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주가가 4배 가까이 급등한 삼천당제약이 주가 조작 의혹을 제기한 한 블로거를 고발하겠다며 강수를 뒀다.
삼천당제약 주가는 연초 24만원대에서 출발해 지난달 30일 118만4000원까지 380% 넘게 급등했다.
그간 ‘세계 최초 먹는 인슐린 개발’과 ‘기술 수출’ 등에 관한 기대감이 이 회사 주가를 밀어올렸다. 지난달 25일엔 시가총액(시총)이 20조원을 넘기며 코스닥 시총 1위에 올랐다.
이후 4거래일 만인 31일 이 회사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경구용 당뇨 및 비만 치료제 관련 미국 라이선스(기술 수출) 계약 체결 소식 이후 상승 재료가 소멸되면서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온 영향으로 풀이됐다. 시장 일각에서는 미국 파트너사와의 계약을 두고 규모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비롯한 의구심도 제기됐다.
그러자 이 회사는 주가 조작 의혹을 제기한 한 블로거를 형사 고발한다고 공지했다. 해당 블로거는 지난 30일 ‘코스닥 1위 주가조작 수사 요청’이라는 내용으로 삼천당제약이 무채혈혈당측정기, 코로나 백신 계약, 경구용 인슐린 계약, S-pass, 아일리아 비젠프리 등의 사례에서 주가 조작이 의심된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달 30일 기준 이 블로거의 구독자는 604명이었다.
회사의 강경 대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1일 삼천당제약은 “특정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유포한 허위 사실에 대해 민·형사상 법적 조치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런 대응에 시장에선 기업에 대한 신뢰가 더 흔들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시장 참여자라면 제기할 수 있는 의문에 대해 회사가 적극적인 설명 대신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잇따랐다.
특히 그간 이 회사의 공시 이력과 주요 사업 지표가 신뢰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 3년간 23차례 ‘미확정’… 반복된 희망고문 공시
한국거래소는 삼천당제약에 대해 불성실 공시 법인 지정 예고를 공시했다. 영업 실적 등에 대한 전망 또는 예측 공정 공시 미이행이 사유다. 사유 발생일은 지난 2월 6일이다. 불성실 공시 법인 지정 여부 결정 시한은 오는 23일이다.
지난 2월 6일 삼천당제약은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의 캐나다 시장 실적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캐나다에서 보험 약가 등재 후 3개월 만에 매출 97억원, 영업이익률 60%를 달성했고 올해 확정 구매주문(PO) 75만병을 확보했다는 내용이었다. 매출 목표를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이 소식에 주가는 즉시 반응했다. 삼천당제약은 장 초반 주가가 전일보다 7.9% 급락한 45만7500원까지 밀렸다가, 관련 보도가 나오자 장중 51만9000원까지 반등했다. 하루 변동 폭만 12%포인트를 넘었다. 종가는 50만원으로 0.7% 상승 마감했다.
삼천당제약의 공시 논란은 이번만이 아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삼천당제약의 지난 10년간 공시 이력을 분석한 결과, 회사는 이른바 ‘먹는 인슐린 투자 유치설’과 관련해 약 3년간 ‘미확정’ 해명 공시를 23차례 반복했다.
2021년 5월 3일 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는 직접 한 언론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중국의 인슐린 판매 1위 제약사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먹는 인슐린 임상 1상을 하반기에 시작할 계획”이라며 “1000억원에 달하는 중국 임상 비용은 해당 제약사가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다음날 회사는 해당 사안에 대해 ‘미확정’ 공시를 냈다. 중국 기업과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구체적인 사항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당시 투자 유치 실현 기대감이 커지며 주가가 올랐다. 2021년 5월 3일 4만8250원까지 내린 회사 주가는 보도 다음날 5만5200원으로 치솟았고 상승 곡선을 그리며 같은달 18일 6만3500원까지 올랐다.
삼천당제약은 2021년 5월부터 2024년 4월까지 동일 사안에 대해 총 23차례 ‘미확정’ 공시를 반복했다. 회사 공시에서 “협의 중”이라는 표현이 이어졌지만 결과는 허무했다. 회사는 2024년 5월 공시를 통해 해당 계약 협상이 사실상 중단됐다고 밝혔다. 계약 조건을 변경해 본계약 체결을 추진했지만, 중국 측이 임상 1상 종료 이후 계약 체결 입장을 고수하면서 협의가 무산됐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물론 계약 사안은 서명 전까지 여러 변수가 생길 수 있다. ‘풍문·보도 해명’에 관한 공시는 한국거래소 규정상 미확정일 경우 재공시도 가능하다. 하지만 투자를 비롯한 계약 관련 풍문에 관한 다른 많은 기업의 대응과 결과 등을 고려하면 동일 사안이 수년에 걸쳐 반복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한 기업 IR 담당 관계자는 “형식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실질적 진전 없이 기대감을 부추기는 언론 보도와 미확정 공시가 반복될 경우 투자자 오인을 유도할 수 있고 결국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R&D 투자 4년간 70% 감소
최근 삼천당제약의 주가를 밀어올린 건 먹는 인슐린과 비만치료제(위고비) 복제약 개발 기대감이다. 제약, 바이오 기업들의 ‘미래 성장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가 R&D 투자다.
그런데 이 회사의 연구개발(R&D) 투자는 매년 줄고 있다. 삼천당제약의 최근 4년간 R&D 투자는 70%가량 줄었다.
삼천당제약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연결 연구개발비는 지난 2021년 약 466억원에서 지난해 156억원으로 67% 감소했다. 전체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율도 2021년 약 28%에서 지난해 7%로 21%포인트 줄었다. 국내 제약사들이 연구개발 투자를 강조하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연구개발 인력이 전체 회사 인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8%로 높은 편이 아니다. 삼천당제약은 2021년 전체 직원 388명 중 연구개발 인력이 24명에 불과했다. 지난해는 전체 직원 426명 중 연구개발 인력이 35명이었다. 박사급은 1명으로 나머지는 석사(25명)와 기타(9명)였다. 주주들은 지난달 30일 주주총회에서 연구인력 규모가 비교적 적은 것은 아닌지 의문을 표시했다. 삼천당제약 관계자는 “해외 연구원과도 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천당제약은 지난달 19일 먹는 인슐린 임상 시험 계획 승인을 유럽 식약처에 신청했다. 기존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을 주사로 배나 허벅지에 투여했다. 삼천당제약은 자체 플랫폼인 S-Pass 기술로 먹는 인슐린을 개발한다는 입장이다. 아직 유럽 식약처에서 승인 허가가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소식이 알려지자 주가는 급등했다.
한편 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는 지난달 31일 긴급 메시지에서 “주가 흐름을 지켜보며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시련은 글로벌 빅파마로 도약하기 위해 겪는 일시적 진통”이라고 했다. 삼천당제약 측은 연구개발 관련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지난 30일, 삼천당제약은 미국 파트너사와 먹는 당뇨병 치료제 ‘리벨서스’의 제네릭, 먹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 오럴’의 제네릭 관련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계약의 총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는 1억달러(약 1508억원)로, 단계별 개발과 허가 성과에 따라 지급하는 구조다. 해당 마일스톤에 대한 반환 의무는 없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계약 상대와 선수금 지급 여부는 공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