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리버풀대 연구진의 고고학 발굴 자료를 바탕으로, 1만 5800년 전 튀르키예 피나르바시 유적지를 재현한 그림. 수렵채집인들과 개들이 같이 사는 모습이다./Kathryn Killackey

늑대가 길들여져 개가 된 시기는 농업이 발달하기 훨씬 전인 구석기 시대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가축화된 개는 적어도 1만4200년 전 이미 유라시아 서부 전역에 널리 분포했다는 사실을 밝힌 논문 두 편이 발표됐다고 26일 밝혔다.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개의 유전자는 1만900년 전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에 1만5800년 전 유전자를 확인했다. 개의 유전적 역사를 5000년 늘린 이번 연구 결과는 앞으로 유럽에서 개가 탄생하고 퍼진 역사를 밝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 유럽 개는 구석기 시대 개 후손

앤더스 베르그스트룀(Anders Bergström)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진은 이날 네이처에 유럽에서 1만년 전 이전 구석기 시대의 개와 늑대 유골 216점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가장 오래된 개의 유골은 스위스 케슬러로흐(Kesslerloch) 유적지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가 1만4200년 전으로 추정됐다.

유전자를 모두 분석한 결과, 케슬러로흐 개는 유럽 다른 지역의 개들과 같은 조상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축화된 개의 유전적 다양화가 1만4200년 전부터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지금까지는 개가 동유라시아와 서유라시아의 늑대에서 각각 유래했다고 생각했다. 이번 연구진은 모든 초기 유럽 개들이 동유라시아 계통임을 밝혔다. 아시아 개들과 유전자 계통을 공유한다는 의미다.

영국 고프 동굴에서 발견된 1만 4300년 전의 개 턱뼈./영국 자연사박물관

개는 농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유럽에 존재했던 유일한 가축이었으나, 언제부터 길들여졌는지 정확한 시기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고고학적 증거에 따르면 개는 1만5000년 전 구석기 시대에 늑대에서 갈라졌다. 일부 과학자들은 화석의 크기와 형태를 근거로 개와 늑대가 3만년 전보다 더 오랜 시기에 갈라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골만으로는 그 과정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처음에는 개로 보였던 화석이 실제로는 현재 멸종된 늑대로 확인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개 유골의 유전자를 모두 해독해 구석기 시대에 가축화된 개가 퍼졌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를 찾은 것이다.

베르그스트룀 교수 연구진은 유럽 개의 역사에서 신석기 시대에 시작된 농업의 영향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는 사실도 밝혔다. 인간의 경우 농업이 남서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확산하면서 대규모 인구 유입이 일어났다. 이주민은 인간의 유전자에도 큰 변화를 초래했다. 개에서는 그런 유전적 영향이 인간보다 덜 나타났다. 오히려 수렵채집 사회에서 키우던 개들이 오늘날 유럽 개 품종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수렵채집 사회에서 특별한 관계 형성

로랑 프란츠(Laurent Frantz) 독일 루트비히 막시밀리안대 생명과학대학원 교수 연구진은 이날 튀르키예 피나르바시(Pınarbaşı)와 영국 고프(Gough) 동굴에서 발견된 구석기 시대 개 유골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가축화된 개가 적어도 1만4300년 전에는 이미 유라시아 서부 전역에 널리 분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튀르키예 개의 연대는 약 1만5800년 전이고, 영국 개는 1만4300년 전이다. 연구진은 1만년 이상의 구석기 시대 개들의 유전자를 분석해 전 세계 현대와 고대 개와 늑대 1000여 마리와 비교했다. 모계로 유전되는 미토콘트리아 DNA를 비교했더니, 튀르키예와 영국 유적지는 300㎞ 이상 떨어졌지만 개들이 유전적으로 유사했다. 유전자 분석 결과, 두 구석기 시대 개는 약 1만8500년에서 1만4000년 전 사이에 대륙 전역으로 확장된 집단의 일원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가축화된 개가 발굴된 지역들. 튀르키예 피나르바시(Pınarbaşı)에서 발굴된 개 화석은 약 1만 5800년 전 것이며, 영국 고프 동굴(Gough’s Cave)에서는 약 1만 4300년 전, 스위스 케슬러로흐(Kesslerloch)에서는 약 1만 4200년 전 개 화석이 나왔다. 화석들의 DNA를 해독한 결과, 가축화된 개는 농업이 도입되기 전인 구석기 시대에 유라시아 서부 전역에 널리 분포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Nature

이번 연구에서 개들이 당시 수렵채집인들과 밀접한 관계에 있었다는 증거도 나왔다.영국 요크대와 자연사박물관이 유골의 방사성 동위원소를 분석한 결과, 당시 튀르키예 수렵채집인들은 개에게 생선을 먹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개가 야생에서 쉽게 먹을 수 없는 먹이를 챙겨줬다는 의미다. 이는 개를 매장했다는 증거와 함께 인간이 개를 특별한 존재로 대우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왜 구석기 시대 인간들은 개에게 특별 대우를 했을까. 개가 스스로 그렇게 멀리 이동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과학자들이 당시 수렵채집인들이 다른 지역에 가면서 개를 데려갔다고 추정한다. 프란츠 교수는 “사람들이 그토록 이른 시기에 유럽 전역에서 개를 교환했다는 사실은 이 동물이 중요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개를 길렀다는 것은 어떤 목적이 있었음을 시사한다”며 “한 가지 가능성은 개가 위험을 알려주는 효율적인 경보 시스템 역할을 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미켈 신딩(Mikkel Sinding)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와 로렌 헤넬리(Lauren Hennelly) 미국 라이스대 교수는 이날 네이처에 실린 논평 논문에서 “이번 논문들은 가축화된 개들이 이미 1만4000년 전 영국에서 중부 유럽, 이탈리아 반도를 거쳐 아나톨리아(튀르키예)에 이르는 유라시아 서부 전역에 널리 분포했다는 사실을 다시 강조했다”며 “두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오늘날 서구 개들의 기원은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기 전인 플라이스토세 후기(약 12만 6000년 전~1만 1700년 전)로 올라간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Nature(2026),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6-10112-7

Nature(2026),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6-10170-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