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얼빈공대와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밝혀낸 바퀴벌레의 스티로폼 생물학적 분해 기전. 장내 미생물이 플라스틱을 잘게 쪼개면 바퀴벌레가 이를 연료로 태워 에너지로 전환한다. /Environmental Science and Ecotechnology

징그러운 해충, 집안의 불청객으로만 여겨졌던 바퀴벌레가 뜻밖에도 플라스틱 쓰레기 해결사 후보로 주목받을 전망이다.

중국 하얼빈 공과대와 미국 스탠퍼드대 공동 연구팀은 자연 분해가 어려운 스티로폼(폴리스티렌)을 바퀴벌레가 장내 미생물로 분해할 수 있다고 지난 6일 국제 학술지 ‘환경 과학과 생태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Ecotechnology)’에 밝혔다. 폴리스티렌은 스티로폼, 투명 플라스틱 컵, CD 케이스, 일회용 식기, 각종 포장재 등에 널리 쓰이지만 자연에서 거의 분해되지 않아 환경 오염 물질로 꼽힌다.

연구팀은 몸집이 큰 편인 ‘두비아 바퀴벌레’를 대상으로 폴리스티렌 분해 능력을 살펴봤다. 폴리스티렌을 포함한 먹이를 제공한 뒤 분해 능력을 분석한 결과, 한 마리가 하루 3.3㎎가량의 폴리스티렌을 분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또 42일 동안 섭취한 폴리스티렌의 절반 이상(약 55%)을 생물학적으로 분해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비결이 바퀴벌레의 장 속에 있다고 봤다. 바퀴벌레의 장내 미생물이 강력한 효소를 만들어내면서 딱딱한 플라스틱의 화학 고리를 잘게 끊어 놓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플라스틱 분해를 위해 앞으로 더 많은 바퀴벌레를 풀어놓아야 할까. 일각에서는 바퀴벌레가 분해할 수 있는 양이 미미해 플라스틱 쓰레기 해결의 대안으로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한다.

연구팀은 바퀴벌레의 대사 시스템을 모방한 인공 처리 시설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 연구팀은 바퀴벌레의 대사 경로를 복제한 ‘효소 공학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