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 셀트리온 2공장에서 20대 하청 노동자가 작업 중 추락해 숨졌다. 고용당국이 셀트리온을 ‘대·중소기업 안전보건 상생협력사업’ 우수 기업으로 선정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발생한 사고다.
정부 인증을 받은 대기업 사업장에서 제조업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유형의 추락 사고가 발생하면서, 셀트리온의 안전관리 체계가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셀트리온 송도 2공장에서 협력업체 노동자가 작업 중 다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9월에도 이 공장 외부 폐기물 창고에서 황산이 누출돼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2명이 팔과 다리에 화상을 입었다. 이번 사고 역시 하청 노동자가 희생됐다는 점에서 원청의 협력업체 작업 관리·감독 책임 범위에 대한 법적 판단도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하청 작업 안전관리 책임 어디까지…매뉴얼 아닌 ‘현장 실행’이 판단 기준
23일 인천경찰청 형사기동대와 인천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 4분쯤 인천 연수구 송도동 셀트리온 2공장 내 건물에서 20대 남성 A씨가 약 3m 아래 지상으로 추락했다.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A씨는 사고 당시 정문 캐노피 구조물 상부에서 오수 배관로 보온 및 누수 관련 작업을 하던 중이었으며 작업 중 1층 천장 패널이 파손되면서 추락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A씨를 일용직 형태의 하청 노동자로 보고 정확한 소속과 고용 구조를 확인하고 있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현장 관계자들을 상대로 안전수칙 준수 여부와 관리 책임 소재를 조사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도 사고 직후 해당 작업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광역산재예방감독과와 중대재해수사과를 현장에 투입해 조사에 착수했으며 참고인 조사 등을 이어갈 계획이다.
노동부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 셀트리온 측은 “사고 당시 사전 안전 절차와 장비 점검을 마쳤다”고 밝혔지만 해당 매뉴얼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했는지가 주요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법원도 유사한 하청 노동자 추락 사망 사건에서 형식적인 안전관리 절차만으로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창원지방법원은 지난해 6월 선박 보수 작업 중 하청 노동자가 추락해 숨진 사건에서 안전난간과 라이프라인 등 기본적인 추락 방지 설비가 실제로 작동 가능한 수준으로 설치되지 않았다면 산업재해 예방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동일 사업장에서 유사 산업재해가 발생한 전력이 있는 경우 재발 방지 조치 이행 여부를 더욱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부 “우수 기업 혜택 철회 가능”…셀트리온 “현장 안전관리 전면 점검”
셀트리온은 지난달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주관한 ‘대·중소기업 안전보건 상생협력사업’ 우수 기업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협력사에 컨설팅과 안전 물품을 지원하며 협력업체 중심의 자율 안전관리 체계를 확산시킨 공로를 인정받았다.
해당 사업에 참여, 우수 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에는 정기 감독 유예 등 일부 행정 인센티브가 부여된다. 그러나 선정 이후 한 달 만에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관련 혜택 유지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동부 관계자는 “우수 기업 지위는 물론 제공되는 인센티브는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철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송도 캠퍼스 내 작업 중 발생한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협력업체 근로자와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며 “사고 원인 규명과 관계기관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캠퍼스 내 작업 현장 안전관리 시스템을 전면 점검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