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창립 100주년을 맞아 창업자인 고(故) 유일한 박사의 일대기를 웹툰으로 제작했다. 신약 개발에 주력하는 제약사가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계에서는 유일한 박사가 독립 운동을 하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서사가 있어 이를 일종의 지식 재산권(IP)처럼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젊은 세대에게 친숙한 웹툰으로 기업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는 효과도 있다.
유일한 박사 웹툰은 미생 윤태호 작가가 카카오페이지에서 ‘NEW 일한’이라는 제목으로 이달부터 다음 달 19일까지 연재한다. 웹툰 주인공들이 드라마 제작 발표회를 준비하면서 유일한 박사의 삶의 궤적을 들여다보는 내용이다.
웹툰은 총 8회로 조회수 1만8000여 회, 댓글 3900여 개가 달렸다. “기업가이자 독립 운동가였던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등의 반응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창업자의 정신과 업적을 전하기 위해 웹툰을 기획했다”면서 “창업자의 삶을 영웅적으로 그리기보다 당시 개인이 마주했던 고민과 선택을 풀어냈다”고 했다.
유일한 박사의 삶은 시대상과 맞물린 부분이 있다. 1895년 태어난 그는 9살에 미국으로 유학갔다. 3·1 운동 직후인 1919년 필라델피아 한인 자유 대회에서 독립 결의문을 작성해 낭독하기도 했다.
유일한 박사는 숙주 나물 사업을 하다가 1926년 귀국해 유한양행을 세웠다. 국민이 건강해야 주권을 되찾는다는 이유였다. 이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항일 무장 독립군인 맹호군 창설을 주도했고, 미군의 항일 투쟁 계획인 ‘냅코 작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 작전은 일본 항복과 1945년 8·15 광복으로 실행되진 않았지만 1990년대 미국 국립기록보존소 문서를 통해 관련 내용이 일부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유한양행의 지배 구조가 창업자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활용하는 데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일한 박사는 1971년 별세 당시 가족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았다. 7살 손녀에게 1만달러를 남기고 보유하던 유한양행 지분은 사회 복지 재단 유한재단과 학교 법인 유한양행에 기증했다.
유한양행의 지분은 지난해 말 사업 보고서 기준 유한재단이 보통주 15.87%, 우선주 0.04%를 갖고 있다. 이정희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이 0.07%,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이 0.03%를 보유 중이다. 회사는 창업자 일가 대신 전문 경영인이 맡는 구조다. 유한양행은 폐암 신약 렉라자 등에 힘입어 지난해 연결 매출 2조원을 넘겼다.
한편 유일한 박사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스윙 데이즈, 암호명 A’도 다음 달부터 7월까지 무대에 오른다. 유일한 박사의 냅코 프로젝트 활동과 관련된 내용을 기반으로 창작한 뮤지컬이다. 유한양행이 뮤지컬 제작 과정에 일종의 투자를 일부 했으며 배우 유준상, 신성록, 정상훈 등이 출연한다. 이 뮤지컬은 지난 2024년에 이어 두 번째 공연이다.
재계에서는 유한양행이 기업 스토리를 콘텐츠 자산으로 활용하는 실험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나의 이야기를 웹툰과 뮤지컬 등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하는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 전략과 비슷하다”면서 “기업의 철학을 젊은 세대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