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상업 원자력발전소 '고리 1호기' (오른쪽) 모습./뉴스1

정부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장기 관리 방향을 담은 새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원전 운영 전망 변화와 해체 폐기물 증가 등을 반영해 처분시설과 저장시설을 단계적으로 확충하고, 향후 5년간 5577억원을 투입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정부는 제12차 원자력진흥위원회를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서면으로 열고, ‘제3차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심의·의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계획은 방사성폐기물관리법에 따라 5년마다 수립하는 법정계획으로, 앞으로 30년간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방향을 제시하는 중장기 계획이다. 향후 마련될 제3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과도 연계해 전체 방폐물 관리체계를 정비하는 성격을 갖는다.

이번 계획에는 2020년 수립된 2차 계획 이후 달라진 여건이 반영됐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원전 건설·운영 전망 변화, 고리 1호기 해체 승인에 따른 해체 폐기물 발생, 관련 기술 발전 등이 주요 변수로 고려됐다. 정부는 이에 따라 2054년까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누적 발생량이 약 42만 드럼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이번 계획의 중점 과제로 안전성과 운영 효율 강화, 미래 대비 기반 구축, 국민 신뢰 확보 등 3개 축을 제시하고, 이를 위한 12개 세부 과제를 마련했다.

우선 관리시스템 측면에서는 처분시설을 단계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현재 운영 중인 경주 1단계 처분시설은 동굴형으로 중준위 이하 폐기물을 대상으로 한다. 여기에 더해 올해 2단계 처분시설인 표층형 시설의 운영을 시작하고, 앞으로는 3단계 매립형 처분시설도 확보해 극저준위 이하 폐기물까지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방폐물 검사·저장시설 규모는 현재 7000드럼에서 2029년 1만7000드럼 수준으로 늘려 처분시설 운영 효율을 높이고, 인수·처분 물량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방폐물 감량 기술과 처분 적합성 확보 기술을 고도화하고, 산불·호우 같은 기후위기 변수에 대응하는 재난관리체계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국가 차원의 방폐물 재고량 관리체계를 구축해 관리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원전 해체가 본격화할 경우 발생할 다양한 종류의 폐기물을 제때 처분할 수 있도록 인수기준 등 제도적 기반을 손질할 방침이다. 아울러 인공지능(AI)과 디지털트윈을 활용한 관리 체계, 드론 기반 시설 감시 등도 도입 대상으로 제시했다. 민간 기술지원과 핵종분석 인프라 구축을 통해 관련 산업 생태계도 키운다는 계획이다.

또 원자력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소통 플랫폼을 통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소규모·영세 방폐물 발생자를 위한 공공 서비스를 확대해 관리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지역발전 연계 사업과 지역 현안 해결 지원 등 맞춤형 상생 방안도 추진 대상에 포함됐다.

정부는 방사성폐기물 관리기금을 활용해 복합처분시설 건설·운영, 방사선 안전관리, 지역지원, 기술개발 등에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총 5577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매년 시행계획을 별도로 세워 추진 실적을 점검·평가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