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과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이 양자 연구자들에게 수여됐다. 미국 컴퓨터학회(ACM)는 “양자 정보 과학의 기초를 확립하고 안전한 통신과 컴퓨팅 분야를 혁신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캐나다 몬트리올대의 질 브라사르(Gilles Brassard·71) 교수와 미국 IBM 연구소의 찰스 베넷(Charles Bennett·83) 박사가 튜링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18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두 사람은 구글이 후원한 상금 100만달러(약 15억원)를 함께 받는다.
튜링상은 ‘컴퓨터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의 수학자인 앨런 튜링(Alan Turing, 1912~1954)의 이름을 따 1966년부터 시상한 상이다. 튜링은 컴퓨터과학과 인공지능(AI)의 창시자로, 2차 세계 대전 중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하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기계가 인간과 동등한 지능을 가졌는지 시험하는 것도 그의 이름을 따서 ‘튜링 검사’라고 한다.
◇해킹 불가능한 양자 암호 통신
컴퓨터과학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튜링상이 양자물리학 연구자에게 수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베넷과 브라사르는 1984년 BB84로 알려진 최초의 양자 암호 키(열쇠)의 개념을 제안했다, 양자 암호 통신은 양자역학 원리를 이용해서 송신자와 수신자 두 사람만 알고 있는 비밀 키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양자 암호 정보는 빛의 최소 단위인 광자(光子)에 정보를 실어 보낸다. 누군가 해킹하려고 광자를 건드리면 신호 자체가 아무런 의미 없는 형태로 변해버린다. 해킹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시도도 실시간 탐지할 수 있어 보안성이 매우 높다. 베넷은 1980년대 후반에 IBM 연구진과 함께 양자 암호 통신 기술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두 사람은 1993년에 또 다른 획기적인 성과를 거뒀다. 바로 과학 영화(SF) ‘스타 트렉’에서 유명해진 ‘원격 전송(teleportation)’이다. 영화에선 사람의 형상 정보를 목적지에 보내 다시 복원했다. 말하자면 부산에서 건물을 해체한 다음, 벽돌·철근 등 구성 물질을 설계도와 함께 순식간에 서울로 보낸 뒤 설계도에 따라 원래의 건물을 다시 복원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양자 원격 전송은 물질에 대한 근본 정보인 ‘양자 정보’만 전송하는 것이다. 즉 스타 트렉에 나오는 순간이동 장치처럼 물질까지 해체해 보내는 것은 아니다. 만약 영화처럼 물체를 서울에서 부산으로 양자 원격 전송하려면 일단 부산에 물질의 재료가 준비돼 있어야 한다. 양자 정보를 부산으로 원격 전송하고, 그 정보를 설계도 삼아 부산에 있는 재료로 원래 물질과 똑같은 복사본을 만들면 된다.
◇대륙 간 양자 위성 통신으로 발전
두 사람의 연구 성과는 양자 컴퓨터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기존 컴퓨터는 전자가 있고 없음에 따라 0과 1로 나눠 정보를 처리한다. 반면 양자 컴퓨터는 0, 1 외에 0과 1이 중첩돼 있는 정보도 처리할 수 있다. 덕분에 양자컴퓨터의 연산 능력이 획기적으로 커져 슈퍼컴퓨터로 수만 년 걸릴 연산을 단숨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두 사람의 양자 원격 전송은 양자컴퓨터 안에서 중요한 연산 정보를 이동하거나 한 양자 컴퓨터에서 다른 양자 컴퓨터로 정보를 전송하는 데 널리 사용된다.
양자 원격전송은 알랭 아스페(Alain Aspec) 프랑스 파리 사클레대 교수 겸 에콜폴리테크 교수와 존 클라우저(John F. Clauser) 미국 존 클라우저 협회 창립자, 안톤 차일링거(Anton Zeilinger) 오스트리아 빈대 교수가 실험으로 입증했다. 세 사람은 2022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양자 원격 전송은 양자 위성 통신으로 발전했다. 차일링거 교수의 제자인 판젠웨이 중국과학기술대 교수 연구진은 2016년 위성인 무쯔(墨子·묵자)를 이용해 2600㎞ 거리의 두 도시 간 무선 양자통신에 성공했다.
판젠웨이 교수는 2017년 중국 베이징 동북부 싱룽과 7600㎞가량 떨어진 오스트리아 빈 남쪽 그라츠 사이의 대륙 간 양자 통신까지 성공시켰다. 2025년에는 무게가 무쯔의 10분의 1에 불과한 초소형 위성으로 중국 베이징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약 1만3000㎞ 거리에서 양자통신에 성공했다.
지난 10년 동안 발전한 양자기술은 ‘제2의 양자 혁명’으로 불린다. 제1의 양자 혁명은 1, 2차 세계대전 사이에 일어난 양자역학의 발견이었다. 브라사르 교수는 이날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최근 양자컴퓨팅 분야의 발전을 볼 때 강력한 양자컴퓨터가 머지않아 등장할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중국의 시연 사례에서 보듯 양자 인터넷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했다.
참고 자료
ACM(2026), https://amturing.ac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