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때 이등변 삼각형 증명 문제를 2주 내내 매달린 적이 있어요. 길을 걸어가면서도 이 문제만 생각하다 전봇대에 머리를 부딪쳐 웃음거리가 됐을 정도였죠. 결국 증명해낸 만족감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답니다. 15남매 중 일곱째 아들인 나는 원래 피아니스트를 꿈꿨어요. 대학교 3학년이 되고 나서야 수학자의 길을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늦깎이 수학자’인 셈이죠. 일본을 방문한 오스카 자리스 하버드대 교수님을 만난 것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습니다. 이 분의 권유로 하버드대로 유학을 갔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실력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나는 30대 후반이던 1970년에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받았습니다. 수상 성과가 ‘특이점 해소’ 이론입니다. 수학에서 특이점은 그래프나 도형이 매끄럽지 않고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거나, 자기들끼리 꼬여서 복잡해진 지점을 뜻합니다. 예를 들면 매끈한 종이를 아무렇게 구겼을 때 생기는 뾰족한 꼭짓점들을 특이점으로, 이를 다시 펴서 매끄러운 종이로 변형하는 것을 ‘특이점 해소’로 빗댈 수 있습니다. 이렇게 꼬이고 뾰족해진 도형을 원래의 매끄러운 상태로 되돌리는 방법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을 내가 수학적으로 증명한 것입니다. 이를 계기로 수학자들은 복잡한 식이나 도형을 훨씬 다루기 쉬운 상태로 변형해서 연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습니다. 서울대 석좌교수로 강의하던 시절, 과학 기자를 꿈꾸던 한 물리천문학부 학생이 내 수업을 들으러 왔습니다. 수학과 학생들도 대부분 수강 철회를 했는데 그 학생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듣더군요. 하루는 제가 혼자 밥을 먹고 있는데 그 학생이 다가와 밥을 같이 먹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날 이후로 우리는 매일 점심을 함께하는 밥 친구가 됐습니다. 나는 그에게 수학은 평생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권했어요. 수학의 매력에 빠져든 그는 결국 수학 전공 대학원으로 진학했고, 미국으로 박사 유학을 떠났죠. 나처럼 ‘늦깎이 수학자’인 그가 2022년 필즈상을 탔습니다. 나는 누구일까요?
▶ 정답은 ‘히로나카 헤이스케’(1931~2026)
히로나카 헤이스케 하버드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18일 일본 도쿄에서 별세했다. 그는 ‘특이점 해소’ 이론을 정립해 1970년 필즈상을 받은 일본의 대표 수학자다.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 석학교수를 수학자의 길로 이끈 인물로도 유명하다. 허 교수는 히로나카 교수 강의를 계기로 수학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수학이 평생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음을 보여준 ‘은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