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주인공 라일랜드 그레이스는 기억을 잃은 채 우주선에서 깨어나고, 뒤늦게 자신이 태양을 위협하는 정체불명의 우주 미생물을 막기 위해 태양계 밖 항성계 ‘타우 세티’로 향하는 임무를 맡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태양을 어둡게 만드는 미생물, 중성미자를 이용한 우주선 추진, 장거리 우주비행, 회전형 우주선의 인공중력 등 여러 과학 개념을 한꺼번에 꺼내놓는다. 이 가운데 태양 밝기가 단기간에 급감하는 설정이나 별의 에너지를 먹는 미생물은 현실과 거리가 있지만, 우주선의 회전 구조로 인공중력을 만드는 개념이나 실존하는 별 타우 세티를 무대로 삼은 부분은 물리학과 천문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 태양 먹는 미생물, 어디까지가 허구일까
작품 속 위기는 태양 광도가 약 30년 사이 10% 줄어든다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영화에서는 태양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우주 미생물인 ‘아스트로파지’가 별들을 감염시켜 지구를 포함한 행성들의 빙하기를 초래한다.
하지만 미 항공우주국(NASA)의 태양복사 자료를 보면, 현실의 태양은 그렇게 급하게 변하지 않는다.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 에너지의 총량인 ‘총태양복사량(TSI)’은 태양의 11년 활동주기 동안 약 0.1% 정도만 달라진다. 지구의 과거 빙하기는 태양의 광도가 갑자기 약해져서라기보다 지구 자전축 기울기나 공전궤도가 바뀌면서 나타난 것으로 이해된다. 영화는 태양의 장기적 변화를 인간 한 세대 안의 재난으로 압축한 셈이다.
작품의 핵심 장치인 아스트로파지는 태양 에너지를 빨아들여 별을 어둡게 만들고, 그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추진력으로도 쓴다. 이에 대해 재클린 매클리어리 미국 노스이스턴대 교수는 “실제 미생물이 햇빛을 흡수하고 에너지로 사용하는 방식과 비슷하다”면서도 “미생물이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와 태양이 실제로 방출하는 에너지 사이에는 몇 자릿수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태양은 초당 10의 26제곱J(줄) 규모의 에너지를 방출하고, 태양의 대기 환경은 약 278만도까지 올라갈 수 있다”며 “지구에도 고온이나 고압, 강한 방사선을 견디는 극한미생물은 있지만, 항성의 에너지 흐름 자체에 영향을 줄 만큼 에너지를 흡수하는 생명체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아스트로파지가 저장한 에너지를 중성미자로 바꿔 추진력으로 쓴다는 설정도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중성미자는 실제로 존재하는 입자지만, ‘유령 입자’라 불릴 정도로 다른 물질과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는다. 지구와 인간 몸을 매초 엄청난 수의 중성미자가 지나가지만 거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정도다. 지금의 물리학으로는 중성미자를 대량으로 붙잡아 저장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정밀하게 내보내 우주선 엔진처럼 쓰는 기술은 상상에 가깝다.
◇ 상상만은 아니다… 현실 과학과 맞닿은 설정들
반대로 그레이스가 머무는 회전형 우주선의 인공중력은 실제 물리학과 맞닿아 있다. NASA는 회전하는 구조 안에서는 가속 효과를 이용해 중력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우주선 일부를 회전시키면 승무원은 바깥쪽 벽면으로 눌리는 힘을 느끼게 되고, 그 효과가 중력과 비슷하게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회전 속도를 4rpm(1분당 회전수) 정도로 제한할 경우 반경 약 56m가 있어야 지구 표면에서 우리가 느끼는 중력 크기를 만들 수 있다. 즉 회전형 우주선 자체는 물리적으로 가능한 발상이지만, 실제 구현에는 상당히 큰 구조물과 정교한 제어 기술이 필요하다.
그레이스의 목적지로 나오는 타우 세티는 실존하는 태양형 별이다. 그리고 타우 세티를 도는 행성 ‘에이드리언’은 2017년 발견돼 슈퍼지구형 외계행성 후보로 꼽힌 타우 세티 e를 모델로 한다. 하지만 최근 2년 동안의 추가 연구에 따르면, 타우 세티 e의 신호 상당수가 데이터 분석 과정의 오류이거나 타우 세티의 표면 활동으로 나타났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우주생물학의 현실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현재 외계 생명 탐사는 사실상 지구 생명 하나만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세포 구조나 탄소 기반 물질, 디옥시리보핵산(DNA), 리보핵산(RNA), 액체 물 같은 익숙한 특징을 먼저 찾는다. 아스트로파지처럼 별의 에너지를 이용하거나, 우리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존재가 있다면 지금의 탐사 방식으로는 놓칠 수 있다.
그래서 NASA는 특정 생화학을 가정하지 않고 복잡한 분자 배열이나 설명하기 어려운 화학적 불균형, 특이한 에너지 흐름 같은 ‘비편향 생명지표’를 찾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전파 신호나 인공 오염물질 같은 ‘테크노시그니처’도 탐색하고 있으며, 2028년 토성의 위성 타이탄에 탐사선을 보내 액체 물 대신 메탄과 에탄이 흐르는 곳에서도 생명의 전 단계가 만들어질 수 있는지 살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