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를 태우지 않고 오직 전기만으로 추진력을 만들어내는 ‘전기제트엔진’ 개념이 현실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뜨겁게 가열된 공기를 뒤로 분사해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으로, 기존 항공 엔진과 달리 탄소 배출 없이 추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안나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와 강홍재 한국기계연구원(KIMM) 선임연구원 연구진은 대기압 환경에서 작동하는 공기흡입 전기추진 기술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항공우주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시스 인 스페이스 리서치(Advances in Space Research)’에 지난 1월 게재됐다.
항공 산업은 대표적인 탄소 배출 분야로 꼽힌다. 현재 비행기 엔진은 외부 공기를 흡입한 뒤 연료를 연소해 고온·고압의 가스를 만들고, 이를 뒤쪽으로 내뿜어 추진력을 얻는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각종 배출물이 발생한다. 탄소중립이 전 세계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연료 연소 없이 비행체를 움직일 수 있는 새로운 추진 기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하나가 플라즈마 전기추진이다. 플라즈마는 기체가 전기에 의해 이온화된 상태로, 흔히 ‘제4의 물질 상태’로 불린다. 이 플라즈마를 가속해 뒤로 밀어내면 추력을 얻을 수 있다. 연료를 태우지 않기 때문에 배출가스가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금까지는 주로 공기가 희박한 우주 공간이나 초저궤도 환경에서만 연구가 이뤄져 왔다. 공기가 많은 대기압 환경에서는 방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 한계를 ‘회전 글라이딩 아크(Rotating Gliding Arc·RGA)’ 구조를 통해 극복했다. 회전하는 플라즈마 불꽃을 형성해 대기압 상태에서도 안정적인 방전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새로 개발한 추진기관 내부에서는 외부 공기가 유입되며 강한 회전 흐름을 만들고, 이 과정에서 회전 플라즈마가 생성된다. 이후 플라즈마가 공기를 빠르게 가열해 뒤쪽으로 밀어내면서 추력이 발생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대기압 조건에서 플라즈마 방전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으며, 추진 기관 내부 압력이 약 5.7기압까지 높아진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데 성공했다. 이때 측정된 최대 추력은 2.5N(뉴턴)이었다. 또 추력 대비 전력 비율은 708mN/㎾(밀리뉴턴/킬로와트)로, 기존 플라즈마 추진기보다 약 10배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번 성과는 플라즈마 전기 추진이 우주 공간에만 머무는 기술이 아니라, 지구 대기권에서도 실제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 첫 사례라는 데 의미가 있다.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전기 기반 비행기, 장시간 체공하는 무인기, 차세대 친환경 항공 이동 수단 등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탄소 감축이 시급한 항공 분야에서 무탄소·무연료 추진 기술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안나 교수는 “연료를 태우지 않고 전기만으로 추력을 만드는 전기제트엔진 개념을 실제 작동 가능한 시스템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강홍재 선임연구원도 “장시간 비행 무인기와 차세대 항공 이동체뿐 아니라, 초저궤도에서 공기를 활용하는 추진기관 등으로도 확장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Advances in Space Research(2026), DOI: https://doi.org/10.1016/j.asr.2026.0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