 자회사로 알지노믹스를 설립했다./단국대

알지노믹스는 오는 17일부터 22일까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미국암연구학회 연례학술대회(AACR 2026)‘에서 간암 치료제 후보물질 ‘RZ-001’의 임상 1b·2a상 중간 결과를 구두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발표는 회사의 핵심 기술인 ‘RNA 치환효소 기반 편집 플랫폼’이 실제 환자 체내에서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첫 번째 임상 데이터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현재 RNA 편집 기술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개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인체 대상 임상 데이터가 희소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발표가 개별 후보물질의 진척도를 넘어, 알지노믹스 플랫폼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서 교모세포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1상에서 안전성을 확인한 만큼, 이번에 유효성까지 확인된다면 플랫폼 전반에 대한 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일 종가(19만9000원) 기준 알지노믹스의 시가총액은 약 2조7728억원이다. 싱가포르 ‘웨이브 라이프사이언시스’는 지난해 12월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WVE-007′의 긍정적인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한 직후 하루 만에 주가가 약 147% 올랐다.

◇표준요법 ORR 30%가 기준점…독자 플랫폼 유효성 ‘가늠’

글로벌 RNA 편집 기업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식은 세포 내에 존재하는 기존 편집 기전을 활용하는 형태다. 다만 이 방식은 세포 자체의 자연적인 편집 능력에 의존해야 하므로, 치료 효율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에 알지노믹스는 치료 표적이 되는 RNA를 직접 수정하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론적으로는 더 높은 효율과 다양한 질환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RZ-001'의 작용기전./알지노믹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진행성 간암 1차 표준요법인 ‘티센트릭’과 ‘아바스틴’에 RZ-001을 병용 투여한 임상 데이터가 공개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임상 설계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세 단계의 용량 증량 과정을 거치며 약물의 적정 투여량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체 환자군은 군당 15명 규모로 구성됐으며, 소수의 초기 환자군에서 안전성을 먼저 검증한 뒤 다음 단계로 진입하는 단계적 설계(3+3 Design)를 채택했다. 이를 고려할 때, 이번 발표에서는 저용량 구간에서의 기초적인 안전성 지표가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이 주목하는 핵심 지표는 유효성을 가늠할 수 있는 객관적반응률(ORR)이다. 종양 크기의 감소 정도를 나타내는 ORR의 경우, 기존 표준요법(티센트릭·아바스틴)이 기록 중인 약 30% 내외의 수치가 주요 비교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원형 RNA’로 기술 저변 확대…“CAR-T 개발 가능성”

RNA 기반 치료제는 기존의 저분자 화합물이나 항체 치료제가 접근하기 어려웠던 질병 원인을 직접 제어할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인해 차세대 모달리티(치료 방식) 중 하나로 거론된다.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와 고지혈증 치료제 ‘렉비오’ 등의 상용화는 RNA 기술이 희귀질환을 넘어 만성질환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사례로 꼽힌다.

다만 기존 치료제가 이미 충분한 임상적 유용성을 확보한 적응증에서는 RNA 치료제의 경제성이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원형 RNA 전달 연구 개요도./알지노믹스

이러한 시장 환경을 고려해 알지노믹스는 기존 선형 RNA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원형 RNA 플랫폼으로 기술 저변을 넓히고 있다.

회사는 지난달 27일, 국제 학술지 ‘미국화학회 생체재료과학 및 공학(ACS Biomaterials Science & Engineering)’에 원형 RNA 전달 기술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정맥 투여를 통해 원형 RNA를 비장으로 선택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 검증한 연구다.

결과에 따르면, 고분자 기반의 전달체와 결합한 원형 RNA는 정맥 투여 후 간보다 비장으로 약 10배 더 많이 도달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또한 기존 선형 RNA 대비 단백질 발현 지속 기간은 약 2배, 면역세포인 T세포로의 전달 효율은 약 3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이번 연구가 기존 지질나노입자(LNP) 방식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간 쏠림 현상’을 완화할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비장으로의 선택적 전달이 가능해질 경우, 체내에서 직접 면역세포를 조작하는 방식의 CAR-T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성욱 알지노믹스 대표는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CAR-T를 포함한 적용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알지노믹스의 파이프라인 현황./알지노믹스

◇‘릴리 효과’로 첫 매출 발생…2029년 추가 기술이전 목표

알지노믹스는 지난해 일라이릴리와 체결한 총 13억3400만달러 규모(약 1조9000억원) 규모의 공동 연구 및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약 79억원의 첫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상장 관련 비용 등 일회성 요인이 반영되면서, 영업적자 규모는 전년 약 129억원에서 146억원 수준으로 늘었다.

특히 법인세차감전순손실이 약 1027억원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이 중 886억원은 파생상품 평가손실 등 실제 현금 유출이 없는 비현금성 요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이 보통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회계적 특성에 따른 것이다. 현행 회계기준상 전환권 가치는 주가에 연동되는데, 기업가치가 오를수록 장부상 손실이 커지는 이른바 ‘회계적 착시’가 반영된 결과다.

알지노믹스는 지난해 12월 18일 상장 당시 공모가(2만2500원) 대비 가격 제한폭 상단인 9만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이후, 올해 1월 9일에는 종가 기준 19만원 선에 진입했다. 차익 실현 매물 출회로 일시적인 변동성을 겪었으나, 지난달부터는 상승세를 이어가 현재 20만원대 안팎을 오가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업계에서는 향후 손익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추가적인 기술이전 등 안정적인 매출원 확보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는 대로 2029년까지 RZ-001의 기술이전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 두 곳과 비밀유지계약(CDA)을 체결하고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또한 릴리와의 협력 범위를 확대해 매출 기반을 점진적으로 넓혀갈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망막 질환 외에도 항암, 알츠하이머 등 보유 중인 주요 파이프라인에서 릴리와의 공동 연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