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꿈자리가 사나워 잠을 설쳤다”는 말을 한다. 꿈을 꿀수록 깊은 잠을 제대로 못 잔다고 믿는 이가 많아서다.
하지만 뜻밖에도 실제로는 생생한 꿈을 꿀수록 ‘꿀잠’을 자게 될 확률도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면의 질을 결정하는 요인이 꿈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탈리아 루카 IMT고등연구소의 줄리오 베르나르디 교수팀은 “깊은 잠을 잤다고 느끼는데 꿈이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지난 24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Bi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성인 44명을 대상으로 한 명당 4일 밤씩 실험실에서 재우면서 고밀도 뇌파계(EEG)로 뇌 활동을 정밀 측정했다. 이때 자면서 여러 번 계속 깨웠고, “잠을 깊이 잤다” “방금 전까지 어떤 의식 상태였느냐” “꿈을 꿨느냐” 등을 묻고 기록했다.
연구팀은 분석 결과, 사람들은 생생하면서도 강렬하면서도 몰입감이 높은 꿈을 꿀수록 ‘잠을 깊이 잤다’고 느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참가자들은 반면 논리적인 꿈, 뚜렷한 내용이 없는 꿈을 꿨을 땐 ‘잠을 앝게 잤다’고 느꼈다. 연구팀은 “몰입감 있는 꿈을 꿀수록 외부 환경과의 단절이 강화돼 수면 만족도는 올라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꿈 내용을 정확히 기억하는지 여부는 수면 만족도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연구팀은 또한 “본래 수면 중 뇌파가 느린 상태로 바뀔수록 깊은 잠에 든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지만, 꿈을 꾼 경우에는 이 공식이 딱 맞아떨어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생생하거나 기괴한 꿈을 꿀 때는 뇌파가 마치 깨어 있을 때처럼 빨라지는데도, 참가자들은 ‘잠을 깊게 잤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에 “깊은 잠은 단순히 뇌가 얼마나 ‘느리게’ 쉬었느냐로만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꿈이라는 주관적 경험이 함께 작용하면서 우리가 느끼는 ‘수면의 질’도 달라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