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먹는 종합비타민이 몸의 노화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매스제너럴브리검 연구진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년 동안 종합비타민을 매일 복용한 사람들에게서 생물학적 나이(신체 나이)가 약 1~2개월 정도 젊어지는 변화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10일 게재됐다.
생물학적 나이는 태어난 지 몇 년이 지났는지를 뜻하는 실제 나이와 달리, 우리 몸이 세포 수준에서 얼마나 빨리 늙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개념이다.
연구진은 생물학적 나이를 확인하기 위해 혈액 속 디옥시리보핵산(DNA)의 변화를 읽는 ‘후성유전학 시계’를 활용했다. 후성유전학 시계는 DNA 작동 방식에 영향을 주는 화학적 표시를 살펴 몸의 노화 정도를 추정하는 방법이다.
연구에는 평균 연령 70세의 건강한 참가자 958명의 혈액 샘플이 사용됐다. 참가자들은 종합비타민과 코코아 추출물, 또는 위약을 각각 조합해 복용했다. 그 결과 종합 비타민을 섭취한 그룹은 사망 위험과 관련성이 높은 노화 지표 2가지에서 노화 속도가 각각 약 2.6개월, 1.4개월 늦춰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구 시작 시점에 실제 나이보다 생물학적 나이가 더 높았던 사람들, 즉 몸이 더 빨리 늙고 있던 사람들은 더 큰 효과를 봤다. 특정 노화 지표 기준으로 노화 속도가 약 2.8개월 늦춰졌다.
다만 효과가 모든 노화 지표에서 똑같이 나타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이 확인한 5개 노화 지표 가운데 통계적으로 뚜렷한 변화가 확인된 것은 2가지였고, 나머지 3가지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함께 시험한 코코아 추출물은 5개 지표 모두에서 노화 억제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하워드 세소(Howard Sesso) 매스제너럴브리검 예방의학과 부책임자는 “종합 비타민이 생물학적 노화 지표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건강하게 나이 드는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임상 시험이 끝난 뒤에도 이런 효과가 계속 이어지는지 확인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인지 기능 개선과 암 위험 감소, 백내장 감소 등 종합 비타민의 효과를 보여준 기존 연구 결과와도 어떤 관련이 있을지 추가로 살펴볼 예정이다.
한편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가 대부분 비히스패닉계 백인이었던 만큼 결과를 모든 인구 집단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결과만으로 종합 비타민이 만능 해법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며 “생물학적 나이의 작은 변화가 실제 질병 감소나 수명 연장으로 이어지는지도 더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로라 싱클레어(Laura Sinclair) 영국 엑서터대 박사후연구원 겸 영국노화연구학회 이사는 “이번 연구가 곧바로 보충제를 사서 먹으라고 권고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미 영양 균형이 잘 잡힌 식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보충제가 꼭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 Medicine(2026), DOI: https://doi.org/10.1038/s41591-026-0423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