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가총액 20조원을 돌파하며 코스닥 황제주로 등극한 삼천당제약 주가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
작년 연결 영업이익이 85억원 규모인 회사의 주가를 밀어 올린 건 먹는 인슐린, 위고비 복제약(제네릭) 개발 등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삼천당제약 시가총액은 올해 초 5조원대에서 석 달 만에 27조원대로 치솟았다. 주가는 24만4500원에서 지난 달 30일 118만4000원으로 380% 넘게 폭등했다. 이후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31일 주가는 전일 대비 29.98% 하락한 82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제약업계와 투자자들은 실적 대비 주가가 급등한 배경을 둘러싸고 의구심을 갖고 있다. 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의 대규모 지분 매각 계획을 두고 주가 하락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전 대표는 주주 서한을 통해 “매각은 세금 납부를 위한 조치”라면서 “며칠 내 회사 체질을 바꿀 중대한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코스닥 황제주 삼천당제약, 대표는 2500억 매도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인석 대표는 삼천당제약 지분 약 2500억원어치를 이달 23일부터 다음 달 22일까지 시간 외 매매로 처분할 예정이다.
전 대표는 윤대인 삼천당제약 회장의 사위다. 전 대표는 그동안 삼천당제약 지분이 없었으나 윤 회장이 작년 7월 24일 79만9700주(3.41%)를 수증했다. 당일 종가(22만5500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1803억원 규모다.
전 대표는 세금 납부를 이유로 이 가운데 26만5700주를 주당 94만1000원에 처분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약 700억원 규모로 차익을 실현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일부 주주들은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주주들은 지난달 30일 경기도 화성시에서 열린 삼천당제약 주주총회에서 “앞으로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주식을 파는 이유가 무엇인지, 연부연납(年賦延納) 계획은 없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연부연납은 세금을 수 년간 분할 납부하는 것이다.
전 대표는 “세금 규모와 납부 일정 등 개인적인 이유로 주식을 매각하는 것”이라면서 “회사 펀더멘탈(기초 체력)과 별개 문제”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대주주의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시장에 부담이 올 수 있다고 본다. 일부 투자자들은 대주주의 대량 매도를 고점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납세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현금화가 필요할 수 있지만 제약·바이오주 투자자들은 특히 공시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매도) 타이밍도 중요하다”고 했다.
삼천당제약은 자체 플랫폼 기술인 S-Pass로 먹는 인슐린을 개발한다. 당뇨병 환자는 현재 인슐린을 주사로 투여하는데, 이 기술이 성공하면 약으로 혈당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삼천당제약은 지난달 19일 유럽 식약처에 임상 시험 계획 승인을 신청했고, 아직 승인 허가가 나오진 않았다. 임상을 끝까지 마치고 상업화까지 갈 길이 남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먹는 위고비 복제약은 일본 제약사 다이치산쿄 에스파, 미국 등과 계약을 체결했다는 공시를 최근 연달아 올렸다.
그러나 다이치산쿄와 계약은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 허가를 못 받게 되면 18개월 이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미국 계약은 거래 상대방을 밝히지 않았고 마찬가지로 상업화가 불가능하면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상업화하면 삼천당제약이 순이익의 90%를 차지한다.
◇신풍제약, 신라젠 대주주들도 오너가 주식 팔고 급락
투자자들 사이에선 과거 신풍제약, 신라젠 사태가 떠오른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풍제약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 주목받았다. 당시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가 코로나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0년 5월 신풍제약의 피라맥스에 대해 코로나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 2상을 승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가 급등했다.
신풍제약 주가는 2020년 초 7320원에서 연말 12만4000원으로 급등했다. 신풍제약은 그해 9월 자사주 128만9550주를 팔았다. 1주당 처분가액은 16만7000원으로 총 2153억원 규모였다.
장원준 전 신풍제약 대표 등은 이듬해인 2021년 4월 송암사가 보유한 신풍제약 주식 1282만주 가운데 200만주를 시간 외 매매로 팔아치웠다. 1주당 8만4016원으로 총 1680억원 규모다.
송암사는 장 전 대표 등 창업주 일가가 보유한 가족 회사다. 송암사는 2016년 4월 신풍제약 주식 1488만여 주를 취득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장 전 대표 등 창업주 일가는 이 과정에서 1562억원의 매매 차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소식이 알려진 당일 신풍제약 주가는 15% 급락했다. 신풍제약은 이후 코로나 치료제 임상에 실패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2월 장 전 대표와 송암사를 자본시장법상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금지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장 전 대표 등 창업주 일가가 대량 매도로 1500억원대 차익을 얻고, 369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회피했다는 것이다. 다만 장 전 대표 등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신라젠도 주가가 급등한 뒤 대주주가 지분을 팔아 치운 사례가 있다. 신라젠은 2016년 12월 코스닥 상장 첫날 종가 1만2850원을 기록했다. 항암 치료제 펙사벡 개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며 이듬해인 2017년 11월 21일 종가가 13만100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문은상 신라젠 전 대표 등은 2017년 12월 28일부터 2018년 1월 3일까지 보통주 156만2844주를 3차례에 걸쳐 장내 매도했다. 처분 단가는 주당 8만4000원대로 총 금액은 약 1325억원이다. 이 소식이 알려진 당일 신라젠 주가는 10% 넘게 빠졌다.
당시 신라젠 측이 밝힌 주식 매각 이유는 개인적인 세금 납부 등이었다. 펙사벡은 이후 미국 임상 시험 평가 기관이 임상 중단을 권고하며 투자자들에게 패닉을 안겼다.
한편 삼천당제약 측은 대주주 매도와 관련한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