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발·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치료 시장의 주도권 경쟁이 분수령에 들어섰다. CAR-T 치료제에 이어 즉시 투여 가능한 ‘기성품(Off-the-shelf)’ CD20×CD3 이중특이항체 치료제가 건강보험 급여권 진입을 앞두고 맞붙으면서다.

현재 경쟁 구도는 로슈의 ‘컬럼비’와 애브비의 ‘엡킨리’로 압축된다. 최근 컬럼비가 급여 첫 관문을 넘어서며, 두 번째 관문을 통과한 엡킨리와의 격차를 좁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6년 제2차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 심의 결과 중 신약(요양급여 결정신청) 및 급여기준 확대 내역./심평원

DLBCL은 가장 흔하고 공격적인 혈액암으로, 전체 혈액암 중에서도 높은 비중(약 15% 내외)을 차지한다. 국내 환자 수는 2022년 기준 약 3272명으로 추정된다.

현재 이 시장에서 급여가 적용되는 치료제는 노바티스의 CAR-T 치료제 ‘킴리아(3차 치료)’ 1개뿐이다. 킴리아의 약가 약 3억6000만원을 가정할 경우, 국내 시장 규모는 올해 2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특이항체 치료제가 본격 진입할 경우, 급여 재정과 처방 패턴 모두 재편 가능성이 있다.

◇컬럼비, 암질심 통과로 급여 트랙 합류…‘OS 변수’ 엡킨리 추격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4일 2026년 제2차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에서 컬럼비의 2·3차 치료 급여 기준을 설정했다. 2023년 말 허가 직후 암질심에서 고배를 마셨던 약제가 재도전 끝에 급여 심사 트랙에 오른 것이다. 단독요법 1/2상이 근거가 됐다.

국내 항암제 급여 절차는 다단계 구조다. 암질심을 통과한 약제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에서 임상적 유용성과 경제성을 평가받는다.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약가 협상을 진행하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최종 급여 여부와 약가가 확정된다.

속도 면에서는 엡킨리가 앞서 있다. 이미 암질심과 약평위를 통과했다. 다만 올해 초 공개된 단독요법 3상 결과가 향후 약가 협상의 변수로 떠올랐다.

이 연구에서 엡킨리는 무진행생존기간(PFS)을 26% 개선했다. 질환 악화 또는 사망 위험을 낮췄다는 의미다. 완전반응률(CRR)과 반응지속기간(DoR)도 개선됐다.

그러나 전체생존율(OS)은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OS는 환자가 실제로 얼마나 더 오래 생존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급여 평가에서 비용 대비 효과성을 판단하는 핵심 근거로 활용된다.

심평원 관계자는 “엡킨리의 최근 3상은 2차 치료군이 대상으로, 현재 심의 중인 3차 적응증과는 허가 범위가 상이하다”며 직접적인 연관성에는 선을 그었다.

다만 업계에서는 컬럼비의 급여 기준이 2차 치료까지 설정된 가운데, 엡킨리가 이번에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한 점이 향후 건보 공단과의 약가 협상 과정에서 제약사 측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컬럼비는 2차 치료군을 대상으로 한 후속 3상(병용요법)에서 OS를 유의미하게 개선했다.

로슈의 '컬럼비'./로슈

◇구조·투여 방식 엇갈린 두 약물…‘면역 자극 강도’도 차이

두 약물은 모두 CD20×CD3 이중특이항체지만 설계는 다르다.

컬럼비는 암세포 표면의 CD20에 붙는 팔이 2개, T세포의 CD3에 붙는 팔이 1개인 ‘2:1 구조’다. 암세포는 치료 시 생존을 위해 표면의 CD20 수를 줄이거나, 기존 치료제가 이미 자리를 차지해 새로운 약물이 붙기 어렵게 만든다. 컬럼비는 두 개의 팔로 동시에 붙잡아 결합 이탈 가능성을 낮춘다.

뼈대는 면역 반응을 강하게 유도하는 IgG1 항체다. 그만큼 암세포 살상력은 강하지만, 사이토카인 방출증후군(CRS) 같은 면역 관련 부작용 위험도 동반할 수 있다. 이를 제어하기 위해 투여 7일 전, 전처치 항체 ‘오비누투주맙’을 먼저 투여한다. 투여 방식은 정맥주사(IV)다.

엡킨리는 CD20과 CD3를 각각 하나씩 붙잡는 ‘1:1 구조’다. 뼈대는 상대적으로 면역 자극이 낮은 IgG4 항체다. 항체 자체의 과도한 면역 반응을 줄이면서 T세포 연결 기능에 집중한 설계다. 투여 방식은 피하주사(SC)로, 컬럼비와 달리 전처치가 필요 없다는 점에 더해서 편의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애브비의 '엡킨리'./애브비

치료 전략도 다르다.

컬럼비는 최대 12사이클(약 8.5개월)투여 후 치료를 종료하는 ‘고정 기간(Fixed Duration)’ 전략이다. 일정 기간 집중 치료 후 약물 투여를 멈추고 경과를 관찰한다. 환자 입장에서는 ‘언제 치료가 끝나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고, 장기 투여에 따른 비용 부담과 독성 누적을 예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엡킨리는 질환이 진행될 때까지 투여를 지속하는 ‘지속 투여(Treat-to-Progression)’ 전략을 택했다. 종양의 크기가 다시 커지거나, 새로운 암세포가 발견되거나, 환자가 약물 독성을 견디지 못할 때 투여를 중단한다.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군에서는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지만, 장기 투여에 따른 누적 비용과 관리 부담이 동반된다.

◇재정 예측성에 달린 승부…공단 선택은

건보 공단과의 약가 협상은 경제성 평가가 핵심이다. 현재로썬 컬럼비가 유리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엡킨리의 지속 투여 방식은 환자별 총 치료비를 사전에 확정하기 어려운 반면 컬럼비는 최대 투여 기간이 정해져 있어 환자 1인당 총 비용을 예측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엡킨리의 이번 OS 개선 실패가 향후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경우, 컬럼비는 상대적으로 우월한 임상 결과를 근거로 더 나은 조건을 요구할 여지도 있다. 약평위 소속 조원영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OS 개선을 입증하지 못한 약물은 협상 과정에서 약가를 낮추거나 환급 비율을 높이는 방식의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브비 관계자는 “임상 3상 기간 COVID-19 팬데믹이 겹친 데다, 새 치료제도 등장했다”며 “다양한 요인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이를 평가 중”이라고 했다.