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을 알칼리 용액으로 분해해 순수한 물로 자연에 내보내는 물 화장이 친환경 장례법으로 주목받고 있다./farewells magazine

사람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인류는 시신을 땅에 묻거나 불에 태워 흙으로 돌아가도록 했다. 앞으로 흙 대신 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스코틀랜드는 영국 최초로 시신을 녹여 순수한 물로 자연에 흘려보내는 ‘물 화장’을 허용했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가 지난해 12월 3일 의회에 제출한 관련 규정안이 지난 2일(현지 시각) 공식 발효됐다.

물 화장은 기존 장례 방식보다 더 자연적인 방법일지 모른다. 인체의 55~65%가 물이니 다시 물로 내보내는 게 자연스럽다.이날 제니 민토(Jenni Minto) 스코틀랜드 보건부 장관은 “1902년 화장법이 제정된 이래 가장 큰 변화”라며 “물 화장은 화장이나 매장에 대한 새로운 친환경 대안을 원하는 대중의 지지에 부응한다”고 밝혔다.

◇끓지 않는 알칼리 용액으로 가수분해

액상 화장(resomation)이라고도 하는 물 화장은 알칼리 가수분해 방식의 장례 기술이다. 뼈가 마지막에 가루로 바뀐다는 점에서 화장과 같지만, 시신을 열 대신 물로 분해한다는 점이 다르다. 물 화장은 다음 과정으로 진행된다. 먼저 시신을 비단이나 양모 같은 생분해성 소재로 만든 수의로 감싼 뒤 고압 강철 탱크에 넣는다. 탱크는 물 95%에 수산화칼륨 같은 알칼리성 화학물질 5%로 구성된 용해용 액체로 채운다.

3~4시간 동안 섭씨 150~160도에서 시신이 녹아 관에서 수십 년이 걸리는 자연 분해 과정이 재현된다. 탱크가 고압 상태여서 액체가 끓지는 않는다. 분해가 끝나면 액체와 부드러워진 뼈만 남는다.액체는 정화 과정을 거쳐 하수도로 배출되고, 남은 뼈는 가루로 만들어 화장처럼 유골함에 담거나 자연에 뿌린다.

물 화장 과정./자료 Resomation

물 화장은 친환경 장례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화장을 하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320㎏ 배출되지만, 알칼리 가수분해 방식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7분의 1에 그친다고 알려졌다. 이런 장점 때문에 합법화한 국가가 늘고 있다. 미국에서는 28개주가 허용했으며, 캐나다, 아일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허용하고 있다. 남아공의 인종차별에 저항한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의 장례도 이 방식으로 치러졌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물 화장이 여름부터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물 화장을 하려면 가수분해 장비를 설치해야 하고, 수처리를 위해 수자원공사인 스코티시 워터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카인들리 어스(Kindly Earth)사는 영국 내 물 화장 장비 독점권을 갖고 있다. 이 회사의 헬렌 챈들러(Helen Chandler) 대표는 “당연히 모두가 수분해 방식을 선택하지는 않겠지만 중요한 점은 유가족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이아몬드 화장, 우주 화장도

매장, 화장과 다른 장례 기술은 이전에도 있었다. 시신을 태우지만 흙 대신 보석인 다이아몬드로 남기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유골로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다이아몬드장(葬)’은 2004년 ‘알고르단자(Algordanza)’라는 스위스 업체에서 시작했다. 알고르단자는 스위스 고유어로 ‘추억’이라는 뜻이다.

다이아몬드는 석탄이나 연필심으로 쓰는 흑연과 마찬가지로 탄소로 이뤄진 물질이다. 인체에서도 물을 이루는 산소와 수소를 빼면 탄소가 가장 많다. 차이는 결정 구조에 있다. 석탄은 탄소 원자들이 마구 흐트러진 상태이고, 흑연은 정육각형으로 연결된 탄소 원자들이 층층이 쌓여 있다. 반면 다이아몬드는 탄소 원자 4개가 모인 정사면체가 상하좌우로 끊임없이 반복된 구조다.

유골을 고온고압 환경에서 압축해 만든 인공 다이아몬드./스위스 알고르단자

알고르단자사는 유골을 받아 1500도, 1600톤의 고온고압 환경에서 압축해 정사면체 결정 구조를 가진 인공 다이아몬드를 만든다. 보통 유골에 포함된 붕소(B) 성분 때문에 다이아 원석은 기본적으로 은은한 푸른색을 띤다고 한다. 제작 기간은 평균 4~5개월, 가격은 원석 기준으로 0.3캐럿 다이아가 460만원 정도다.

화장한 유골을 우주로 보내는 우주장(宇宙葬)도 있다. 사람이 죽어 하늘의 별이 되는 셈이다. 1997년 미국의 우주기업인 셀레스티스(Celestis)가 처음 시작했다. 과학영화(SF) 스타트랙 시리즈의 작가인 진 로덴베리(Gene Roddenberry)를 포함한 24명의 유골은 그해 4월 21일 오비탈 사이언스의 공중 발사 로켓인 페가수스에 실려 지구 궤도로 올라갔다.

유골을 담은 캡슐은 지구 궤도를 돌다가 2002년 5월 20일 지구 대기권으로 진입하면서 불에 탔다. 최근에는 2024년 8월 16일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였던 두 사람의 유골이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우주로 나갔다.

달을 무덤으로 삼은 사람도 있다. 1998년 1월 16일 발사된 미국의 달 탐사선 루나 프로스펙터는 19개월 임무를 마치고 1999년 7월 31일 달의 남극 근처에 충돌했다. 그 안에 미국의 지질학자인 유진 슈메이커(1928~1997)의 유해가 담긴 캡슐이 있었다.

슈메이커는 지구의 운석 충돌구 연구에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 아내 캐롤린, 캐나다의 아마추어 천문학자인 데이비드 레비와 함께 슈메이커-레비 9 혜성도 발견했다. 특히 그는 1960년대 미국의 유인(有人) 달 탐사 프로그램에 참여했지만, 병이 생겨 도중에 우주비행사 후보에서 탈락했다. 달에 가는 첫 지질학자란 꿈을 죽어서 이룬 셈이다.

미국의 달 탐사선 루나 프로스펙터(오른쪽)는 19개월 임무를 마치고 1999년 7월 31일 달의 남극 근처에 충돌했다. 그 안에 미국의 지질학자인 유진 슈메이커(왼쪽)의 유해가 담긴 캡슐이 있었다./USGS, NASA

참고 자료

Scottish Government(2025), https://www.gov.scot/news/sustainable-alternative-to-cremation/

Science(1998), DOI: https://doi.org/10.1126/science.279.5349.329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